‘개그맨김국진’희한하네,불황기엔그가뜨네!

입력 2008-12-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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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국진은 요즘 강풀 작가의 만화 ‘바보’를 읽고 있다고 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보’의 주인공은 순수한 마음을 지녔지만 주변에서는 어리석다고 손가락질 받는 남자. 김국진은 그 주인공에게 자신을 빗대더니 “나와 정말 닮았어요”라며 눈초리를 내린 채 한 동안 웃었다. # IMF 시절 최고 전성기, 경기 불황인 요즘 ‘제2 전성기’ 이채 자신을 “바보 같다”고 말하는 김국진을 만났다. IMF로 힘겹던 97년을 정점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 개그맨이자 진행자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김국진은 이후 5년여의 공백기를 보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MBC ‘황금어장’의 코너 ‘라디오 스타’로 돌아왔다. 복귀하고 1년이 지나면서 그는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을 조짐이 보인다. 이번 가을 개편에 따라 MBC ‘음악여행 라라라’와 SBS ‘절친 노트’ 진행을 새로 맡았다. 기존에 진행하는 MBC ‘명랑 히어로’까지 합하면 4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연의 일치일까. 그가 다시 주목받는 요즘은 한파가 불어 닥친 경기 침체기다. IMF에 이어 찾아온 불황기에 김국진은 웃음을 갖고 대중 곁으로 다가온 셈이다. “전성기라고 불린 5년 동안 하루에 3시간 이상 잔 날이 없었어요. 매니저들도 체력 부족으로 실신하는데 죽을힘을 다해 버텼죠. 쪽잠을 자다가도 카메라 불이 켜지면 ‘오 마이 갓’ 같은 유행어를 읊었죠. 슬럼프요?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나는 프로다’라는 주문을 걸면서 5년을 보냈죠.” # “살면서 했던 선택이 모두 옳지는 않아, 골프로 그 선택을 반성했다” ‘테마게임’, ‘칭찬 합시다’, ‘느낌표’ 등의 인기 프로그램을 통해 승승장구하던 김국진에게 위기가 찾아온 건 결혼생활이 파경을 맞으면서다. 연예계는 스타 김국진의 이혼에 온갖 억측을 만들었지만 김국진은 속 시원한 대답 대신 활동을 중단했다. 방송에서 사라진 김국진은 골프장에서 자주 목격됐다. 연예 관계자 사이에서는 “김국진이 골프선수가 되려고 한다”고 말이 퍼졌다. 결과적으로 소문이 됐지만 골프에만 물두했던 지난 5년간 그의 생활은 지금은 김구라, 신정환 등 동료 연예인들의 개그 단골 소재로 쓰인다. “골프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어요. 14개의 클럽으로 비와 바람에 맞설 계획을 세워야 하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고 누구와 어울리는 것도 어려웠어요.” 김국진은 “지금 생각하니 5년간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고 그 뒤 5년 동안 누구보다 한가하게 살았으니 공평한 것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했다. “살면서 했던 선택이 모두 옳았던 것은 아니지만 골프로는 그 선택을 반성할 수 있었어요”라고도 했다. 그가 쉬었던 5년 간 방송 환경은 급변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버라이어티, 리얼리티와의 접목으로 전성시대를 맞았다. 그 사이 유재석, 강호동 등은 인기 진행자로 부상했다. 김국진은 복귀하고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적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 5년만에 돌아온 방송, “확 달라졌지만... 그래도 고향집 온 느낌.” “제가 많이 활동할 때만해도 외래어를 쓰면 안됐고 청소년 시청자의 입장, 식사 시간에 적합한 언어를 고려했어요. 지금은 그 벽이 완전히 깨졌어요. 심지어 상대방의 사생활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잖아요. 상상도 못하던 일이죠.” 그래도 김국진은 “고향집으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MBC 드림센터를 같이 걸을 때 실제로 한 사람 건너 한 사람은 “몇 년 만에 보냐”면서 반갑게 손을 맞잡았다. 김국진은 “집보다 오래 머문 곳이 방송국인데 이제야 편안한 내 집에 돌아온 기분”이라며 웃었다. 오랜만에 밖에서 안정을 찾았으니, 따뜻한 가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김국진에게 “연애는 하고 있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동안 여러 일이 있었잖아요. 혼자서 느끼는 편안한 감정이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닳았어요. 제 자신이 특히 마음이 즐거운 게 좋아요. 굳이 연애를 하기보다 지금 이 편안한 상태를 당분간 즐기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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