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심판권위흔드는‘오심징계공개’

입력 2009-04-30 22: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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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년대 주한미군방송 AFKN을 통해 메이저리그를 시청했을 때 모든 게 국내 야구와는 수준차가 커 막연히 심판의 판정도 예리하고 정확해 보였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막상 미국에 와서 메이저리그를 현장에서 직접 관전하면서 느낀 게 오심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신문을 보면서 놀란 게 있었다. 심판 오심에 대해서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경기 기사내용에 한 줄 걸치는 게 전부다. 소위 ‘Controversial call(논란의 판정)’로 간단히 넘어간다. 국내에서는 오심이 났다면 야단이 난다. 심판의 판정 잘못으로 게임의 승패가 갈렸다는 식이다. 팬들은 야유에 심지어 현수막까지 동원해 심판을 비난한다. 언론도 해당 심판을 가만히 두질 않는다. 오심을 했거나 룰 해석을 잘못한 그 심판은 거의 마녀사냥감이 돼버린다. 이 뿐이 아니다.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의 징계가 이어진다. 징계내용도 공개가 된다. 최근 KIA-삼성전에서 규칙 적용을 잘못한 심판진에게 벌금과 경고조치를 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과연 이 방법이 옳은 것일까. 심판의 징계는 자체적으로 그리고 비밀에 부쳐야 된다. 국내에서는 심판의 잘못된 판정이 일어났을 경우 이중 삼중의 피해를 입는다. 일단 언론은 자질론으로 뭇매를 가한다. KBO는 징계로 엄중한 벌을 내린다. 게다가 고과에 반영돼 이듬해 연봉마저 피해를 준다. 미국의 스포츠에서는 숱한 오심과 규칙적용이 잘못 이뤄져도 심판 징계를 공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요즘 NBA 플레이오프가 한창 진행 중이다. 플레이오프는 판정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패하는 팀들은 저마다 심판 판정을 탓한다. 비난발언이 나오면 리그는 곧바로 감독에게 벌금 징계를 내린다. 콘퍼런스 1라운드가 벌어지는 동안 3명의 감독이 각각 2만5000 달러의 징계를 받았다. 실제 오심도 있었다. 하지만 리그는 심판에게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리그는 심판을 감싼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판이 흔들리면 경기 진행이 어려워진다. 심판은 권위로 판정한다. 선수들과 심판의 연봉은 하늘과 땅 차이다. 선수와 심판의 징계는 같을 수가 없다. 심판을 지켜주는 힘은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권위다. 미디어 관계자들도 이를 알고 있다. 심판의 오심에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는 이유다. 월드시리즈와 같은 큰 경기는 물론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고 오심을 밥 먹듯하는 심판을 그대로 기용하지는 않는다.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하지만 절대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심판도 사람이고, 사람은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LA|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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