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가 21일 SK와의 문학 더블헤더 2차전 4회말 2사 만루에서 프로 데뷔 첫 그랜드슬램을 터뜨린 뒤 덕아웃에서 오른 주먹을 치켜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문학|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수도권에 울려 퍼진 ‘서울 찬가’ 속에 중위권 순위가 요동쳤다. 서울팀 히어로즈와 LG가 나란히 더블헤더를 쓸어 담으며 본격적인 4강 다툼을 시작했다. 또다른 서울팀 두산도 3연패를 끊고 1위를 사수했다. 히어로즈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09 CJ마구마구 프로야구 한화와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14안타를 몰아치며 9-6으로 이겼다. 선발전원안타를 앞세운 1차전 승리(8-5)로 5위로 올라섰던 히어로즈는 이로써 4월22일 이후 60일 만에 처음으로 4위에 재진입하는 감격을 맛봤다. 히어로즈 브룸바는 시즌 21호 아치(1차전)를 그려 홈런 레이스에서 한 발 더 달아났고, 이택근은 두 경기에서 모두 안타를 때려내 40연속경기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LG는 삼성과의 잠실 더블헤더 2차전에서 8-1로 승리, 기분 좋은 4연승을 달렸다. 어느새 히어로즈에 1경기 차로 뒤진 5위다. LG 박용택은 7회 1사 만루에서 그랜드슬램을 터뜨렸고, 봉중근은 7이닝 1실점 호투로 시즌 6승(7패)에 입맞춤했다. 반면 삼성은 오승환이 데뷔 5년 만에 첫 만루홈런을 허용하는 등 ‘필승 불펜’이 모두 무너져 2007년 5월15일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7위까지 추락했다.
두산은 문학 3연전 마지막 경기를 11-2 대승으로 이끌면서 3연패를 끊고 1위 자리를 지켰다. 더블헤더 1차전에서 SK 선발 김광현(8이닝 5안타 2실점·시즌 9승1패로 다승 공동 1위)에게 꽁꽁 묶인 두산은 1754일 만에 선발로 나선 이재우가 5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는 가운데 김현수의 데뷔 첫 만루홈런이 터지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KIA는 사직 롯데전에서 ‘4번 김상현과 5번 최희섭’의 연속 타자 홈런을 앞세워 롯데의 5연승을 저지했다. 롯데는 이틀 만에 다시 6위로 내려앉았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KIA 1회 6득점 초전박살 ‘갈매기 사냥’
●KIA 7-4 롯데(사직)
역시 야구는 선발 놀음이었다. 제아무리 상승세의 롯데라도 선발 김일엽이 1회 시작하자마자 KIA 1번 이종범 2루타, 2번 장성호 중전 적시타, 3번 홍세완 볼넷, 4번 김상현 3점 홈런, 5번 최희섭의 1점홈런을 얻어맞고, 5실점해버린 데엔 재간이 없었다. 배장호로 교체했지만 이번엔 8번 안치홍이 좌월 1점홈런으로 1회초만 6득점. KIA 선발 로페즈도 1회 집중 4안타로 3실점했지만 6점의 득점지원이 두터웠다. 7이닝 4실점의 로페즈는 시즌 4연승 포함해 5승(2패)째를 거뒀다. 7-4로 앞선 9회 등판한 한기주는 4세이브 성공. 규정타석에 진입한 롯데 홍성흔은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14연속경기 안타를 기록했지만 팀의 연승은 ‘4’에서 마감됐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2009 프로야구 SK와이번스 대 두산베어스 경기가 21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드불헤더 1차전 선발투수로 등판한 SK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문학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선발 전쟁…김광현 ‘장군’·이재우 ‘멍군’
●두산 3-8 SK(DH1)
●두산 11-2 SK(DH2 문학)
더블헤더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양 팀에게 ‘야구는 투수가 9할’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느껴질 듯하다. SK는 더블헤더 1경기에서 선발 김광현의 8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2경기에서는 두산 선발로 나선 이재우의 역투(5이닝 2실점)에 타자들의 손발이 꽁꽁 묶이면서 졌다. 2경기 선발이었던 SK 고효준은 3.1이닝 4실점. 엄정욱이 고효준에게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1점차로 아슬아슬한 경기를 이어가던 3회 2사 1·2루, 임재철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허용했다. 여기서 두산 김현수를 상대로 147km의 직구를 던지며 정면 승부하다가 만루홈런을 맞으면서 승부는 굳어지고 말았다.
문학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히어로즈 불방망이쇼, 더블헤더 싹쓸이
●한화 5-8 히어로즈(DH1)
●한화 6-9 히어로즈(DH2 목동)
히어로즈가 더블헤더를 싹쓸이하며 4위까지 뛰어올랐다. 한화는 등판 예정이었던 류현진에게 이틀의 휴식을 더 주기로 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에이스에 대한 배려. 그러나 팀 타율과 홈런이 나란히 2위인 히어로즈 앞에서 류현진 없는 한화는 한없이 나약했다. 히어로즈는 1경기에서 홈런왕 브룸바의 시즌 21호(전 구단 상대기록)홈런 포함, 선발 전원안타를 폭발시키며 한화 마운드를 맹폭했다. 2경기 역시 한화는 히어로즈의 막강 화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선발 윤규진이 2회를 버티지 못하고 4실점 강판, 이후 5명의 투수가 연이어 마운드에 올라야했다. 히어로즈 2경기 선발 김수경은 체인지업이 위력을 발휘하며 6이닝 2실점 7탈삼진으로 4월 5일 롯데전 이후 77일 만에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목동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러키LG! 땅볼 결승타…배트 부러지며 2루타
●삼성 5-6 LG(DH1)
●삼성 1-8 LG(DH2·잠실)
연패 중인 삼성은 초조했고, LG는 여유가 있었다. 삼성은 1차전에서 5회초까지 5-2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4-5로 쫓기자 권혁과 정현욱을 6회부터 가동시켰지만 7회말 1사만루에서 대타 안치용에게 중전적시타로 동점, 박경수의 2루땅볼로 결승점을 헌납하며 역전패했다. 2차전은 피곤한 권혁과 정현욱이 등판하기 어려운 상황. 삼성은 1-2로 끌려가면서도 연패를 끊기 위해 7회말 1사만루 위기에서 오승환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썼다. 그러나 행운도 LG 편이었다. 대타 이진영의 배트가 부러지며 우익선상 2타점 2루타. 계속된 1사만루에서 박용택의 만루홈런이 이어졌다. 2005년 데뷔 후 처음 만루홈런을 맞고 내려가는 오승환의 쓸쓸한 뒷모습은 7위로 추락한 삼성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했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