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효석의건강칼럼15]아토피3 -명현(瞑眩)현상

입력 2009-07-15 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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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보기, ‘정견(正見)’이라는 사실을 지난주에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견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필자가 언젠가 목욕탕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증탕에 들어가서 땀을 흘리고 있는데 건장한 남자들 셋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아무 말 없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는 게 아닌가?

셋 다 머리를 빡빡 깎았는데 얼마나 다듬었는지 윤기가 날 정도였다.

그 중 한 사람의 어깨에 보니 ‘一心’이라는 먹 글씨가 아로 새겨져 있었다. 한 눈에 보아도 범상치 않은 기가 느껴졌다. 한증탕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없이 기가 죽어서 조심스럽게 자리를 내주고는 슬슬 눈치를 보는데 당사자들은 평온한 얼굴로 무아지경이었다.

나도 ‘조폭이 저 정도면 상당한 반열에 있는 친구들인가 보다. 섣부르게 폭력배 티내지 않고 오히려 뭔가 내공이 느껴지니…’라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피했다. 목욕을 마치고 탈의실에 나와서 옷을 입고 있는데 역시 세 사람도 뒤따라 나와서 옷을 입는데… 세상에!

세 사람 모두 승복을 꺼내 입더니 서로 합장해서 절하며 ‘아이구 스님 덕분에 목욕 한번 잘 했습니다’하고는 웃는 게 아닌가? 어깨에 새겨진 ‘一心’이라는 단 두 글자 때문에 스님을 조폭으로 잘못 보았던 것이다.

필자에게 찾아오는 아토피 환자들 중에서 치료 과정의 명현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고 목표 지점 도달 직전에 주저앉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명현(瞑眩) 현상이란 한방에서 환자에게 약이나 침 등의 치료 행위를 했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 일시적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말한다.

입덧이 심한 임산부에게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을 달여 먹이면 미식거리고 토하는 입덧 증세가 일시적으로 심해지고 난 뒤 입덧이 가라앉고, 토사곽란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생강사심탕(生薑瀉心湯)을 달여 먹이면 심하게 토하고 설사까지 하고 난 뒤 증상이 가라앉는데 바로 이런 현상을 말한다. 아토피는 피부 외적으로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내부적으로 호흡 배출 기능이 약화되면서 열이나 독소가 쌓여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약이 들어가면 쌓여 있는 독소들이 배출될 것은 당연한 이치다.

더구나 평소에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해 왔다면 스테로이드 투약을 중지하고 한약을 복용하면 그 동안 화학적으로 억제되었던 피부가 더욱 가려움증 등이 심해지게 되는데 이를 스테로이드에서 벗어나는(脫) 증상이라 해서 특히 ‘탈스 증상’이라고 한다. 또는 공이 되 튀어 오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리바운드 증상’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한방 치료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겪는 것이 일시적으로 증세가 심해지는 명현현상인데, 아토피의 경우 주요 증세인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지기 때문에 이를 상태 악화로 오해한 나머지 약 복용을 중지하거나 또는 견디기 어려운 나머지 스테로이드제를 다시 사용해 버리게 되는데 그러면 ‘만사휴의’다. 끝까지 믿음을 가지고 치료해야 한다.
이런 명현 현상이 일반인들에게 오해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흔히 시중에서 음성적으로 벌어지는 불량건강식품 판매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

즉 엉터리 제품을 팔고 나서 거기에 대한 부작용을 호소할 경우 엉뚱하게도 ‘그것이 바로 명현 현상’이라고 둘러 대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어떤 일을 ‘믿으라!’고 하면 상대가 ‘네 눈으로 직접 봤어?’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눈앞에서 직접 보고도 스님을 조폭으로 오해하는 것이 인간이다.
말하는 이의 눈이 아니라 전문가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편강한의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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