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집낸체리필터,새앨범‘록스테릭’…히스테릭하냐고요?

입력 2009-08-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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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필터는 우리 가요계가 ‘트렌드’라는 간판 아래 획일화돼갈수록 더욱 록 본연의 음악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휘발성음악시류’이건아니다싶었죠
‘발작적인 록’.

27일 5집 ‘록스테릭’(Rocksteric)을 발표하는 록밴드 체리필터가 현 대중음악계에 던진 화두다. 이들은 록과 히스테릭를 합성한 조어를 앨범 제목으로 정한 것에서 느껴지듯 자신들이 추구하는 ‘록의 진정성’을 음반에 담으려 했다.

‘록스테릭’은 체리필터가 3년 만에 발표하는 앨범이다. 이전 이들에게 화려한 명성을 안겨준 ‘낭만고양이’ ‘오리 날다’ 등에서 들려준 발랄한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전반적으로 담백해졌고 사운드는 한층 간결해졌다. 힘을 빼고 음악에 덧칠을 자제해 록의 원색이 도드라졌다. 그만큼 노래가 가진 호소력도 강해졌다.

체리필터가 록의 기본으로 돌아온 데는, 들을 땐 좋지만 금방 잊혀지고 마는 이른바 ‘휘발성 음악’들이 범람하는 것을 보면서 시류에 따르지 않고 본연의 모습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쉬는 동안 우리 음악이 뭔가 단발적이고 자극적이고 또 샘플링도 많고 카피 논란 등 이런저런 논란도 많았던 것 같아요. 혹자들은 ‘비생산적이고, 창의력이 없고, 근시안적인 음악’이라고도 하는데, 사실 우리도 싱글을 내야하나 고민을 했었어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음악적으로 고민했고, 록 장르를 더 고집했고, 음악 본질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기로 했죠.”

체리필터는 대개 2-3년 터울로 정규앨범을 발표해왔다.완벽한 사운드를 위해 연주하고 녹음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정도의 공백이 생겼다고 한다. 체리필터는 공백기 동안 약 50곡을 작업해 완성도가 높고 앨범 구성에 맞는 11곡을 추려냈다. 같은 스타일은 배제하고, 2년간 느꼈던 기쁨, 슬픔, 짜증 분노, 추위, 배고픔 등의 감정을 담은 노래들을 선택했다.

체리필터 스스로 “록에 충실한 앨범”이라고 했지만 록의 강렬함에 모던한 테크노 리듬, 웅장한 스트링, 따뜻한 팝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가미시켜 창의적이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타이틀곡은 한국적 멜로디, 16비트 리듬이 주는 흥겨움이 어우러져 독특하면서 실험적인 체리필터의 새로운 음악색깔을 선보인다.여성보컬 조유진은 “내가 노래한 것 중 가장 여리게 부른 노래다. 그래서 록 사운드를 걷어내면 발라드 같은 느낌”이라고 소개했다. 드러머 손스타는 이 곡에서 랩을 담당했다.

록 밴드지만 가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체리필터는 약 40번이나 노랫말을 바꾸는 곡절 끝에 ‘사랑의 힘으로 아픔을 잊고 희망을 돛을 펼치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가사를 늘 심사숙고하는데, 우울한 것보다 노래에 ‘희망’을 담아요. 80년대 가요를 보면 가사가 시적이고, 감동을 줍니다. 그런데 요즘 노래가사는 사색을 요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들은 2007년 발표했던 리메이크 음반 ‘느껴봐’ 이후 서울 홍익대 인근에 약 2억원을 들여 ‘로캣 펀치’(Rocat Punch)라는 이름의 스튜디오를 차렸다.녹음 비용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후배들에게 ‘열린 공간’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이들은 이미 ‘로캣펀치’라는 인디 레이블을 설립하고 ‘코인 클래식’이라는 보이밴드의 음반을 제작했다. “체리필터의 이번 앨범이 획일화된 음악시장에 청량감을 주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 지난 2년간 지독히 열심히 했습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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