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2>]비바람 뚫고 마야는 고고싱~

입력 2009-09-18 15:54:19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 사진=마야

이동경로 : 태안두웅습지~무안갯벌
평균기온 : 23.6c
날씨 : 비
주행거리 : 350km
주유비 : 16,300원
숙박비 : 90,000원
식사 : 20,000원
경비 : 30,800원
총경비 : 157,100원

태안군청근처 숙소에서 아침을 맞이했다. 몸은 침대가 일으켜주질 않고 귀만 당나귀처럼 커져서 창 밖의 빗소리에 고정되었다. 에구구...첫 날부터 300키로넘게 달린 게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침대시트를 내팽개치듯 떼어내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이런........낭패다. 비가 쏟아져도 적당이 쏟아져야 하는데 이건 들이붓고 있었다. 아차 싶어 얼른 컴퓨터 앞으로 달려가 기상청홈페이지로 들어갔다. 어제 저녁뉴스에 비가 온다 했지만 기상청을 맹신까진 않기 때문에 혹시나 하면서 잠을 청했더랬다.

근데......이번엔 기상청의 완승!! 허허....어쩐다.......
일단 배꼽시계가 가리키는 데로 식사를 하면서 생각하기로 했다. 태안은 뭐가 맛있을까 찾다 갈치 국이 맛있다는 향토음식점을 찾아나섰다. 예전에 사다 놨던 비옷을 꺼내 입고 시동을 켰다. 구 터미널 근처라는데.....어디 있느뇨~. 물어물어온 곳은..ㅋㅋ 어제저녁 먹은 바다횟집맞은편 아닌가!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었던 식당은 관광버스에서 내린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참....맛있는 집은 어디서들 알고 오는지...ㅋ

갈칫국 2인분. 사진=마야



자! 그럼 갈치국 먹고 다음 일을 생각해 보자 하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혼자 여행할 때 음식 주문시 불편한 점은 2인분을 주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땐 누군가 같이 왔음 하는 생각이 간절하다. 숙소로 돌아오기 전 편의점에 들러 맥주 한 병하고 과자1봉 그리고 거봉을 사 들고
돌아왔다. 또 먹으면서 생각 하자고...

비가 적당히 오면 걱정 없겠지만 지금처럼 쏟아 붓는 비는 아무래도 피하는 게 상책인 듯 싶었다. 비 오는 날에는 첫째도 운전하지 말 것. 둘째도 운전 하지 말 것. 셋째 꼭 집에 가야 한다면 평소 시속의 반으로 달려야 한다.

집에 가는 건 아니지만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해야 일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에 태안에서 하루 더 머무는 것은 투어가 늘어진다. 여튼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비는 일단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새벽3시이후는 점차 갠다고 했기 때문에 그럼 맥주한잔하고 무안까지 먼 여정이니 잠을 더 자두어야겠다고 생각을 정리했다.

술도 잘 못 마시는데 숙소 안에서 혼자 맥주라니.... 반병도 못 마셔서 숙기가 올라오는 게 숨이 차오른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여행 첫날 무척 피곤했지만 잠자리가 바뀌니까 잠도 안 오고 실은 쫌...무섭기도 하고.. 어제 여행기를 정리하고 꺼둔 컴퓨터가 새벽에 켜지고...
예민해져서 결국은 불을 켜두자 맘이 편해졌다. 술기운에 스르르 잠이 드는가 싶더니 한참을 잔 거 같았는데 1시간 30분도 못 자고 일어났다.

아까 식사하고 올라오면서 하루치 숙박을 연장한 상태라 시간도 널널 했는데 이거 낭패다..창문을 열어본다. 밖은 어둡지만 비가 거의 안 오는듯하다.

오호! 그럼 출발해야지 무안까지 300km가 넘는다. 비옷 챙겨 입고 카메라 가방과 짐을 김장용 비닐로 단단히 덮고 출발하니 5시가 넘었다. 태안을 나와 천수만을 건너는데 비 바람이 너무나 거세가 나를 향해 내리쳤다. 이미 되돌아가기도 늦었다 아니 출발하기로 맘먹고 돌아가기가 싫었다. 그리로 곧장 태안-김제-영광-함안을 향해 달렸다.

어둠이 깔리자 맘이 급해졌다. 비는 헬멧 앞이 안보일정도로 내리치고 시골이라 국도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지나가는 차라도 마주칠라치면 어찌나 반갑던지.

무안.무안. 무안으로 향하는 길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ㅜ.ㅜ
내 급한 성격 때문에 편안히 쉬다 비 그치면 출발해도 될 것을 사서 고생하는 듯 싶다

대천 해수욕장을 지나왔는데 숙소에 도착해서 뉴스를 보니 대천해수욕장에서 여학생이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 갔다고 한다. 아휴~그 말에 한숨이 내쉬어지는 게....여튼 태안에서 출발한지 30여분만에 내발은 신속에서 퉁퉁 불어가고 있었다.

“퉁퉁 부은 내 발... 불쌍한 것”


서울에서 모두 준비를 마쳤는데 장화는 긴가 민가 하면서 준비를 미뤘던 것이 화근이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신발을 포기한 채 무안의 무자만 나오기만을 바라고 내달렸다. 김제를 12km남기고 자전거 여행자 2명을 봤는데 가녀린 자전거에 너무나 많은 짐을 싣고 반바지 차림에 허름한 비옷을 입고 달리는 게 위험천만해 보였다.

비만 안 왔으면 같이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내 갈 길도 만만치 않아 쑹~하고 가슴으로 인사만 하고 달 이상이 있는 거 같다. 바지며 속옷이 몽땅 젖어버렸으니...이를 우째!! 얼른 씻고 나가자.

“폭삭 젖은 내 옷… 속옷까지…” 사진=마야


밤12시가 넘었으니 어디서 배를 채우나...가게 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분식집이 열려있었다. 나는 김밥이며 쫄면이며 만두며 라면까지 시키고 조금씩 다 먹어 치웠다 ㅋㅋㅋ

미친 거 아냐~ 폭식대마왕이라 명하노라^^.
벌써 여행 이틀째가 지나가고 있었다.

[스포츠동아/ 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