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5>]사람냄새와 바다내음 어느 것이 진할까

입력 2009-10-23 18: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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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23화요일 투어 다섯째날
이동경로 : 중문관광단지~섭지코지~남제주군 남원읍 의귀리
기온 : 22.5c
날씨 : 안개
주행거리 : 92.53km
주유비 : 16,000원
숙박비 : 60,000원
식비 : 86,000원
경비:
총경비 : 162,000원

아침 조식은 건너뛰고 여태 투어 하면서 회를 못 먹었기 때문에 작심을 하고 쌍둥이횟집으로 이동했다.

여행 준비하면서 제주도 관련 책을 한 권 샀는데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질 좋은 스끼다시가 나오고 신선회를 장담한다고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소리 한번쯤은 들어봤기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쌍둥이 집 문으로 들어갔다. 어디…식당 안을 휙 둘러보고…. 점심시간인데도 아주 바글바글하다…

오케이 잘 온듯하고..,^^
메뉴판을 둘러보니 가격이 좀 센듯..,ㅋ

 


황돔으로 멋있게 주문하고 허리띠는 이미 숙소에서부터 풀어놓았다.
이것저것 계속 나오는데 스끼다시가 메인 인지 메인이 스끼다시인지 구분이 안 간다.
초밥은 무한리필……그리고 마지막 후식 팥빙수.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 남아서 싸오고 싶었지만 여행 중이라…씁쓸했다.
그러나 튀김은 싸가지고 왔지……뭐….ㅎㅎㅎ
자아~배 든든하니 출발 하자고…

더운지 무척 지쳐있는 강아지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온다.
눈인사 한번 해주고 그 녀석을 지켜보는데 도로 한복판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앉아버린다.
엥? 이건 뭔가요!

 


쉬야를 하고 있다. 썩을 녀석.
웃음이 나온다.
그리곤 태연하게 나를 보더니 무표정하게 세차장 안 그늘 밑에 앉는다.

그래 너는 그늘 밑에서 쉬렴!
난 떠날란다
너는 느껴보지 못한 중독성 강한 자극에 취한 나를 욕하지 마라 ㅋㅋ

해안도로를 타고 시시각각 다른 제주의 바다색깔에 놀라면서 이동을 했다.
이동하다 등대를 발견하고 마을로 들어서는데 할머니 한 분이 잡아오신 성게를 열심히 먹기 좋게 작업하고 계셨다.


“할머니~사진 찍어도 돼요?”
떡 먹으란다…에구…ㅋㅋ
허락하신 거겠지?
물질 하실 때 신는 신발이며 납이며 장비들 그리고 오늘 잡아온 싱싱한 해삼과 성게 그리고 이름 모를 큰 생선들이 바닥에 널려있었다.

 


“여기는 뭐 하는 곳 이예요?”
“해녀들 쉬는 쉼터란다.”
“아~네….” 그리곤 아무 말도 없이 슬쩍 들어가 본다.

창고 안에 여러가지 장비들이 빼곡하고 옆쪽엔 물소리가 나서 들어가보니 해녀 할머니 한 분이 샤워 중이시다…
하하…여기까지!!

“어디서 오는 길이냐?” 신다.
“서울에서 왔어요.”
“배타고 왔겠네.”
“네.”
“얼마드노?”
“10만원넘는거 같아요”
“그럴거면 여기서 오토바이 빌리지 고생스럽게”

허긴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나의 블랙샤크를 목포에 두고 올 수는 없었다.
수고하세요^^ 하고 다시 해안로로 나왔다
가다 보니 오징어가 보기 좋게 햇빛 받으며 빨래 줄에 널려있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오니까 아주머니 한 분이 어디서 내려오셨는지 이것저것 사라신다.
에구….. 아주머니 사진만 찍고 갈려고요.
아주머니 표정이 금새 떨떠름 하신다 ㅎㅎ
어제 많은 비가 쏟아지고 나서인지 하늘은 아주 맑고 파도도 멋지게 부셔진다.

 


저 포말을 잘 찍고 싶었는데 찍은 실력이 이 모양이다… 쩝…
파도가 저렇게 치는데 낚시 하시는 분이 계시다.

 


망원으로 쭉 당겨보니 아찔해 보이는데…아무렇지 않게 서 계신다
아까 어느 항구에 들려서 돌아 나오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수건을 깊이 눌러 쓰시고 고기가 잡히기만을 기다리고 앉아 계셨다.


“아주머니 많이 잡으셨어요?”
별루라신다
“어디서 오셨어요?”
어!!근데 바로 옆 차 넘버가 서울넘버다.
서울에서 자주 내려오신단다.
아저씨가 마침 차에서 쉬시다가 나오시더니 우리들의 대화가 궁금해하시는 거 같았다.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이 아가씨 서울에서 오토바이 타고 왔다네?” 하시자 아저씨 놀라신다.
오토바이도 타고 사진도 찍고 좋은 취미 가졌다며 아주머니 계속 이야기하신다.
당신 아들도 사진 찍는다고^^
“저희 아버지도 낚시 좋아하셔서 저희 어머니가 고생 많으셨어요. 두 분은 취미가 같으시니까 좋으시겠어요” 하고 그 말에 아주머니 내가 더 좋아한다고 하신다.
우리 엄마는 무슨 취미가 있을까?
그러고 보니 엄마의 취미가 궁금해진다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 엄마 취미도 모르다니…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이동했다.

한참을 달리는데 반대편 도로 언덕 아래에서 익숙하고 듣기 좋은 소리가 들린다.
골드윙과 레플리카 등등의 바이크 5대가 멋진 엔진음을 내고 두둥두둥하고 달려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눈에 띄자마자 나도 모르게 손 인사를 했다. 반대쪽 분들도 다섯분 모두 답례를 하신다.
아~~저~~~~같이 가요~~~~~란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아드레날린이 마구 쏟구치고 심장박동수가 요동 쳤다.
이것이 바이크의 매력이다. 좋아하는 것에는 진짜 이유가 없다 그 존재만으로 좋을 뿐이다.


쇠소깍이라는 푯말이 보인다.
여기도 뭔가 있을 것 같은데? 하고 쑤욱 핸들을 꺾는다.
야~~장관이다.


서귀포시 하효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孝敦川) 하구를 가리키며, 이곳은 제주 현무암 지하를 흐르는 물이 분출하여 바닷물과 만나 깊은 웅덩이를 형성한 곳이다. 쇠소깍이라는 이름은 제주도 방언이다. 쇠는 효돈마을을 뜻하며, 소는 연못, 각은 접미사로서 끝을 의미한다. 계곡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뛰어난 비경을 가진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가을에 물속에 들어가도 춥지가 않단다.
하천 트레킹도 가능한 거 같은데 고생한 뒤에 바다에 몸을 던지면 산해진미를 먹는 것보다 기쁠 것 같았다. 다시 돌아 나와 하얀 등에 반해 바이크를 세우고 앉아있는데 해녀 다섯 분이 걸어오신다.


허리가 모두 굽어 있었는데 오랜 물질의 흔적일까?
할머니! 할머니!
잠깐만요~ 사진 한 장 찍어도 되요?
바쁘니까 걸으면서 찍으라신다.
그러시더니 왜 나만 찍냐신다.
할머니가 젤루 예뻐서요~
그랬더니 뒤에 계신 할머니 한 분이 내가 더 낫단다.
ㅋㅋㅋ 할머니들 웃기신다.

 


할머님들의 뒤태도 찍어주는 센쓰 보여주시고.
옆에 선인장이 꽃을 피웠다.


아이고~ 이런 가시 돋힌 곳에서 가녀린 노란 꽃이 피어있었다.
도로가에 있어서 좀 위험했지만 잠깐 둘러 보았다.
제주는 어디 한곳이라도 안 예쁜 곳이 없다.

다시 달려 혼인지 마을에 온듯하다.
이 곳에 정신이 팔려 잠시 후 벌어질 아찔한 사고는 아직까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다가 넓은 초원 위에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조용히 다가가 개구리소리를 냈더니 반응을 한다.
예전에 승마 배울 때….아주 잠깐이었지만…ㅎ “푸르르”하고 입술을 떨어서 내는 소리하고 개구리소리를 하면 말이 왼쪽 오른쪽하고 반응을 하면서 움직였던 기억을 되살렸다.
사람 손을 이미 많이 탄듯하다. 놀라지도 않고 오히려 안타까울 정도로 무신경하다. 그러다 보니 내 존재감이 없어지고 있었다.

‘이거 자존심 상하는걸….’

그렇게 입을 삐죽거리는데 야광조끼를 입은 자전거 투어 족들이 오고 있었다.


내가 파이팅!하고 기압을 주자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에그…착한녀석들^^
그렇게 나도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표선 해수욕장에 잠깐 들러 화장실 좀 다녀오고 다시 출발이다.
그리곤 이곳이다.

상상하지 않았던…… 일어나지 말아야 했던……..섭지코지


파래냄새인지 미역냄새인지 모르겠지만 이 바다내음이 먼저 인사하는 곳.

올인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해안로가 절경이라 유명한 곳에서 나는 여행자에게 일어날수 있는 일이었지만 혼자 무척 당황스런 일을 경험한다.
아주 잠깐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15분은 넘은거 같다.
비상등을 켜고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 장만한 CPL필터에 재미가 들린 나는 사진 찍기에 몰입하고 있었단 말이지.
조금만 조금만 더 하고 하늘과 구름을 열심히 담고 있을 무렵 일몰이 시작됐다.


얼른 성산일출봉에 가서 일몰을 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바이크 시동을 켜려는데 어? 시동이 안 걸린다.

뭐지?
설마!!
악!!!
안 걸린다…

잠깐…. 이게….. 뭐….,지?…하는 사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열쇠고리에 있는 전화번호로 사태를 알려야 했다.
뭐 이것저것 해보라는데 내가 잘 못 알아 듣는다.
차량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란다.
가끔 전자장치의 방해로 작동이 안 걸릴 수도 있단다.

뭐?
300kg가까이 나가는걸 옮기라고 ?
헉헉…그래도 악 소리 내며 옮겨본다.
그래도 안 걸린다.
어쩌냐니까 제주도엔 대리점도 없고 사람을 보낼 수도 없으니 인천으로 바이크를 보내란다…..

아! 이 사람아!
인천이 어디 동네이름도 아니고….
내 블랙샤크는 차로 싣기도 힘든 바이크라구!!

아니… 내 여행은 이 섭지코지에서 끝나는 것인가?
완전 어둠 속에 갇혔다…..
뒤에 오는 차량이 나를 발견 못 하면 대형사고가 날 수도 있다.
어떻게 이 멋진 도로에 가로등 하나 없냐…에잇!!
조금씩 밀어 나가본다.
한참을 실랑이 하고 있는데 경찰차가 온다.
무슨 일이냐고 한다
바이크 고장인데 혹시 가까운 오토바이 수리점 있냐니까 두 군데 있는데 가르쳐주냐신다.
그렇게 해서 바이크 사장님과 통화가 되고 퇴근하셨다는데 오신단다.
그때가 이미 7시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니 8시가넘었다.


한 1.2km를 밀고 온듯하다


나 미친거 아냐?…..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괴력이 나오나 보다.
섭지코지 입구에 서있는데 아저씨가 오셨다.
와~~아저씨만 봐도 기운이 났다.
이것저것 물어보시더니 배터리가 나갔을 수도 있느니 해보자 신다

 


혼다 코리아에서는 장황하게 전자장치 문제라고 해서 배터리 문제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힘찬 엔진구동소리~
아저씨 이러신다.
뭐야!
배터리 방전이구먼.
여행을 여기서 접어야 하는줄 알았던 나는 아저씨를 와락 안아드리고 싶었으나 생각만하고 있을 때 아저씨 오토바이 가게에 가서 두 시간 정도만 충전하라신다.
네!! 아이고~ 온순한 양처럼 말도 잘 듣는다.

두 시간 동안 뭐하냐…..
밥이나 먹자!

 


그리고 가까운 분식점에 들러 라면과 만두 시키고 기다리는데 벽에 붙은 메뉴판에 바퀴벌레가 길을 잃고 헤맨다. 마치 나처럼…

아… 뭐야… 그냥 나갈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TV에 눈이 고정된다.
고현정 언니가 나오는 사극이다.
전노민 오빠는 가문의 영광 드라마 찍으면서 아주 친해졌는데 그 연유로 현정 언니와도 술자리를 같이 했었다. 완전 쿨하고 멋진 여자다.
노민 오빠 참… 사극 잘 어울린다…. 나도 언젠가 한번 도전해봐야 하는데…ㅋㅋ

그러는 사이 주문한 라면과 만두는 나오고 바퀴벌레 봤다고 인상 쓰던 나는 라면에 정신이 팔려 김치까지 달란다.

다 먹고 충전하고 있는 오토바이가게로 와서 내일 갈 물영아리오름 위치를 확인한다.
관광지라 모든 상점들이 일찍 가게 문을 닫는다.
맞은편 호프집에 간판 불이 켜져 있어 불쑥 문을 연다.
이런거 보면 나도 참…뻔뻔해^^
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내 모습에 놀라신다.
핼멧에 마스크 쓴 모습이 놀랄 법도 하다.
그러다 여자 목소리를 들으시더니 안심하신다.
내가 있는 곳이 고성리인데 물영아리오름까지 가려면 그 근처엔 숙박할곳이 없으니 남원읍이나 수망리에 가서 묵으란다.
위험하니까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신다.
시골 분들은 참 친절하고 자상하시다.

남원읍으로 가자.
바이크 자켓 안에 민소매만 입었더니 밤이 되자 한기가 느껴진다.
얼른 남원읍으로 가야 한다.
춥다.


그렇게 남원파출소에 가서 묵을 만한 곳이 어디냐니까 모텔 한 곳 있고 나머지는 해안로 타고 가면 팬션이 있단다. 그리고 더 물어본다. 물영아리오름 가려 하는데 그 근처 에는 숙박할 만 한곳이 없냐고 여쭤보니 있지만 약속을 못하겠단다.

나는 여기서 선택해야 한다.
그래 20분만 가면 된다는데 6시간도 운전하는데 이것쯤이야.
밤길은 생각보다 많이 위험하다.
거기다 가로등이나 빛이 부족하면 어둠에 공포와 싸워야 한다.
달리고 달리다가 길을 잃고 헤맨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야~완전 깡시골인 곳에 내가 와있다.
마침 승용차한대가 지나간다.
불러 세우는데 안 선다.
또 한대 지나간다

선다….
아저씨 이 근처 숙박 할만한 곳 없나요?
다리건너 한군데 있단다.
거기만이 살 길이다 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빨리 벗어나야 했다.
다리를 건너고 팬션 이정표가 없어졌다…. 어둠 속에 고립됐다.
바이크 헤드라이트만이 빛의 전부다.

찻집 같은 것이 저 깊은 곳에서 불빛을 밝힌다.
저기라도 들어가자 하고 달렸는데 팬션이다
이미 밤12시가 넘어서서 주인 분들도 주무실 테지만 깨웠다고 성 내시지는 않을 것이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고 방을 달란다.
주인분들 놀라서 두 눈이 휘둥그래 지신다
이 늦은 밤에 어떻게 왔냐고…

그러게 말이다…
섭지코지에서 모든게 엉켰다…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사고의 연속이다.
그렇게 제일 작은 방으로 안내 받고 문단속하는 법도 알려주신다.

어둠 속에서 봐서 그렇지 아주 예쁜 팬션인거 같다.
내일 알 일이지만…
아저씨 자기네 팬션 알아보고 온 거냐고 하신다.
그냥 이름 이뻐서 들어왔어요 하고 했더니 나란 인간을 이상하게 보신다.
이렇게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곳에 나는 여행의 중간지점에 서있었다

[스포츠동아/ 가수 마야의 바이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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