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들’ 윤여정 ‘이혼…루머…결벽증…여배우도 똑같은 사람’

입력 2009-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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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깐깐하다고요? 맞아요. 그게 나에요.” 영화 ‘여배우들’에서 솔직한 여배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 윤여정은 담배 한 대로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낼 줄 아는 ‘좋은 배우’였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출연 계기? 인기 보다 인간으로 평가받고파
깐깐한 성격은 그대로…‘국민 엄마’는 아니죠
난 40여년째 애연가…하루에 한갑 ‘호호호’
“이혼…루머…결벽증…. 여배우도 따지고 보면 그냥 사람이에요.” 역시 보이는 그대로였다. 이야기할 때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싫어하고 맺고 끊음이 분명했다. 똑똑 끊어지는 말투에 베어 나오는 강한 자신감은 단순히 오랜 연륜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닌 듯 했다. 후배 연기자들, 스태프 등도 “선생님, 선생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며 90도 인사를 하는 ‘노배우’ 윤여정. 그녀를 만난 것은 주연을 맡은 영화 ‘여배우들’(10일 개봉·감독 이재용)의 시사회 전이었다. 자신도 영화를 보지 못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했지만 “후회 없이 했다”라는 말에 절로 자부심이 묻어났다. 그날 윤여정은 힘든 표정이 역력했다. 쉴 틈 없이 계속 이어지는 인터뷰 일정에 적응 되지 않아 너무 힘들다며 사진도 앉은 자리에서 찍자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사진이 제일 자연스럽고 예쁘게 나올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그녀의 희로애락을 풀어냈다.


- 모이기 힘든 배우 6명이 모인다는 설정이던데, 여배우들은 정말 모이기 힘든가.

“노배우로 변명을 한다면, 여배우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자체가 시선과 주목을 받고 싶어 하잖아요. 여배우가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그것을 떠나서 인기에 의해 평가를 받기도 하고요. 그럴 때 상처를 많이 받아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과 같이 서지 말아야겠다며 피하게 되다보니 모이기 힘들다는 말이 나왔을 거예요.”


- 그래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나요.

“그걸 보여주고 싶었죠. 지난 해 겨울 이재용 감독이랑 (고)현정이랑 술 먹으면서 ‘왜 여배우들은 잘 안 모이지’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한창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난 할 수 있어’라고 했더니 현정이도 ‘저도 할 수 있어요’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세대별 여배우들이 모여 질투, 예민함 등 쉽게 속에서 꺼내놓지 못할 이야기를 하는 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어요.”


- 영화 하이라이트 영상에 공개된 “내가 그 못생긴 놈한테 차였잖아”라는 말에 모두들 깜짝 놀랐다.

“이혼의 책임이 내 ‘결벽증’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당시에는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있었죠. 이제는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요. 너무 오래돼서 내가 이혼을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그래도 그 사람 이야기는 하기 싫어요.”


- 그러면서 굳이 이혼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뭔가요.

“글쎄요, 술 먹어서 막 했나 봐.(영화에서 그녀들은 샴페인을 흥건하게 마시다 이혼 얘기를 꺼낸다) 생각해보면 예순이 넘었으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한 일에 대해서 후회는 안 해요.”


- 비슷한 연배의 중견 연기자들은 대개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을 하나씩 얻는데.

“늙으면 편해지고 관용도 생기고 한다는데…, 다들 ‘곱게 늙는다’고 ‘위로’도 하는데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고집도 세지고 편견도 많아지고 고까워하고 그래요. 그리고 제가 인자한 ‘국민 엄마’상은 아니잖아요. 다들 날 보고 깐깐하다고 말해요. 맞아요. 그게 나에요. TV나 영화에서 친근하고 따뜻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던 것도 있고.”

 배우 윤여정. 김종원기자 won@donga.com



- 애연가로 유명한데 담배는 언제 처음 시작한건지.

“화장실에서는 안 배웠어요.(영화에서 김옥빈과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 윤여정이 김옥빈에게 ‘화장실에서 배웠니?’라고 말하며 웃는다). 스무 살 때쯤인가 친구랑 같이 처음 시작했어요. 지금은 하루에 한 갑 정도 피워요. 이재용 감독도 ‘선생님 피부보고 금연 공익광고가 들어오겠네요’라고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 (그녀는 정말 인터뷰 내내 줄담배를 피웠다)그래도 건강을 생각해 줄여보는 건 어떤지.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있겠어요. 할줄 아는 게 이건(담배)데. 건강을 위해서 쉽지는 않겠지만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질 않네요.”


- 여자는 80세가 되어서도 여자라는데 더 늦기 전에 사랑이라도.

“호호호. 사랑요? 나처럼 예순 세 살 돼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올 거예요. 저의 요즘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더 편안히 살 수 있는가 하는 거예요. 제 주위에서 하나씩 세상을 떠나서 허망해요. 이런데 사랑을 꿈꾸겠어요?”

- 어떤 여배우로 남고 싶은지.

“그냥 윤여정이란 배우는 참 좋은 배우였다는 말이 듣고 싶어요. 최고의 배우, 막연하게 좋은 배우 이런 거 말고요. 무엇보다 같이 일했던 동료나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배우였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 그러면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되고 싶은지.

“제가 연기자로 데뷔한 계기가 좀 우스워요. 대학교에 떨어졌는데 마침 그 당시 탤런트라는 신종 직업이 있었어요. 괜찮은 직업이라고 생각해서 우연히 하게 됐죠. 다시 이런 기회가 온다면 요즘 아이들처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제가 그러지 못해서 그 부분이 가장 부럽더라고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김종원기자 wo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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