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야구 롤러코스터] 손바닥 반 만한 일본 스테이크…김태균 두접시 먹어도 “배고파”

입력 2010-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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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계 뒷담화…이제는 말해 볼래요”
매주 한 번씩 야구계 구석구석을 훑어주는 ‘롤러코스터 베이스볼’. 이번 주에도 변함없이 배꼽 잡게 하는 갖가지 뒷이야기를 ‘탐구생활’ 식으로 풀어봤어요. 김태균이 일본에 가서 왜 갑자기 ‘헝그리 정신’이 생겼는지, 이승엽이 밤마다 임재철의 방에 숨어들어가 무엇을 먹는지, 롤러코스터만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일본 간 김태균, 스테이크 크기에 ‘깜짝’


느긋하고 여유롭기로 유명한 김태균, 하지만 요즘 일본생활 적응하느라 몸무게가 쪽쪽 빠져요. 긴장해서? 아니에요. 설렘을 안고 온 캠프의 저녁식사, 손바닥 반 만한 스테이크 나왔어요. 이런 십원짜리 경우가 있나. 한 입에 꿀꺽했는데 기별도 안 가요. 주위를 둘러보니 날씬한 동료선수들 고거 먹고 배 두들기며 일어나요. 고민돼요. ‘일어날까?’ 하지만 너무 배고파요. 얼굴에 철판 깔고 한 접시 더 시켜요. 스태프들 ‘역시 거구는 다르다’는 눈빛으로 우러러 쳐다봐요. 사실 두 접시 가지고 어림없는 소리지만 더 이상 주문할 용기가 안 나요. 더 먹으면 그만큼 야구로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밀려와요. 결국 자리를 박차요. 숙소에 들어가서 한국에서 공수해온 컵라면 주섬주섬 꺼내요. 한국이 미치도록 그리운 순간이에요.


○이승엽 먹여 살리는 임재철표 라면

한국에서 휘던 두산 임재철의 허리는 일본에서도 휘고 있어요. 두산과 야간훈련 하는 이승엽이 매일 방으로 찾아와 라면 먹고 간대요. 3일 동안 무려 17개 끓여먹었어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욕은 나오는데 말도 못 해요. 임재철은 ‘소는 먹여도 쟤는 못 먹여 살리겠다’는 김제동 어머니의 말, 뼈저리게 느껴요. 야간훈련 없는 날, 요미우리 캠프에서 만난 이승엽에게 물었어요. “오늘 저녁에는 뭐 할 거냐?” “뭐 재철이 방에서 라면이나….” 하루에 500g씩 느는 거, 당연한 결과 같아요. 임재철은 이승엽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치며 “걔 먹여 살리느라 힘들다”고 한숨 쉬어요. 하지만 역시나 웃어요. 낯선 땅에서 고생하는 친구, 쥐꼬리만큼 음식 주는 곳에서 ‘라면 인심’이라도 박복하면 안 된대요.


○‘단짝’ 이진영-정성훈, ‘각방’ 쓰는 이유


LG 이진영과 정성훈. 유명한 단짝이에요. 원래는 인사나 하는 사이였는데, 같이 FA로 팀을 옮기면서 급 친해졌어요. 둘 다 팀이 낯설던 시기에 서로 의지하면서 버텼어요. 낯가리기로 유명한 정성훈, 이진영 하고는 오래된 친구처럼 죽이 잘 맞아요. 정성훈은 결혼 생각 없었는데, 이진영 부부 보고 결혼도 슬쩍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둘은 원정경기 가면 방도 같이 썼어요. 야참도 같이 먹으면서 재미있게 놀았어요. 하지만 이상해요. 사이판 전지훈련에서는 갈라섰어요. 사이가 나빠진 줄 알았어요. 근데 알고 보니 ‘우정을 지키기 위해서’래요. 전지훈련, 너무 고되고 힘들어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예민해져요. 자칫 룸메이트끼리 다투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런 시베리안허스키 같은 상황은 피하는 게 옳아요. 그래도 정성훈은 이진영 방에 자꾸 놀러 와요. 이진영도 정성훈 방문을 자꾸 두드려요. 두 FA가 실력도 좋은데다 사이까지 좋으니, LG는 좋겠어요.


○군미필자들, “조갈량 앞으로 헤쳐 모여!”


한국 남자들, 군대에 양면적인 감정 있어요. ‘신성한’이라는 말 붙이면서도, 군대 얘기만 하면 “토 나온다”고도 해요. 군 입대 앞둔 사람들에게 “군대 빨리 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본 결과, 그렇다는 사람 여태껏 한명도 못 봤어요. 야구선수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 중요해요. 요즘 군미필 선수들은 아시안게임 사령탑 맡은 KIA 조범현 감독 얼굴만 떠올려도 설레요. ‘조갈량’ 얼굴에서는 막, 광채가 나는 것도 같아요. 어떻게든 눈도장 찍고 싶대요. 경쟁이 치열한 포지션에서는 벌써부터 멀티야수라고 자신을 선전하는 선수들도 나타났어요. 일단, 아시안게임 가려면 초반부터 홈런 ‘뻥뻥’ 쳐서 조 감독 눈에 들어야 해요. 스프링캠프에서부터 페이스 빨리빨리 올리고 있어요. 하지만 주변에서는 “너무 초반부터 오버페이스 할까봐 걱정된다”는 우려의 시선도 생겨요. 혹시라도 잘 맞던 방망이가 KIA전에서만 안 맞으면 완전 우라질네이션이에요. KIA전에서는 연습경기든 시범경기든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이 부서져라 할 거래요. 올 시즌 KIA전에서 군미필 선수들의 대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예요. 칼자루를 쥔 조 감독은 웃어야 하나요, 울어야 하나요.


○KIA 이종범과 김종국의 사우곡(思友曲)

대한해협에 가로막힌 애끓는 그리움.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애타는 마음. 한 명은 일본 미야자키, 또 한 명은 전남 강진에서 서로의 이름을 목 놓아 불러요. 청춘남녀의 불타는 사랑이야기가 아니에요. 역대 최강의 키스톤 콤비로 꼽혔던 KIA 이종범(40)과 김종국(37)의 마음이에요. 처음에는 몰랐어요. 당연히 올해도 지난 십수 년 그랬던 것처럼 전지훈련에 함께 갈줄 알았대요. 이종범과 김종국은 걸쭉한 남도 사투리로 만담을 주고받으며 무료해질 수 있는 스프링캠프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로 유명했어요. 우승하고 떠나는 만큼 어느 해보다 더 웃겨주겠다고 형님들은 다짐했어요. 근데 의기투합은 이뤄지지 못했어요. 김종국의 컨디션이 완전치 않아 1차 스프링캠프 참가명단에서 제외되는 순간에도 형님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어요. “아따 동상 허벌나게 몸 만들어 싸게 싸게 일본으로 건너 오거라 잉∼”하고 떠났던 종범이형은 종국이 동생 금방 일본으로 올 줄 알았어요. 하지만 KIA는 실전 같은 전지훈련을 부르짖고 있어 김종국을 아직 일본으로 부르지 않고 있어요. 형님들은 오늘도 손꼽아 재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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