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도요타 사태로 한국자동차 반사이익? 순진한 생각”

입력 2010-04-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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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 분야 석학 美 노벰스키 예일대 교수 인터뷰“소비자들 품질보다 ‘로고’ 중시현대차, 서브 브랜드 만들어럭셔리 마케팅 집중할 필요”

“도요타의 위기로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자동차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을 거라는 생각은 다소 순진한 발상입니다. 품질이나 가격보다 ‘도요타’와 ‘현대’라는 로고 때문에 자동차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분야의 석학으로 손꼽히는 네이선 노벰스키 미국 예일대 교수(사진)가 한국 기업에 던진 메시지다. 서울대 글로벌 MBA 과정에서 강의하기 위해 내한한 그는 5일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자동차업체는 도요타의 신뢰 위기와 무관하게 다른 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간은 비이성적 존재이므로 도요타의 품질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서 ‘우리 제품은 더 우수하다’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소비자에게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지도 못한 채 영원한 아류 제품으로 남을 뿐이라는 의미다.

―도요타의 위기가 한국 업체에 호재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포장을 벗긴 같은 회사의 스타킹 5개를 정렬해 놓고 여성 실험자들에게 촉감이 가장 우수한 제품을 고르도록 한 실험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가장 왼쪽에 있는 상품을 골랐습니다. 왜냐고 물어보면 아무도 ‘시선이 가장 먼저 가는 왼쪽에 있어서’라고 대답하지 않고 촉감이 좋아서 골랐다고 합니다. 똑같은 상품인데도 말이죠. 이게 사람입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표를 보여주지 않고 맛을 보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 보면 펩시콜라를 고르면서 ‘맛이 더 달콤하고 좋다’는 소비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로고를 보여주고 두 제품 중 하나를 고르게 하면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코카콜라가 펩시콜라보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더 깊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죠.

현재 도요타가 미국에서 지닌 위치도 코카콜라와 유사합니다. 물론 도요타가 독극물이 든 타이레놀 사건이 터졌을 때 미국 전역의 타이레놀을 즉각 전량 회수했던 존슨앤드존슨(J&J)처럼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진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요타의 대체재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은 ‘미국 차의 품질은 나쁘고, 유럽 차는 비싸니 안전 문제가 불거졌어도 그나마 선택할 건 도요타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요타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성능보다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격대비 
성능’이란 측면에서 도요타보다 더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한 경쟁자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성능보다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구매한다. 도요타가 리콜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가격대비 성능’이란 측면에서 도요타보다 더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한 경쟁자가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도요타의 빈자리, 특히 고급차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고 싶다면 도요타보다 더 나은 품질의 차를 만들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곤란합니다. 품질 향상에 주력하기보다 마케팅 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우선 도요타와 렉서스, 혼다와 아큐라처럼 현대차와 완전히 다른 브랜드와 판매망을 사용하는 서브 브랜드(sub brand)를 출시해야 합니다. 이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록펠러 가문 등 귀족들이 타는 차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럭셔리 마케팅에 집중해야 합니다. 포뮬러 원(F1) 대회에 참가하는 일보다 왕족의 대관식에 쓰이는 차를 납품하는 일이 진정한 럭셔리 마케팅입니다.

물론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도요타조차 아직 이 정도의 고급 이미지를 갖추지는 못했기에 흥미로운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여파를 벗어나 회복기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런 반등 시점에 유효한 마케팅 전략은 무엇입니까.

“금융위기가 남긴 교훈은 불황 때 섣불리 저가 마케팅을 시도하면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입니다. 불황으로 소비 여력이 줄면 사람들은 품목을 줄이지 품질을 양보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내 상황도 최악인데 이 따위 싸구려 제품을 써 보니 기분만 더 나빠지는군. 다신 이 제품을 사지 않겠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절대 가격은 그다지 비싸지 않지만 우수한 품질의 와인이나 감자칩이 불황 때 잘 팔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회복기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비 회복 곡선은 항상 소득 회복 곡선보다 더 빨리 반등합니다. ‘불황 때 내 상황은 최악이었고 그때 많은 희생을 했으니 난 지금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어’라는 식으로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가 점점 중요해지죠.

저가 마케팅으로 성공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이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는 업체가 업계 내에 단 한 곳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월마트가 2개였다면 오늘날의 월마트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고급 제품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여러 명의 승자가 공존할 수 있습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 네이선 노벰스키 교수는… ▼

미국 웨슬리안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프린스턴대에서 사회심리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후 예일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 연구 분야는 소비자 행동, 소비자 조사, 행동경제학 의사결정 등이며 프린스턴대에서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탄 이 분야의 거두 대니얼 카너먼 교수 밑에서 공부했다.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Journal of Marketing Research), 저널 오브 컨슈머 리서치(Journal of Consumer Research) 등 유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4호(2010년 4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직원들이 혁신 주도했을때 성과 향상 뚜렷(27325230.1)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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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은 하이테크마케팅그룹(HMG·회장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전문가들의 기고를 연재한다. HMG는 세계적인 연구 업적을 내고 있는 하이테크 마케팅 분야의 학자들과 업계 전문가들이 새로운 경영 지식을 창출하고 교류하기 위해 결성한 모임이다. DBR 54호에서는 HMG가 제안하는 불황기의 혁신 추진 방법론을 소개한다. 혁신 투자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면 변화하는 고객 요구를 반영하는 ‘아웃사이드 인’ 혁신과 내부 핵심 역량을 활용하는 ‘인사이드 아웃’ 혁신을 병행해야 한다.


▲동영상 = 한국도요타자동차, ‘렉서스, 캠리 리콜’ 사과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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