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 정훈의 잔치가 시작됐다

입력 2010-04-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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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훈은 고교졸업 후 프로지명을 받지 못해 현역 군복무를 마친뒤 초등학교 야구코치로 일하다 다시 프로에 도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서 프로 첫 안타를 기록했다. [스포츠동아 DB]

프로지명 못받아 한때 야구 포기
신고선수 방출 아픔 딛고 재도전
프로 첫 안타로 불방망이 담금질
박영태 코치 “가능성 많은 강타자”
‘안 되겠다’ 싶어 야구를 포기한 뒤 일반 보병으로 군에 다녀왔다. ‘용돈 벌이’ 차원에서 초등학교에서 잠시 코치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다시 잡은 방망이. ‘프로 1군 무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 같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하지만 어느덧 지금 그 무대에 서 있다. 당장 내일이라도 다시 2군에 내려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남다른 만큼, 언젠간 반드시 1군 붙박이 주전으로 이름을 날리고픈 욕심도 생겼다.

롯데 내야수 정훈(23)은 20일 사직 KIA전 첫 타석에서 2루타로 프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16일 잠실 두산전에 이은 생애 두 번째 선발 출장이었다. 21일 상대 선발이 오른손 윤석민이라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지만, 당분간 왼손 선발이 나오면 2루수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스물세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의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마산 용마고를 졸업한 뒤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2006년,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그해 말 방출 통보를 받았다. 깨끗이 야구를 포기했고, 미련도 없었다. 일반 사병으로 군에 입대, 2008년 10월 제대했지만 마땅이 돈벌이가 될 직업을 갖지 못했다. 할 줄 아는 건 그래도 야구밖에 없었다. 수소문 끝에 용돈이라도 벌 요량으로 초등학교 야구부에서 코치로 일했다.

그의 삶에 새로운 전기가 찾아온 건 지난해 3월. 용마고 스승인 박동수 감독은 그의 재능을 안타까워하며 운동을 다시 시작하길 권했고, 정훈은 동생뻘 되는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다시 야구선수로서 꿈을 키웠다.

그러다 지난해 추석 뒤 테스트를 거쳐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예전에 야구할 땐 ‘그냥 하는 줄’로만 알았던 그에게 간절함이 생기기 시작한 것도 롯데 유니폼을 입으면서부터.

‘간절함’은 2군 이강돈 타격코치를 만나면서 꽃을 피울 준비를 시작했다. 상동 숙소에서 남들보다 한시간 먼저 일어나 배트를 돌렸고, 다른 선수들보다 두배, 세배 더 노력했다. “이 코치를 만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배재후 단장의 말. 올 2월, 기대보다 훨씬 일찍 신고선수 딱지를 떼고 정식선수가 됐다.

1군으로 올라오라는 갑작스런 소식에 이게 꿈인가 했다. 바로 지난 16일이었다. 2군에서 홈런도 때리고 수비도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이렇게 빨리 1군에 올 줄 몰랐다. 조성환, 박기혁, 김민성 등 주축 내야수들의 잇단 부상이 그에게 기회로 다가온 셈이었다. 박영태 수석코치는 “타석에서 무엇보다 공격적이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했다. 정훈은 지금 자신이 1군에 있는 건 운이 따랐기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언제부턴가 야구에 대한 간절함, 절박함이 생겼다. 이제 잘 할 자신도 있다”고 했다. 정훈에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것도 그래서다. 스물 세살, 정훈의 인생역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사직 |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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