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후 은퇴…SK 김재현의 마지막 가을걷이] 전설로 남을 사나이 ‘가을의 전설’을 쓴다!

입력 2010-10-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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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을잔치, 아니 마지막 스윙.’ 1994년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열아홉 김재현은 17년이 지난 2010년 스스로 정한 마지막 무대,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마지막까지 즐겨요’ 아내의 엽서
멀게만 보였던 선수생활 끝 실감
“반드시 우승으로 마침표 찍을 것”

김성근감독 KS 키플레이어 꼽아
SK 김재현(35)은 14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서다 아내 김진희(33) 씨가 건네는 엽서를 받았다. “마지막까지 즐기면서 야구했으면 좋겠어요.” 아내는 정성스러운 글씨로 이렇게 썼다. ‘마지막’. 멀게만 보였던 선수 생활의 끝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잘 알려진 대로 김재현은 2010 한국시리즈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1994년 LG에 입단한 이후 17년 만이다. 김재현은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 뿐이다. 내가 예민한 편이라 큰 경기 앞두고는 음식까지 많이 가리는데, 항상 신경 많이 써준 친가와 처가 가족들에게도 감사하고 싶다”고 했다.

김재현이 은퇴를 예고한 건 지난해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였다. “SK와 계약이 끝나는 내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 후 매 경기, 매 타석 사력을 다해 임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변함없이 해결사로 활약하는 그를 보며 주변에서는 은퇴를 만류했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굽히지 않았다.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고참으로서 은퇴를 앞두니까 전체를 보게 된다”면서 팀을 앞세웠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생각했듯,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고 싶다는 뜻이었다.

사실 김재현은 언제나 가을에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였다. 1994년 입단하자마자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도운 게 시작이었다. 2002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고관절 부상 속에서도 9회 1사 1루에 대타로 나섰다가 우전 안타를 치고 다리를 절뚝이며 1루로 향해 팬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다.

SK로 이적 후에도 마찬가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던 2007년, 한국시리즈 MVP를 차지했다. 2008년에도 중요한 홈런 두 방을 뽑아내며 인천을 환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김성근 감독이 타자 키플레이어로 김재현을 꼽으면서 “마지막에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고 한 이유다. 김재현도 역시 주장답게 말했다. “선수들이 시즌 내내 상당히 많이 준비했다. 작년의 아픔(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으로 패배)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기억을 되새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입단 첫 해부터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던 그는 여전히 ‘캐넌 히터’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다. 그 영욕의 세월을 뒤로한 채 마지막 가을 걷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의 남은 희망은 “기왕이면 대구가 아닌, 폼 나는 잠실구장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는 것. 잠실은 하필이면, 그가 10년간 홈그라운드로 삼았던 곳이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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