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식 KBS N 배구 해설위원. 스포츠동아DB
지도자도 기본기 중요…자격증 도전
코치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배울 것
내 마지막 목표는 국가대표팀 사령탑
가족들 호주에…전화로 그리움 달래
“코치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간 뒤 감독이 되고 싶다.”코치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며 배울 것
내 마지막 목표는 국가대표팀 사령탑
가족들 호주에…전화로 그리움 달래
코트를 맹폭하던 ‘갈색폭격기’에서 ‘입담 좋은 방송인’으로 돌아온 신진식(36) KBSN 해설위원의 목표다. 23일 서울 목동 커피숍에서 만났다.
남자프로배구에는 이미 LIG손해보험 김상우(38), 우리캐피탈 박희상(39) 등 젊은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김 감독이 신 위원의 1년 선배, 박 감독이 2년 선배다. 신진식이라는 이름값과 비중을 고려할 때 당장 감독 제의가 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손을 내저었다. “코치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했다.
“선수시절에도 U-17, 청소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모두 거쳤다. 특히 연령별 청소년 대표는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시기가 안 맞으면 뛸 수가 없는 데 난 운이 좋았다.
그렇게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며 성장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난 아직 배울 게 많다. 감독을 할 때가 아니다.”
말투는 논리 정연하고 조리 있었다. 위트도 넘쳐흘렀다. 해설위원에 대해 “아이고 죽겠다. 처음엔 호흡이 안 맞아서 으으으…, 무진장 고생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24일 대한항공-삼성화재(인천) 경기부터 현장에 투입된다.
“현장 데뷔라 너무 떨린다”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편안하면서도 전문적인 부분을 알기 쉽게 팬들에게 설명하는 해설자가 되고 싶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 최종 목표는 대표팀 감독
그의 말대로 착실하게 지도자 준비를 하고 있다.
5월에 2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2년 후 1급을 딸 계획이다. V리그 벤치에 앉는 데 자격증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대표팀 감독에게 1급 자격증 획득을 권장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의 꿈도 있느냐”고 물으니 “지도자를 목표로 하고 있으면 마지막 꿈은 당연히 대표팀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배구는 1994년 월드리그에서 공격상(김세진), 세터상(신영철), 수비상(박희상)을 휩쓸었다. 이듬해 월드리그에서는 이들이 주축이 돼 사상 첫 6강에 올랐다. “월드리그는 최대 국가대항전이다. 언젠가 그런 최강전력의 대표팀을 지휘해보고 싶다”고 했다.
○ 기본기 연마
신 위원의 스승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사석에서 “진식이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기본기가 탄탄해 선수들의 모범이 될 수 있고 승부욕도 대단하다”고 종종 말했다.
신 위원의 지도 철학이 바로 철저한 기본기 연마다. “기본기는 물론 학창시절에 만들어진다. 성인 무대에서는 갑자기 늘 수는 없다. 그래도 꾸준히 훈련해야 한다. 기본기 훈련을 소홀히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신진식이 한국배구를 대표하는 레프트로 자리 잡은 후 수 많은 ‘제2의 신진식’이 등장했다가 사라졌다. 그는 “그렇게 불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면서도 “모두 기량도 올라오고 시야도 넓혀야 한다. 체격도 뛰어나고 공격력도 좋은데 서브 리시브 하나 때문에 능력이 죽는 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어 싱긋 웃으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요즘 선수들 경기 일정이 빡빡해서 힘들다고 하는데 우린 선수생활 할 때 매일 매일 경기하는 게 좋았다.” 이유는? “그만큼 연습이 힘들었다. 코트에서 뛰는 게 훨씬 더 즐거웠다.”
○ 가족의 나의 힘
신진식의 두 아들. 사진제공=신진식
해설위원이 된 뒤에는 좀 더 편안하게 취재진 앞에 서고 있다. 배구스타 신진식에 대한 기사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 사생활과 관련된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혹시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언을 자제하느냐”고 묻자 “전혀 아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사생활에는 관심이 없더라. 얼마든지 말할 수 있다”며 반가워했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대학교 2학년 때 한 살 아래 새내기 권세진 씨를 만나 5년 열애 끝에 1999년 결혼에 골인했다.
“나는 숙소에서도 집에서도 세진과 한 방을 썼다. 숙소에서는 김세진, 집에서는 권세진. 세진이라는 이름이 내 운명인가 보다.”
당시 김남성 감독이 이끌던 성균관대 배구부는 3학년이 돼야 연애를 할 수 있었다. 신진식은 2학년 때 소문난 캠퍼스 커플이 됐으니 이 소문이 김 감독 뒤에 들어간 것은 당연지사. 감독의 호출을 받은 신진식은 잔뜩 겁을 먹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우리 학교 후배라면 괜찮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어 연애를 허락했다.
3월7일이 결혼기념일이다. 작년 호주에 있을 때 일이 바빠 깜빡하고 넘어갔다가 경을 치렀는데 올해도 직접 챙겨주지 못한다. 아내와 두 아들 현수(12), 현빈(6) 군 모두 호주에 있다. 매일 통화하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원래 은퇴 후 호주에 갔다가 1년 반만 있다가 올 생각이었는데 가족들을 위해 1년 이상 미뤄졌다가 이제야 왔다. 두 아들이 모두 눈에 밟히는 데 특히 둘째가 보고 싶다. 아마 어렸을 때부터 업어 키워서 더 애정이 가는 것 같다. 어? 이거 큰 아들이 보면 섭섭해 할 텐데…”
윤태석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