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서 3위까지…신치용의 힘!

입력 2011-03-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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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부진을 딛고 3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은 힘든 상황에서 팀을 이끈 베테랑 고희진과 여오현을 가장 고마운 선수로 꼽았다. 스포츠동아DB

■ 저력의 삼성화재 ‘포기는 없다’

초반 선수간 엇박자에 리시브 흔들
3R때 상무에 이긴 것이 반전 계기

고희진·여오현 꼴찌탈출 일등공신
사제대결? 그냥 덤덤하게 하겠다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고 했다.

그만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프로배구의 절대 강자 삼성화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삼성화재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살림꾼’ 석진욱이 부상으로 아웃됐고, 최고 세터 최태웅이 이적했다. 라이트 박철우를 영입했지만 삼성 스타일에 녹아들기엔 시간이 필요했다. V리그 6차례 중 4번이나 정상에 섰던 삼성화재의 올 시즌 전망은 ‘흐림’이었다. 신치용 감독도 “4강이 목표”라며 정규리그 1위는 꿈도 꾸지 않는다고 했다.

주위에서는 이를 엄살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전력이 4위권이었다. 예상대로 삼성화재는 초반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선수 간 손발이 맞지 않았고, 리시브가 많이 흔들렸다. 약체 팀에 번번이 당하며 순식간에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2라운드까지 3승9패 꼴찌. 부자가 망해도 완전히 망한 상태였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저력은 무서웠다. 신 감독은 자신이 왜 최고 감독인지를 성적으로 증명해보였다. 3라운드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그리더니 결국 3위로 당당히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는 1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V리그 남자부 최종전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25-16 23-25 19-25 24-26)으로 지면서 16승14패, 3위로 준PO에 진출했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쓴 삼성화재의 상승세가 1부로 막을 내릴지, 아니면 또 다시 정상에 올라서는 2부작을 쓸 지는 16일부터 시작되는 LIG손해보험과의 준PO(3전2선승제)를 통해 점칠 수 있다. 13일 신 감독을 만났다.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섰다.

“팀 전력의 30%인 석진욱이 빠져 세트당 2점 이상 잃었다고 봐야한다. 그래서 초반에 많이 흔들렸다. 2라운드까지 꼴찌였다. 그것이 바닥이었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갔다. 훈련하면서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우리는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시즌 중 고비는 언제였나. 반전의 계기를 잡은 경기는.

“우스운 얘기지만 2라운드에서 딱 1승을 했는데, 그 상대가 현대캐피탈이었다. 나나 선수들이나 모두 생각한 것이 있다. 팀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현대가 우리의 기운을 살려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한 팀은 상무였다. 초반에 상무에 지면서 이슈가 됐는데, 3라운드에서 상무를 잡았다. 그것도 3-2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둔 것이 반전의 계기였다. 상무를 잡으면서 제 궤도에 올라왔다고 보면 된다. 아마도 그 날 경기에서 졌으면 우리는 주저앉았을 것이다.”

신 감독의 전술은 무서울 정도로 치밀하다. 선수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도 따라올 자가 없다. 그렇지만 코트의 주인공은 선수들이다. 감독의 마음을 정확하게 읽고 그 그림을 구체화시키는 선수가 있어야 승리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삼성화재의 히어로는 누구일까.


-누가 가장 빛나는 보물인가.

“우리 팀에서 제일 고참 고희진과 여오현의 힘이 컸다. 팀을 잘 이끌었다. 시즌 초반에 후배들이 팀에 녹아들지 못했다. 고참들이 솔선수범하며 팀을 이끌어줬다. 어려울 때는 역시 고참들이 잘 해줘야 팀이 살아난다.”


-준PO에서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올 것인가.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은 분명 다르다. 특별한 작전 같은 것은 없다. 새로운 전술이 나올 리 없지 않은가. 누가 더 컨디션이나 팀워크를 잘 살리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다. 범실 싸움이다. 선수들에게는 집중력을 높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신 감독과 맞대결을 벌이는 LIG손해보험 김상우 감독이나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대한항공 신영철 감독 모두 제자들이다.


-사제대결은 누구에게 더 부담이 큰가.

“리그 전반에는 그들(김상우 감독, 신영철 감독)과 가끔 소주 한잔하고 그랬다. 승부의 세계인만큼 최선을 다해야한다. 다만 서로 예의를 지키면서 좋은 경기를 할 것이다. 이겼다고 해서 후배들 앞에서 크게 기뻐할 수도 없다. 덤덤하게 할 생각이다.”

코치생활 12년, 감독생활 16년의 베테랑 신 감독이지만 올 시즌을 통해 배구를 많이 배웠다고 했다. 팀을 어떻게 조직하고, 선수들을 어떻게 훈련시켜야하는 지를 다시 한번 깨우쳤다는 것이다.

정상이라는 자리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신 감독은 “이번 시즌 가장 큰 교훈은 꼴찌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삼성만의 문화를 다시 한번 느꼈다는 점이다”며 삼성배구의 문화를 자랑스러워했다.

대전|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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