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포커스]신사동호랭이 "나는 아이돌 작곡가"

입력 2011-05-03 15: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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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확 띠는 강렬하고 비범한 인상일 거란 선입견은 완전히 틀린 것이었다.

속된 말로 한참 뜨는 작곡가인 신사동 호랭이(본명 이호양·27)의 첫인상은 서글서글한 이미지의 대학생 느낌이었다. 옷차림도 차분했다. 수줍게 웃는 얼굴은 천진난만하기까지 했다.

신사동 호랭이는 요즘 인기인 포미닛의 ‘거울아 거울아’를 비롯해 ‘핫이슈’ ‘뮤지크’(이상 포미닛), 비스트의 ‘쇼크’ ‘숨’, 시크릿의 ‘매직’, 티아라의 ‘보핍보핍’ 등 이른바 ‘아이돌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으로 주목받는 작곡가다.

‘아이돌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반 ‘슈퍼마켓-더 하프’를 4월29일 발표했다.

다른 작곡가들처럼, 가수의 꿈을 뒤늦게나마 이루기 위한 ‘자아실현’도 아니고, ‘나는 이런 음악도 할 수 있다’는 ‘자기과시’의 의미도 아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저 “재미있으려고” 기획했고, 평소 작업해오던 가수들과 트렌드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음악을 시도했다.

음반 이름은 “슈퍼마켓처럼 다양한 음악색깔이 담겨 있다”는 의미도 있고, “대형마트에 동네슈퍼가 밀렸듯, 트렌드에 한참 밀린 음악들”이란 의미도 있다.

“이번 작업하면서, 진짜 ‘마음대로’ 해봤다. 평소 디렉팅을 꼼꼼히 하지만, 이번엔 가수들에게 ‘니들 마음대로 하세요’라고 했다.”

실제로 신사동 호랭이는 작곡가 데뷔 이후 처음 쓴 정통 발라드 ‘방안에서’를 씨야 출신의 이보람에게 들려주며 “그동안 했던 우는 창법을 버리고, 마음대로 해보라”고 권했다.

이보람도 프로듀서의 어떠한 설명도, 레퍼런스(참고자료)도 없이 불렀다. 후렴구가 확실한 노래만 불러왔던 이보람은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는 ‘방안에서’가 생경했지만 새로운 경험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비스트가 부른 ‘안을까 말까’는 그간의 거칠고 멋있는 ‘짐승돌’ 이미지를 벗고, 여자 앞에서 수줍은 10대 소년의 느낌을 살렸다.

“내 맘대로 만든 곡, 가수들도 제 맘대로 불러야 하지 않겠나? 가수 입장에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다. 대중이 재미있어 하면, 나중엔 더 ‘내 맘대로’ 할 예정이다. 바람이 있다면, 이번 음반이 잘돼서, 가수들이 먼저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 왔으면 하는 것이다.(웃음) 자기 음반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어려운 가수들에게 내 음반이 실험의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

작곡가에게 자기복제, 표절의 유혹은 숙명이다. 신사동 호랭이도 만드는 곡이 서로 엇비슷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안 해야지 하면서도 내 감성에서 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나온다. 며칠 밤을 새서라도 다르게 하려고 하는데, 비슷하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숨’이 나왔을 때 ‘쇼크’와 비슷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실 아쉬웠다. 비스트에 맞게 만들었는데…. 그런데 사실, 대중이 정답이다.”

표절의 유혹에도 늘 빠지게 되지만, 그런 유혹을 걷어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샘플링을 미국에선 엄연한 창작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며, 우리 가요계도 옛 노래를 재창조하는 시도를 표절로 매도당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자신을 “천생 아이돌 작곡가”라고 정의하는 신사동호랭이는 “누가 욕을 하더라도 나는 아이돌 작곡가다. 그게 좋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트위터@ziodadi)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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