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75년 구봉서·배삼룡 장발 싹둑

입력 2011-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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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1970∼1980년대에 중고등학생이었거나 청년이었던 지금의 중장년 세대에게 익숙한 말. 긴 머리카락 사이로 바리캉의 넓적한 삭발 자욱이 길게 난 모양을 도로에 빗대 표현한, 한 시대의 속어이다. 그 시대, 많은 젊은이들은 거리에서 그 선명한 바리캉 자욱이 남긴 억압을 몸으로 겪어내야 했다.

1975년 오늘, 코미디언 구봉서와 배삼룡이 머리카락을 바짝 깎아내고 짧은 스타일로 ‘변신’했다. 이날 오후 MBC ‘부부만세’ 녹화를 마친 두 사람은 분장실에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이들의 모습을 본 후배 코미디언들도 그 뒤를 따랐다. 당국의 장발 단속에도 후배 연예인들이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아 “모범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앞서 1970년 경찰 등 당국은 이른바 ‘장발족’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섰다. 퇴폐풍조를 조장하고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1973 년에는 장발을 경범죄 처벌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단속은 19 70년대 내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경찰관과 추격전을 벌였고 거리에 내걸린 금줄 안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단속에 걸린 채 바리캉의 처벌을 기다렸다.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1976년 10월에는 방송윤리위원회는 송창식, 서수남, 이수만, 송대관, 박근형, 한진희, 임성훈, 허참, 배일집, 남보원 등 연예인에게 ‘단발령’을 내렸다. 1978년에는 일부 장발 연예인이 아예 출연금지 대상이 됐다.

1980년 장발 단속 조치가 사라진 뒤에야 젊은이들은 ‘두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젊음의 자유가 억압당한 한 시대의 우울한 풍경이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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