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포머3는 보다 강력해진 오토봇과 다수의 메가트론의 전투신 등 다양한 3D 장면이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 사진제공=CJ E&M
2007년 1편이 개봉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세계 곳곳에서 무서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1편에서 고등학생 커플로 등장한 남녀주인공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는 톱스타가 됐으며,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의 '애마' 범블비도 뉴 카마로(쉐보레)란 이름으로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총 8만 1299대가 팔릴 만큼(고급 및 일반 스포츠차량 판매량 1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평단의 반응은 따뜻하지 않다. 신선했다는 1편과 달리 2편은 개봉과 동시에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파업과 맞물려 구멍 뚫린 스토리 전개를 선보였고, 연출자인 마이클 베이 감독 스스로 "쓰레기"라고 부를 정도였다.
3편 역시 개연성 부족과 런닝 타임 맞추기 실패(무려 152분) 등 문제점을 뒤로 하고 눈요기만 남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마구잡이로 도시를 부수는 철거영화", "'디 워'의 할리우드 판"이란 혹평에도 3편이 극장가를 싹쓸이하는 이유는 뭘까.
그 어떤 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어이 본인의 두 눈으로 확인하려는 당신을 위해 '트랜스포머 3'의 치명적 매력들을 분석해봤다. '비주얼'에 집착하는 남기자와 '스토리'에 집착하는 여기자가 자신의 관점에 따라 토론했다.
'트랜스포머3'가 돌아왔다. 그 사이 주인공 샘에게는 직장 상사와 새로운 여자 친구가 생겼다. 사진제공=CJ E&M
▶인격을 부여받은 오토봇과 메가트론 "범블비, 얼마면 되니?"
오세훈(이하 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오토봇과 메가트론이에요. 우리 모두 라보프의 변신은 바라지도 않잖아요? 특히 이번에는 3D기술로 영화의 비주얼적인 부분이 돋보였어요. 영화 초반 도로 위를 달리는 범블비가 샘을 지키기 위해 주행 중 변신하는 장면은 3편의 베스트 장면이라 생각해요. 보는 내가 다 아찔하더라고요. 범블비가 온몸 희생하며 샘을 지키는 장면과 범블비만의 무한 애정 표현 수단인 라디오 방송 멘트를 통해 대화하는 장면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아빠 미소'가 나왔죠.
김윤지(이하 윤): 그럼요. 범블비는 여성 관객을 '로봇' 영화로 유인한 1등 공신이죠. 사랑스러워요. '내 차는 왜 말을 못하는지'란 욕심을 부리게 하죠. 샘의 친구이자 수호천사인 범블비의 매력은 '센스'예요. 1편에서 샘을 위해 샘이 짝사랑하는 미카엘라(메간 폭스)와 함께할 때 감미로운 음악을 틀어주거나, 3편에서는 새 여자친구 칼리(로지 헌팅턴)에게 샘이 사랑을 고백하자 반지 모양의 부품을 떨어뜨려요. 범블비는 싸울 때 멋있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의 친근함이 더 크게 다가와요. 웃음을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고. 그래도! 요즘 범블비는 너무 싸우고만 있네요.
오: 제작진의 의도로 인해 캐릭터의 색깔이 줄어들거나 변하긴 하지만 그래도 범블비는 우리 마음 속 영원한 보디가드에요. '깨알 웃음'을 주지 못하지만 보다 업그레이드되는 외형과 액션을 선사해주잖아요. 범블비 같은 애마가 간절합니다. 영화 밖에서 범블비가 운영하는 트위터 마케팅을 보여준 건 즐거웠어요. 여기저기서 곤란한 질문도 용케 잘 피해가더군요. 앞으로도 사랑받을 캐릭터임은 분명해요.
▶ 메가트론과 오토봇들, 최고의 싸움꾼은 누구?
윤: 범블비 외에도 옵티머스나 메가트론처럼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된 로봇들이 있어요. 사람보다 더 사람 냄새나는 옵티머스는 영화에서 가장 멋있는 캐릭터고요. 상대적으로 악당 메가트론은 약해요. 이번 3편 첫 등장 기억나나요. 사막에서 '거적때기'를 걸치고 맥없이 앉아 있더군요. 노란 범블비, 빨갛고 파란 옵티머스, 검정 메가트론…. 일단 외양에서부터 메가트론은 충분히 섹시해질 수 있는 로봇이에요. 왜 지구를 제2의 사이버트론으로 만들려고 하는지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면 캐릭터에 깊이가 생길 거예요. 대신 만날 당하고만 있어요. 악당이지만 우두머리인데 '천 쪼가리'라뇨?
오: 모닥불에 낡은 캠프까지, 어찌나 배경도 궁상맞던지. 어쨌든 웃겼어요. 메가트론 일당 수는 전편보다 훨씬 늘어났지만 조직력이나 각자의 능력은 감소한 느낌이에요. 쇼크웨이브 혼자 고군분투 했어요. 그나마도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홀연히 제거당해 아쉬움이 컸어요. 오토봇을 궁지로 몰아넣는 파워를 기대했는데 말이죠. 특징 없기는 오토봇도 매한가지였어요. 대신 각자 강해진 전투능력과 비주얼을 고루 보여줬어요. 오토봇과 디셉티콘 중 최고의 싸움꾼을 뽑는 프리퀄이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윤: 2편만 해도 사이드 스와이프나 알씨, 스키즈와 머드플랩(쌍둥이 로봇) 등 새로운 로봇이 많이 나왔어요. 앞으로 조연 로봇들도 섬세하게 묘사해주면 이야기가 더 풍부해지겠죠? 또 전투할 때 누가 오토봇인지, 디셉티콘인지 구별하기 더 쉬울 것 같기도 하고요.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하는 후반 시카고 전투 장면은 화려한 볼거리가 매우 인상적이다. 사진제공=CJ E&M
▶마 감독 '3D에 늦바람났어!'
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3D로 찍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마이클 베이 감독이 이번에 3D로 찍은 건 흥미로웠어요.
오: 3D는 액션·SF 장르에선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이죠. 화려한 볼거리가 많은 영화이니까 전반적으로 기술적인 부분을 크게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더 배가 되는 것 같아요. 초반 도로 위를 달리는 범블비가 샘을 지키기 위해 달리면서 변신하는 장면이나 후반 도망치다가 땅으로 떨어지던 샘을 범블비가 안아 올리는 장면 등은 완성도 높은 3D기술의 좋은 예에요. 시카고 도심 액션 신에서 기울어 쓰러지는 빌딩 액션신이나 쇼크웨이브가 고층 빌딩 하나를 쥐어짜면서 쓰러뜨리는 장면 등 후반부에 몰아치는 장면은 정말 대단했어요. 또, 로봇들의 동작과 변신도 더 부드러워졌어요. 로봇들의 표정은 전보다 더 섬세해진 면이 있어요. 정말이지 할리우드 기술력 하나만은 인정!
윤: 화장실을 꾹꾹 참으며 봤어요. 로봇들이 빌딩 숲을 엉망으로 만들며 싸우는 1시간은 넋을 놓고 봤어요. 하지만 티켓 값과 기대치에 부응하기엔 아쉬웠어요. 카메라맨과 전문가들이 직접 낙하해 시속 240㎞의 속도를 이겨내고 촬영했다는 윙 슈트 장면은 소름 돋았다는 평도 있지만, 노력한 것에 비해 화면에 덜 멋있게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최고의 3D는 자막'이란 말도 있죠. 1편에서 범블비가 냉동장치에 묶이고, 이를 보며 샘이 괴로워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이 정말 교감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범블비가 슬퍼 보였어요. 기술적인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드라마와 함께 조화를 이룰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요.
오: "최고의 3D는 자막"이라는 부분은 씁쓸하지만 앞으로 해결해 가야 할 해결 과제인 것 같아요.
▶이 영화 '드라마'는 어쩌나.
윤: '윗윅키'라는 독특한 성으로 학교에서 놀림 받던 샘이 어느새 대학을 졸업할 때가 됐어요. 4편에선 애 아빠로 나올 것 같아요.
오: 관객과 영화 산업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변하니, 마이클 베이 감독도 계속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죠. 그래도 2편이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면, 3편은 나름 노력한 흔적이 있어요. 디셉티콘과 내통하는 인물을 나름의 반전으로 설정해 두었고, 켄 정이나 존 말코비치처럼 깨알 재미를 주는 인물들도 등장해요. 센티넬의 변심처럼 로봇 간의 배신과 음모도 존재하고. 마 감독은 욕심쟁이!
윤: 하지만 디셉티콘이 무너지는 게 너무 허무했어요. 거대한 계획을 구상했음에도, 순식간에 무너졌어요. 도발에 그렇게 약하다니. 그리고 옵티머스는 정말 인간을 사랑하는 걸까요. 이러다 지구를 날름 삼킬 심산은 아닌지. 옵티머스가 하는 행동의 근거는 무한한 인간 사랑과 미국 사랑에 있어요. 하지만 종종 오해로 인간에게 멸시당하거나, 디셉티콘의 위협에 시달리는데 왜 계속 지구에 남아 인간을 지킬까요? '옵 대장'의 추상적인 '내레이션'만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사랑에 가끔 의심이 갑니다.
오: 네. 그래요. 아쉬운 부분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실 이 시리즈는 스토리를 넘는 매력이 많아요. 로봇, 자동차, 미녀, 사랑, 액션, 동료애, 군대 등 남성 관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는 고루 갖추고 있어요. 로봇인형의 향수가 있는 20~40대 남성 관객들과 실제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 관객들에게 모두 흥미를 주는 이유도 돼요. 현실적으로 이 시리즈에선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낮아진 것 같아요. 완벽한 눈요기를 선사하는데 드라마까지 환상적이라면….그땐 아마도 1000만 관객을 달성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2편보다는 좀 나아졌다는 데 위안을 삼고 있습니다.
윤: 그리고 웃음 코드도 많이 사라졌어요. 1편에는 가벼운 농담이나 아이러니한 상황 등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어요. 개그의 1등 공신이 샘의 부모님이잖아요. 1편에서 샘 엄마가 샘이 당황해 하는 모습을 오해하고 "그럼, 해피타임이라고 부르자"라고 말할 때 정말 '빵' 터졌어요. 하지만 이번엔 "사랑한다면 잡아야 한다"는 진지한 상담을 해주는 분들로 변했어요. 그래도 2편에선 샘의 기숙사에서 조금의 난동(?)을 피워주셨는데. 점점 비장미만 강해지고 있어요. 시끄러운 쌍둥이 로봇도 안 나오고요.
오: 이제 샘도 취업준비를 할 만큼 성숙해져 가서 그런 것 아닐까요. '진지한 이야기'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공식 사이트에서 밝힌 흥행을 위한 5계명이기도 했고요. 아무튼 샘 주니어도 기대되네요.
맨 몸으로 하늘을 달리는 윙슈트 장면은 아찔한 속도감을 준다. 사진제공=CJ E&M
▶유니콘 vs 야생마…누가 더 매력 있나
윤: 3편의 변화 중 하나는 여주인공 메간 폭스의 하차에요. 대신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여자 1위'인 로지 헌팅턴이 와서 남자 팬들은 눈이 즐거웠겠죠?
오: 9등신 마네킹 몸매와 금발, 두꺼운 입술, 농염한 눈빛을 모두 가진 여자가 있긴 있더군요. 그녀가 초반 셔츠 한 장만 입고, 침대에 잠들어 있는 샘을 깨우는 장면은 부러움의 극치였어요. 관능적인 여성의 자태를 3D로 볼 수 있게 해준 마 감독에게 찬사를! 화이트 원피스를 입고 자동차에서 내리는 장면 또한! 아찔 그 자체!
영국식 악센트를 쓰는 로지 헌팅턴이 독특하고 호감 가는 배우인 건 분명하지만, 적극적인 매력이 덜 했어요. 1편에서 메간 폭스는 서슴없이 보닛을 열만큼 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여자였어요. 그래서 샘이랑 친해지게 된 계기가 형성됐고요. 전기톱으로 미니 메가트론을 겁주고, 길들이는 대담함도 빼놓을 수 없죠. 그에 비해 로지는 좀 정돈된 느낌이에요. 대신 샘의 취업을 독려하고 현실을 직시할 줄 아는 어른스러운 면모도 가지고 있어요. 다른 매력의 인물이라 이거죠. 메간 폭스를 야생마에 비교한다면 로지는 유니콘으로 표현하고 싶네요.
윤: 여자 이야기가 나오니 시적인 표현이 나오네요. 그런 유니콘 같은 여자가 왜 샘이랑 사귄 걸까요. 샘은 어떤 치명적 매력이 있어 예쁜 여자와 범블비까지 독차지한 건지. 어쨌든 칼리는 샘과의 러브라인을 제외하고는 미카엘라에 비해 비중이 약해요. 미카엘라는 미니 메가트론을 잡아 애완봇(?)으로 만들었죠. 칼리는 오토봇에 우호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인질로 잡혔어요. 샘을 궁지로 몰아간 거죠. 그 전쟁터에서 하얀 옷 입고 있어 더 눈에 띄기도 하고. 일부러 미카엘라와 차이를 둔 거지만, 미카엘라가 그립네요. 뭐, 칼리는 메가트론을 도발하는 세 치 혀를 가지고 있죠. 게다가 힐을 신고 어찌나 도망을 잘 가던지….
오: 저도 힐 신고 뛰는 로지가 신기해 보였어요. '육상 영웅' 우사인 볼트로 맞붙여 보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웃음)
▶그래도 1편이 그리운 건 사실
오: 의리도 3편까지였어요. 킬링 타임용 영화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영화라고 생각하지만, 진화하지 못한다면 높아지는 관객의 시선에선 갈증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어느새 로봇들의 변신에 익숙해졌나 봐요. 1편을 외국에서 봤는데, 영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큰 트럭이 경적소리를 내며 달리는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흠칫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변신할 것만 같았거든요. 그 후로도 며칠은 자동차를 보면 흠칫 놀랐던 것 같아요. 3편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그저 눈이 피곤할 뿐이었어요. 그래도 2·3편은 음악에 신경을 쓴 것 같아요. OST 린킨 파크의 New Divide(새로운 분할)는 영화만큼 인기를 얻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윤: 진지함도 없고,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고. 정말 1편이 그립네요. 정말 신선했거든요. 섬세한 감정과 사고를 가진 로봇이 뛰어난 기술로 재현되었으니까요. 범블비 로봇을 사고 싶었어요. 로봇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주변 여자 친구들도 범블비와 옵티머스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오: '트랜스포머 3'가 영화적 완성도 면에서는 최상급의 점수를 받지 못할 거예요. 많은 평론가들이 많은 단점들을 지적했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리뷰를 남기는 관객들의 평도 예전 같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전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는 재미난 볼거리만으로도 마감독과 라보프, 로봇들 칭찬받아 마땅하다. 목마른 사람에게 찬물 줬으면 됐지 얼음까지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다"라고 말이죠.
윤: 듣고 보니 좀 일리가 있네요. 그렇지만 결핍과 그 결핍을 인정할 때 더 좋은 작품이 나오기도 하죠. 마이클 베이 감독과 라보프는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으니, 파라마운트 픽처스(제작사)에 기대해 봐야겠네요. 앞으로도 노력해주시길!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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