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율화의 더팬] “참다가, 욕하다…제발 1승만!” 연패에 대처하는 팬들의 자세

입력 2011-07-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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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팬에게 연패란, 시즌을 치르다 보면 한번씩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시시때때로 겪어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연패의 아픔을 단계별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3연패 쯤 되었을 때는 아직 참을 만하다. 여전히 야구는 재미있고, 중계를 보면서 맥주 한 잔씩 하는 여유도 부릴 수 있다. 경기 일정과 상대팀의 선발투수를 살펴보며 연패를 끊을 수 있는 날짜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5연패를 당하면 얘기가 다르다. 5명의 선발투수가 모조리 한번씩 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데다가, 그 중에 에이스의 패배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더욱 비관적이다. 각 팀의 공식 홈페이지와 야구 게시판이 술렁이기 시작하며 패배의 원인이 된 선수는 집중 포화를 당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볼을 더듬은 야수, 역전 찬스에서 초구에 파울플라이를 친 4번 타자, 폭투로 결승점을 준 구원투수…. 어쩜 그리 많은지 일일이 애정 어린 욕설을 해주다 보면 하루 밤도 금방 간다.

5연패를 당하면 8∼9연패까지 가는 건 아주 쉽다. 이쯤 되면 팬들이 가장 많이 보이는 현상은 징크스나 미신에 매달리는 것이다. 야구 중계 중에는 손톱을 깎는 것도 삼가고, 혹시 내가 안보면 연패를 끊을까 싶어 구국의 결단으로 중계를 안 보기로 결심하며, 어느새 ‘전통 고사 음식’이나 ‘굿 잘하는 집’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나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기도 한다.

두 자릿수 연패가 되면 이제는 진정 사태가 심각하다. 사람들 보기 부끄러워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비상계단으로 걸어 다니며, 오랜만에 걸려 오는 친구의 전화도 피한다.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탈모는 기본에 피해망상이 덤으로 따라오며 대체 내가 왜 야구팬이 되었을까 애꿎은 팔자를 원망해 보는 것도 이 즈음이다.

언젠가 사석에서 만난 한 야구 선수는 내게 “팬들은 선수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아 모르는 것이 많다”며 성적이 나쁠 때 팬들의 비난은 선수의 마음에 상상 외로 아프게 박힌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말에도 동감하나 팬으로서 나 또한 변명을 하고 싶다. 선수 역시 어느 팀의 열성팬이 되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히 그 심정을 알지 못한다고. 연패가 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온 정성을 다해 연패 탈출을 꿈꾸는지 알지 못할 거라고. 하지만 그 기나긴 연패 끝에 찾아오는 햇살 같은 1승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환희이자 선물이니, 그날을 기다리며 응원하고 버티는 팬들의 마음을 부디 헤아려 달라고 말이다.


여성 열혈 야구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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