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70년 조영남 석연찮은 입대

입력 2011-09-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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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대한 풍자는 때로 권력자들의 눈에 거슬린다. 권력의 심기(?)를 건드려 괜한 밉보임에 풍자를 노래한 가수들의 입은 막히고 글쓰는 자들의 손은 묶였다.

1970년 오늘, ‘잘 나가던’ 가수 조영남이 돌연 입대했다. 8월12일 입대하라는 영장을 받았지만 이를 넘긴 상황에서 8월19일 당국에 검거된 뒤였다. 조영남이 입대하기까지 그는 어이없는 일을 겪어야 했다.

그가 2월 MBC ‘황금어장’의 인기 코너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밝힌 적도 있지만 조영남은 그해 5월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그룹 김시스터즈의 무대에 오프닝을 맡아 나섰다. 그러나 이때 부른 노래가 화근이 됐다.

그 한 달여 전인 4월8일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의 서민아파트 와우 아파트가 무너진 것을 떠올린 조영남은 이를 풍자해 ‘신고산타령’을 개사해 불렀다. “와우 아파트 와르르르 무너지는 소리에/…”라며 노래한 것이었다. 부실공사의 대명사가 된 와우 아파트 붕괴 사고는 당시 정권에는 치명적인 허점이었고 많은 국민의 공분을 샀던 때였다.

1960년대 말 서울대 음대 출신으로 세시봉 등을 들락거리며 이름을 얻은 조영남은 1968년 TBC ‘쇼쇼쇼’에 출연해 ‘딜라일라’를 부른 뒤 최고의 인기를 누렸지만 이 사건으로 입대 영장을 받은 것이라는 게 연예계에 면면히 전해내려오는 ‘정설’이다. 이후 병역 기피 혐의는 ‘여성 변호사 1호’인 이태영 변호사의 도움으로 벗어났지만 결국 그는 ‘쇼쇼쇼’가 열어준 고별 무대를 끝으로 입대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tadada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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