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생식기능을 온전히 보전하기 힘든 세상이다. 플라스틱 용기에서 생성되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정자가 줄어들고, 콜라를 많이 마셔도 정자가 줄어들고, 과음해도 정자가 줄어들고, 휴대전화를 오래 써도 정자가 줄어든다고 한다. 경쟁하듯 발표되는 보고서들의 주장이 전부 맞다면, 언젠가는 모든 남성들의 정자의 수가 0에 수렴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노트북의 와이파이가 문제로 떠올랐다. 아르헨티나 연구진은 노트북의 무선인터넷 와이파이가 남성의 정자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9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무선인터넷에 장시간 노출된 정자는 그렇지 않은 정자에 비해 운동성이 감소하고 높은 확률로 DNA 분열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노트북을 쓰지 않을 수 있나? 자식을 낳고 싶다면 문명의 이기가 닿지 않은 두메산골이라도 찾아가야 할 판이다.
와이파이에 노출된 정자 25%가 운동 안해
연구진은 29명의 건강한 남성에게서 정액을 채취한 후, 각 샘플을 둘로 나누어 하나는 와이파이가 연결된 노트북 옆에 노출시키고 다른 하나는 노트북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장소에 두었다. 노트북의 열기가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온도는 동일하게 맞췄다. 4시간이 지난 결과, 노트북 옆에 두었던 정자의 약 25% 가량이 움직임을 멈췄으며, 9%는 DNA 손상을 일으켰다. 반면 안전한 장소의 정자는 약 14%만이 활동을 중지했다. 다행스럽게도(?) 죽은 정자의 수는 양쪽이 비슷했다.
연구진들은 “우리는 노트북의 무선인터넷이 남성의 생식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하지만 이 결과가 와이파이 때문인지는 확실히 단정짓기 어려우며, 다른 무엇인가가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결과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미국남성불임학회(Society for Male Reproduction and Urology)의 로버트 오츠(Robert Oates) 박사는 라우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트북이 남성의 생식기능에 큰 위협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츠 박사는 “실생활이 아니라 단순히 실험실에서 얻은 결과일 뿐”이라며 “흥미롭긴 하지만,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직접적인 관련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오츠 박사는 노트북과 태블릿 PC 사용자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다.
여보시오 의사양반, 내가 고자라니!
당장 노트북을 밀어내며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연구결과는 언제 어디서 뒤집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여년 간 정설로 여겨졌던 ‘환경호르몬이 정자 수를 줄인다는 주장’은 최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이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한 주인공인 덴마크 연구진이 2011년에 들어서 “15년간 관찰해본 결과 정자 수가 줄어들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번복한 것이다. 관련 보고서를 바탕으로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설파해왔던 사람들이 일제히 허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연구 역시 확실한 결론이 아닌만큼, 노트북 무선인터넷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불안하다면 노트북을 무릎 대신 책상에 놓고 쓰면 된다. 고환의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정자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보다 생식기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당히 운동하고 올바른 자세를 갖추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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