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한글 쓰기 - 한글 자판

입력 2011-12-16 14:09:4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편지지 위에 한글자 한글자 정성들여 눌러 쓴 손글씨에는 그 나름의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독창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편의성만 놓고 보면 키보드로 타이핑한 디지털 글씨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자필문서 대신 전자문서를 사용하고, 편지나 엽서 등의 우편물은 이메일과 SMS에 밀려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이제 악필은 용서해도 ‘독수리 타법’은 용서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려면 키보드 자판배열을 익히는 것은 필수다. 자판배열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현재는 이 중 일부 자판배열만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PC 키보드 자판배열은 크게 두벌식, 세벌식으로 나뉘고, 스마트폰 키보드 자판배열은 쿼티(두벌식), 천지인, 나랏글, SKY한글로 나뉜다.


PC 키보드 자판배열



두벌식


타자기가 대중화되면서 국내 타자기 시장에는 공병우 박사의 세벌식, 김동훈씨 다섯벌식, 최동식 교수의 두벌식 등 다수의 자판배열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이에 사람들은 자판배열을 따로따로 익히는 것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고, 자판 통일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수동식 타자기 표준자판은 네벌식으로, 전신 타자기 표준자판은 두벌식으로 확정 발표했지만 혼란은 끊이지 않았다.

PC가 보급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1982년 정부는 두벌식을 PC 키보드 표준자판으로 확정하고 두벌식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현재 대부분의 PC 키보드에서 쓰이고 있는 자판배열이 바로 이 두벌식이다. 이로써 자판배열 난립으로 인한 혼란은 잦아들었지만, 급조된 두벌식 표준자판의 비효율성은 후에 끊임없이 논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두벌식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하는 자판의 수가 적어 익히기 쉽다는 것이다. 자음 14개와 자주쓰는 단모음 및 이중모음 12개가 알파벳 26자와 대응을 이룬다. 시프트키를 함께 누르면 쌍자음 5개와 이중모음 2개(ㅒ,ㅖ)를 입력할 수 있고, 겹받침과 자주 사용하지 않는 반모음 및 이중모음은 자판 2개를 연속으로 눌러서 입력한다.

하지만 자판의 수가 적은만큼 오타가 많이 발생하고 속도도 느리다. 초성과 종성을 같은 자판으로 치기 때문이다. 또한 자음을 입력해야 하는 왼손이 모음을 입력해야 하는 오른손보다 더 피로해지며, 그 중 왼손 새끼손가락의 사용빈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단점이 있다.


세벌식


공병우 박사가 개발한 세벌식은 두벌식보다 편리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공병우 박사와 한글문화원은 여러 차례의 수정보완 작업을 통해 다양한 세벌식을 발표했으며, 이 중 1991년 발표된 세벌식 최종과 1990년 발표된 세벌식 390이 가장 많이 쓰인다. 세벌식 최종과 세벌식 390의 기본 한글 자판배열은 같지만, 시프트키와 함께 쓰거나 기호 및 숫자를 입력할 때 차이점을 보인다.

세벌식의 장점은 효율성과 리듬감이다. 초성, 중성, 종성이 따로 배치되어 물흐르듯 자판을 입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왼손의 부담이 줄어들며 타이핑 속도도 빠른 편이다. 또한 두벌식에서 발생하는 종성우선현상이 없고, 모아치기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부분의 PC 키보드가 두벌식이다보니 세벌식을 사용하려면 해당 키보드의 설정을 일일이 바꾸어야 한다. 특히 제어판 접근을 막아놓은 공용 PC에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또 두벌식에 비해 사용하는 자판 수(39개)가 많아 배우기가 어렵다.

공병우 박사의 세벌식 이외에도 순아래 세벌식, 안마태 세벌식 등이 있다. 순아래 세벌식은 장애인도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시프트키를 사용하지 않게 고안된 방식이며, 안마태 세벌식은 30개의 비교적 적은 자판 수를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키보드 자판배열


쿼티(두벌식)


PC 키보드의 두벌식 자판배열을 그대로 적용한 방식이다. 아이폰과 같은 외산 스마트폰에서 주로 볼 수 있다. PC 사용자라면 별도로 익힐 필요 없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간이 한정적인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자판을 집어 넣었기 때문에 오타가 많이 발생한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글자 입력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천지인


삼성전자가 개발한 한글 자판배열로, 피처폰 한글자판 표준으로 채택됐다. ㅣ, ㆍ, ㅡ 3개의 문자를 조합해 모음을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ㅏ’는 ㅣ와 ㆍ를 차례대로 누르고, ‘ㅖ’는 ㆍ, ㆍ, ㅣ, ㅣ를 순서대로 누른다.


나랏글


LG전자의 한글 자판배열이다. *(획추가)가 획을 추가하는 역할을, #(쌍자음)이 쌍자음으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ㅂ’은 ㅁ에 *를 추가해서 만들고, ‘ㅃ’은 ㅂ에 #을 더해 만든다.


SKY한글


팬택계열의 한글 자판배열이다. 초기 피처폰(일반 휴대전화)에서 두루 쓰이던 자판배열인 멀티탭(Multi-tap)에서 착안했다. 멀티탭은 3~4개의 문자가 1개의 버튼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2’버튼에는 ‘ABC’가 쓰여 있는데, 2를 1번 누르면 A가 입력되고, 2번 누르면 B가, 3번 누르면 C가 입력된다. 매우 직관적인 방식이지만 문자 입력이 번거롭고 매우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신이 고안한 자판배열을 고집하면서,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바꿀 때마다 새로운 자판배열을 배워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에 스마트폰 한글 자판배열을 표준화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됐고, 피처폰의 표준은 천지인이, 스마트폰의 표준은 천지인, 나랏글, SKY한글이 함께 채택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외산 스마트폰이 득세를 하면서 자판배열 표준은 쿼티 방식으로 급격하게 몰리고 있다. 만일 외산 스마트폰에서 천지인이나 나랏글 등을 사용하고 싶으면 해당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사용하면 된다. 2011년 12월 기준 아이폰은 쿼티 방식만을 지원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 포털 내 배포되는 기사는 사진과 기사 내용이 맞지 않을 수 있으며,
온전한 기사는 IT동아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사용자 중심의 IT저널 - IT동아 바로가기(http://it.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