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베팅사이트 연매출 13조…이대로는 안된다

입력 2011-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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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승부조작 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던 2011년 한국스포츠.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까지 침투한 불법도박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대표적 폐단이다. 스포츠동아DB

사설 불법베팅, 그 어둠의 유혹 <상>


스포츠토토 외에 포털서 뜨는 사이트 모두 불법
1000여개 사이트, 범죄수익금 1조2000억 달해
온라인 커뮤니티 채팅창·SNS 등 홍보수단 이용
중계방송 개설 불법베팅 유도도…대책마련 절실

2011년 한국 스포츠는 축구계에서 불거진 승부조작사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현직 프로축구 감독과 국가대표 유명선수들까지 연루된 대규모 승부조작 파동은 사회문제로까지 비화돼 커다란 경종을 울렸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동·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모두 개최하게 된 한국 스포츠는 불법도박에 기인한 축구계의 대형 승부조작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가장 공정하고 투명해야 할 스포츠에까지 검은 손을 뻗친 불법도박은 반드시 근절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대표적 폐단 가운데 하나다.

이처럼 올 한해를 강타한 축구계의 승부조작사건과 더불어 지난 여름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발견된 110억원의 희한한 뭉칫돈은 우리 사회에 불법도박의 사슬이 얼마만큼이나 광범위하게 침투해 있는지를 입증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척결해야 할 사회악인 불법도박에 타협이란 있을 수 없다. 불법도박을 차단하려는 각계의 노력이 절실한 만큼 스포츠팬들 역시 각종 탈법·불법행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스포츠 관련 사설도박에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확산 일로의 불법도박,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 시급

6월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선교 의원이 주최한 ‘불법도박의 팽창 실태와 근절 대책’ 세미나는 국내 불법도박의 실태와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당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도박시장의 전체 규모는 연간 50조∼70조원 정도로 파악된다. 특히 최근 들어선 손쉬운 접근성을 앞세워 불법 온라인 베팅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베팅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1000여개, 사이트당 매출 역시 약 125억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토대로 한 불법 베팅 사이트의 시장 규모는 무려 11조9258억원에서 12조7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합법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체육진흥투표권의 연간 시장 규모 1조8000억원을 자그마치 6배나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매출액의 10%를 범죄수익금으로 볼 때 불법 베팅 사이트의 범죄수익금 규모 역시 1조2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형사정책연구원은 법원판결문을 통해 불법 베팅 사이트의 운영실태도 조사했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최단 1개월에서 최장 20개월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범죄 사실이 확인된 사이트의 경우 평균 6.9개의 대포통장을 사용했고, 적발된 사이트의 평균 회원수는 1439명이었다.

불법 베팅 사이트는 대부분 분야별로 전문화된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해외서버 운영, 게임관리, 홍보 등을 맡는 사이트 운영관리 부문과 해외계좌 관리, 국내입출금 관리, 회원 모니터링 등을 담당하는 자금 운영관리 부문으로 나뉜다. 적발된 사이트별 평균 관련자수는 6.65명이며, 최소 1명부터 최대 31명까지 연루됐다. 관련자가 31명인 경우 5개월간 5개 사이트를 운영하며 무려 50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홍보·포털 업체의 불법 사이트 홍보도 위험 수위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불법 베팅 사이트의 홍보활동도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다. 이들은 불특정다수에게 이메일이나 쪽지,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무차별적으로 발송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스포츠토토 이외의 베팅 사이트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무심결에 불법 베팅 사이트에 접속할 우려가 있다. 특히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패와 스코어에 민감한 일부 스포츠팬들은 이런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불법 베팅 사이트들의 대표적 홍보창구는 유명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이다. 불법 베팅 사이트가 포털측에 별도의 광고비를 지불하고 원하는 키워드를 등록하면 검색 결과 화면의 첫 페이지에 해당 사이트가 노출되는 권리를 얻는다.

현재 국내 유수의 포털사이트들에선 스포츠 베팅과 관련된 단어를 입력하면 제한 없이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를 홍보하는 내용을 볼 수 있거나 연관 검색어의 형태로 다양한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에 무방비로 이동하게 해준다. 통상적으로 키워드 광고를 이용할 때 문제가 되는 광고를 차단하기 위해 각 포털 업체별로 사전 심사과정을 거치도록 돼 있음에도 불법 베팅 사이트를 홍보하는 내용이 아무런 제약 없이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것은 포털 업체에서 불법 베팅 업자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공식적으로 중개 및 알선 행위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스포츠중계 사이트를 이용한 홍보도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최근 인터넷을 통한 스포츠중계방송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불법 스포츠 베팅 업자들이 직접 중계방송을 개설해 불법 베팅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포털사이트가 운영중인 스포츠경기 중계서비스 게시판도 불법 스포츠 베팅 업자들의 홍보창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스포츠 베팅과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법을 부추기는 글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아예 커뮤니티 운영자가 회원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법 베팅 사이트를 홍보하는 곳도 적지 않다. 회원들이 비공개적으로 이용하는 채팅창을 통해 불법 베팅 사이트를 중개하거나 알선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또 최근 스마트폰의 폭발적 보급과 더불어 트위터, 유튜브,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불법 사이트의 홍보 통로로 악용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결국 불법 스포츠 베팅 사이트가 확산되고 만연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선 해당 사이트 운영자를 단속하고 처벌하는 일 못지않게 불법 사이트로의 이동경로를 차단하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 사회적 책임을 지닌 포털사이트 업체들도 불법·탈법의 온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자발적 대책을 등한시해선 안된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jace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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