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마자 각자의 의상과 머리스타일 챙기기에 여념 없었다. 서로의 포즈를 평가하며 놀려대기 바빴다.
하지만 장난기 가득한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촬영이 시작되자 그들은 순간 몰입하며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 긴장이란 말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틴탑의 이야기다. 틴탑은 캡(본명 방민수·19), 엘조(이병헌·18), 천지(이찬희·18), 니엘(본명 안다니엘·17), 리키(유창현·16), 창조(최종현·16)로 이뤄진 6인조 아이돌 그룹이다.
틴탑은 1월, 두 번째 미니앨범 ‘It's’로 돌아왔다. 디지털 싱글 ‘Teen Top Supa Luv’(2011년)로 데뷔하여 누나 팬에게 ‘향수뿌리지마’라고 외치던 연하남이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거친 남성미를 발산하고 있다. 타이틀곡 ‘미치겠어’는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랩, 다양한 안무가 돋보이는 곡이다.
틴탑은 아이돌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2012년 가요계에 훈훈한 외모와 가창력, 무대를 압도하는 강력한 퍼포먼스로 새로운 ‘대세 돌’(대세+아이돌)로 떠올랐다.
▶ 틴탑하면 ‘칼 군무’
팁탑은 많은 아이돌 그룹 중에서 특히 군무로 유명하다. 그들은 틴탑하면 ‘군무’라는 말을 듣기 위해 하루 10시간씩 강도 높은 안무연습에 매진했다. 그 결과 ‘칼 군무’(칼로 자른 듯 정확히 맞춘 안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안무연습 해요. 학교에 가는 시간과 노래 연습 시간을 빼면 늘 안무연습이에요.” (리키),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라 오히려 더 쉬어요. 타이틀곡 ‘미치겠어’처럼 틴탑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긴 연습의 시간이 즐거웠던 이유죠.” (천지, 창조)
다양한 퍼포먼스와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멤버들이 연습을 자처한다고 했다. 군무는 틴탑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아이돌 가수의 삶은 어떤가요? 재미있나요?
“이제야 어디에 있는 카메라가 보여요.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어요. 처음엔 즐길 줄도 모르고 연습한 것을 보여주기 급급했는데, 이제야 조금 즐기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무대 마치고 내려오면 성취감이 듬뿍! 말로 다 표현 못 하죠. (니엘, 엘조)
-데뷔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저희가 무대 위에서 하는 행동, 표정, 시선 처리 인 것 같아요. 멤버들 모두가 처음보다 매우 좋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캡)
평균 나이 17세 틴탑은 무대 위와 무대 밖 모습이 확실히 다르다. 일상생활에서는 장난기 많은 학생 모습이다가도 무대에만 오르면 돌변한다. 그들은 넘치는 자신감과 열정적인 제스처 등 다양한 무대 매너를 선보인다.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 초등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음을 의미)이자 연하남인 그들의 모습에 나이를 불문한 많은 여성이 열광한다.
- ‘초통령’으로 불리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요즘엔 누나 팬도 늘었다면서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활동하다 보면 자연스레 팬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감사해요. 팀멤버가 다양한 연령층에 고루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요.” (엘조)
-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모든 팬을 기억하려 노력해요. 특히 팬 사인회에서 한복을 입고 밥상을 차려와 결혼해달라고 한 팬이 있었어요. 슈퍼마리오 분장을 하고 사인을 받으러 온 일본 팬도 기억에 남아요.” (니엘, 천지)
틴탑은 최근 내로라하는 가요계 전문가 20인이 참여한 ‘2012 인기폭발 아이돌 누굴까’라는 설문조사에서 남자 아이돌 부문 2위를 차지했다. 인기 작곡가 겸 프로듀서 용감한 형제도 2012년 유망주 아이돌로 틴탑을 꼽았다.
“흠잡을 데 없는 군무와 뛰어난 무대 매너·퍼포먼스가 인상적이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뛰어난 실력만큼 착하고 성실하다. 그래서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용감한 형제)
틴탑은 신화의 멤버 앤디가 키운 그룹이기도 하다. 앤디는 틴탑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선생님이다.
“앤디 형에게 멤버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것과 개인기를 찾아 연습하고 끈끈한 우정과 팀워크로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해줘야 한다고 배웠어요. 오랜 가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무대 위 포즈와 표정 등 노하우도 직접 가르쳐줬어요.” (리키, 창조)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더 장난스러울 것 같던 틴탑은 예상외로 차분했다. 조심스럽기까지 했다. 평소 성격에 대해 물었더니 “못 믿으시겠지만, 다들 내성적이에요. 처음 보는 사람과 쉽게 친해지지도 못해요. 그래서 늘 멤버끼리만 놀아요. 무대에 올라가야만 변해요”라는 예상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진지해진 그들에게 물었다.
-추구하는 음악 장르가 있나요? 롤모델은 누군가요?
“빅뱅 선배님들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싶어요.” (천지), “롤모델은 신화 선배님이에요. 완벽한 군무와 변함없는 우정을 배우고 싶습니다.” (리키)
마지막으로 ‘미치겠어’로 활동하고 있는 틴탑을 미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가장 먼저 멤버 엘조가 탄식하듯 입을 열었다. “욕설 논란이요. 노래 한 곡을 끝내는 것보다 네 글자 가사가 더 힘들어요.” 욕설 논란은 ‘지옥 같아’를 빠르게 발음하다 보니 벌어진 해프닝이다. 일부 관객에게 ‘× 같아’로 들린다는 것 .
나머지 멤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구동성으로 “1등하고 싶어 미치겠어요”라고 외쳤다. 그들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간절함이 느껴졌다. 가수로서의 목표와 소원 역시 오직 ‘1위’라고 했다. 간절한 소원은 꼭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틴탑의 팬이라면 그들이 소원을 언제쯤 이루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즐거움이리라.
글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동아닷컴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영상 동아닷컴 박영욱 기자 pyw06@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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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O2플러스]6인조 그룹 틴탑 “1등하고 싶어 정말 미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