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41㎞…윤석민 슬라이더 무섭다

입력 2012-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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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용 드러낸 고속슬라이더

야쿠르트전 2안타 1삼진 무실점
베테랑 미야모토는 방망이 부러져
윤석민 “어깨 힘 들어가 제구 안돼”


1990년대 초반 야구만화에는 ‘마구’ 돌풍이 일었다. 상상력에 경쟁이 붙으면서 마구의 종류도 가지가지였다.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공, 타자 눈앞에서 사라지는 공, 3개로 분리됐다 합쳐지는 공도 나왔다. 그리고 홈플레이트 앞에서 갑자기 멈췄다가 포수 미트로 들어가는 일명 ‘스톱볼’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모두가 황당무계한 마구는 아니었다. 강력하게 휘어져 배트의 손목 부분을 때리고 부러뜨리는 슬라이더, 그나마 현실성이 느껴지는 무시무시한 공도 있다.

2011년 한국프로야구 MVP, 투수 4관왕 KIA 윤석민이 27일 일본 오키나와 우라소에 구장에서 2012년 첫 실전 경기를 치렀다. 한국프로야구 에이스 ‘빅3’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중 첫 번째로 오른 마운드였다. 상대는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 강팀 야쿠르트 1군이었다. 일본 강타자들 앞에서도 윤석민의 고속슬라이더는 매우 ‘현실적인 마구’였다.

윤석민은 경기 후 “첫 실전 등판이라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안타를 2개 맞았지만 힘있는 직구와 함께 현실에서 마구에 가장 가까운 공, 고속 슬라이더가 위력을 뽐내며 삼진 1개, 무실점으로 첫 등판을 마쳤다. 제구가 잡히지 않았지만 최고 148km의 빠른 공과 141km를 찍은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특히 일본프로야구 통산 1975안타에 골든글러브 9회 수상에 빛나는 미야모토 신야는 윤석민의 고속 슬라이더를 공략하다가 방망이가 부러졌다. 지난해 143안타에 타율 0.302를 기록한 미야모토 신야는 2006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 국가대표로 뛴 베테랑이다. 윤석민은 1회말 2번 우에다 츠요시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지만 지난해 23홈런을 기록한 4번 하타케야마 가즈히로에게 빠른 공을 던져 삼진을 잡았다. 2회말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던졌고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타자 미렛지와 미야모토를 모두 땅볼로 잡았다.

매년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구종 탐구에 빠졌던 윤석민은 올해 슬라이더를 더 예리하고 더 빠르게 던지는데 집중했다. 그리고 슬라이더가 캠프에서 이미 141km를 찍으며 위력을 뽐냈다. 첫 등판을 지켜본 선동열 감독은 “첫 실전 등판이라 힘이 들어가서 그런지 제구가 흔들렸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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