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칠레, 케이팝 인기 폭발 ‘CD 한장 40만원’

입력 2012-03-11 2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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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JYJ칠레공연 통해 접한 남미 케이팝은?
● “JYJ 가까이 보려고 공연장 앞에서 나흘째 노숙”

3월8일 오후 9시 산티아고 도심의 실내체육관 테아트로 콘포리칸. JYJ공연 24시간 전. 약 150명이 패딩 점퍼에 침낭과 담요 등을 덮고 삼삼오오 누워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JYJ 공연에서 스탠딩의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숙하는 팬들. 노숙행렬 맨 앞자리의 마르호리에 페레스(여·25)는 나흘째 노숙중이다. “JYJ를 기다리는 나흘이 힘들다고 생각한 적 없다. JYJ와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너무 좋고 흥분된다. 공항으로 JYJ를 보러갈 때는 자리를 뺏길까봐 사촌동생에게 자리를 맡겼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빅뱅 슈주 샤이니 인기 좋아…케이팝 덕분 매출 50% 늘어”

다음날 찾아간 3월9일 오후 5시 산티아고의 한인상가 밀집지역. 한 한국잡화점에 예닐곱의 젊은 여성들이 케이팝 가수들이 얼굴이 새겨진 물건들을 살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벽면TV에선 DVD로 SBS ‘인기가요’가 방영되고 있다. 2010년 가을부터 이 가게를 운영해온 김성일(47) 씨는 “하루 100명 정도 오는 손님 모두가 케이팝 팬이다. CD를 가장 많이 찾는데, 빅뱅과 슈퍼주니어 샤이니가 인기가 좋다. 케이팝 열기로 작년대비 매출이 5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3000여 남미 팬들의 환호 ‘미 이히토 리코’(Mi Hijito Rico·우리 예쁜 아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 곳. 비행거리만 약 2만km, 비행시간은 무려 25시간. 지구 정반대편 남미의 칠레에서 발견한 케이팝의 열기는 너무 뜨거웠다.

10일 오전 9시(이하 한국시각) 그룹 JYJ가 산티아고의 테아트로 콘포리칸에서 한국 가수의 단독 콘서트로는 처음으로 남미 무대에 올랐다.

이번 공연은 2011년 4월 태국 공연으로 시작된 월드투어의 일환으로 아시아, 북미, 유럽에 이어 10일 칠레와 12일 페루의 남미공연으로 15개 도시 월드투어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날 산티아고의 공연장 테아토르 콘포리칸을 쩌렁쩌렁 울린 3000여명의 남미 팬들의 환호 ‘미 이히토 리코’(Mi Hijito Rico·우리 예쁜 아기), 공연장 앞에서 나흘이나 노숙한 팬들, 그리고 새벽 4시에 400명이나 공항에 모이는 열정, 물리적으로 너무 먼 나라였던 남미 칠레에서 발견한 케이팝에 대한 사랑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런 느낌은 JYJ도 마찬가지였다. JYJ 관계자들은 “작년 4월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등지의 13개 도시에서 공연했지만, 칠레 팬들이 가장 열정이 뜨거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공연에서 ‘엠프티’로 무대를 시작한 JYJ는 ‘피에로’ ‘에이 걸’ 등 총 14곡을 불렀다. 관객들은 한국어로 “사랑해, 사랑해”를 외쳤고, JYJ의 ‘찾았다’ ‘인 헤븐’ 등의 무대 때는 한국어 가사를 그대로 따라 불렀다.

‘사랑해요 오빠’ ‘함께 가면 길이 된대’ 등 JYJ를 응원하는 한글 피켓, 고막을 찢을 듯한 함성은 한국에서 열리는 콘서트 현장 그대로였다.

현지 케이블TV 뉴스채널 ‘CNN칠레’의 스테브로스 마티오스 기자는 “언어를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케이팝의 리듬이 귀에 잘 들리는 게 매력이다. 케이팝에서 느껴지는 에너지와 가사가 매우 흥미롭다”고 평했다.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칠레, 남미한류의 허브국가로 급성장

칠레에서 케이팝은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단계다. 이미 10년 전부터 한류 붐이 일어난 멕시코나 페루에 비하면, 2010년 본격적으로 한류 팬들이 생긴 칠레는 규모가 작다. 그러나 칠레는 인터넷의 빠른 성장을 기반으로 남미 한류의 허브로 급성장하고 있다.

재칠레한국한글학교 남도우(47) 교장은 “칠레는 남미국가 중 인터넷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나라여서 문화전파가 매우 빠르다”고 칠레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주칠레 한국대사관의 김선태 참사관도 “칠레의 케이팝 팬을 3만 명으로 보고 있다. 절대 잠깐 반짝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국 팝음악처럼 케이팝은 남미에서 많이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이날 공연 현장에서 만난 여고생 사무엘 아쿠나(18)는 “우리 반의 대부분이 케이팝을 안다. 절반 정도는 가끔 듣는 정도지만 열정적인 케이팝 팬도 꽤 있다”며 “케이팝은 듣기만 해도 좋지만 퍼포먼스가 더해지면 더욱 환상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노래를 듣기도, 따라하기도, 커버댄스도 한다”고 열기를 전했다.


● “아직 정품CD 없어, 정상가 10배 400달러에 음반 구해”

케이팝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국가 브랜드의 이미지 제고와 남미 한인들의 위상을 높여주고 있는 케이팝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칠레 지상파 방송인 메가TV의 폴리나 세이페다 기자는 “아직 케이팝의 정품 CD가 유통되지 않아 인터넷으로 정상가의 10배인 300~4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며 “팬과 아티스트가 앨범으로 가까워진다면 케이팝은 칠레 뿐 아니라 남미에서 큰 성공할 것이다”고 밝혔다.

또한 세이페다 기자는 “케이팝은 이제 일부 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도 듣기 시작했다”며 “SNS를 활용해 해외팬들이 쉽게 케이팝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케이팝 가수는 더 이상 한국에만 국한된 가수가 아니란 걸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연현장에서 만난 관객 재클린 코레아(여·23)는 “더 많은 케이팝 가수들이 남미를 방문해주고 스페인어 노래도 해주고, 스페인어 사이트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했다.

한류가 커지면서 재칠레한인회 역할도 커졌다. 서화영(54) 주칠레한인회장은 “올해가 한-칠레 수교 50주년이어서 매년 10월 개최하는 ‘한국의 날’ 행사를 ‘한국 주간’으로 규모를 키워 한국영화제, 한글웅변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칠레)|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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