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다 챙긴 선수협의 정치술

입력 2012-07-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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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 뭉친 선수협의 강한 목소리 앞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손을 내밀었고, 강경파 구단까지 한발 물러섰다. 선수협 박재홍 회장(오른쪽 끝)이 지난달 25일 올스타전 보이콧을 발표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보이콧 방침 철회로 파국 책임 벗어
KBO 대화 파트너로 인정 최대 성과


선수협의 올스타전 보이콧 방침 철회는 ‘고난이도 정치술’의 결과물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와의 치열한 수싸움은 ‘일단 파국을 막자’는 일종의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냈다. 화두였던 10구단 창단을 놓고, KBO 이사회가 무기한 유보 결정을 내리자 선수협은 올스타전 보이콧이라는 배수진으로 대응했다. 올스타전 불참에 따른 징계를 내리면 후반기 보이콧으로 맞받겠다는 초강경 행보도 예고했다. 선수협이 워낙 세게 나오고, 여론마저 돌아서자 KBO 이사회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선수협을 무시해 파국이 오면 책임을 뒤집어 쓸 터이고, 선수협의 요구를 받아들이자니 이사회의 권위가 말이 아니게 됐다. 여기서 나온 묘안이 ‘KBO 위임안’이었다. 10구단에 반대하는 구단들은 못마땅하게 여겼지만 판이 깨지게 생긴 마당에 무작정 반대만 외칠 수는 없었다.

협상 권한을 위임받은 KBO 수뇌부는 ‘올 시즌 후 10구단 논의’라는 카드를 제안했고, 선수협은 장고 끝에 이를 수용해 21일 대전구장에서 예정된 올스타전은 무사히 치러지게 됐다. 선수협 내부에선 강경론도 비등했지만 결국 중재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나름의 부담이 있었기 때문이다. 절대다수 야구팬의 지지는 든든한 밑천이지만, 보이콧으로까지 끌고 갈 명분은 약했다. 연봉삭감이나 구조조정 같은 생존권이 걸린 상황이 아니었기에 막상 파업으로 몰고 가면 동력 유지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스타전 보이콧 철회는 KBO와 선수협에 쌍방 출구가 된 셈이다. 결국 원상회복이 됐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선수협이 얻은 무형의 전리품은 묵직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KBO가 선수협을 대화 파트너로 인정한 것은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큰 소득이다. 또 선수협의 시즌 혹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보이콧은 언제든 재점화할 수 있기에 선수협이 향후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도 여전히 유효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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