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 정경미 “나는 ‘개콘’ 지키는 뒷방 늙은이”

입력 2012-11-08 1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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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정경미는 “개그우먼들은 벗을 수도 없고, 신체적인 조건부터 개그 소재의 제약이 많다”고 희극 여배우로서의 고충을 밝혔다.

“7년째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지키고 있는 뒷방 늙은이입니다.”

개그우먼 정경미(32)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국민 요정’, ‘개콘 서열 1위’가 아니다.

2005년 KBS 20기 공채 개그맨인 정경미에게는 ‘개콘 서열 1위’, ‘개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나이는 어리지만 든든한 선배인 안영미와 강유미가 ‘개콘’을 떠나고부터다.

7월부터는 KBS 2TV ‘개그콘서트’ 코너 ‘희극 여배우들’에서 박지선, 김영희와 대한민국 개그우먼 대표로 나서 개그우먼으로서 웃지 못할 고충을 외치고 있다.

“서열 1위로서의 부담감은 여전해요. 막내 시절이 좋았어요. 지금은 후배들의 고민과 힘든 점을 더 높은 선배나 감독님께 전달해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죠. 그때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지 걱정돼요. 전 아직 그만큼 어른이 되지 않았거든요.”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정경미는 후배에게 ‘호랑이’ 선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독설을 많이 하는지 제 앞에서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고요. 그래도 요즘 제 머리 위에 올라와 있는 후배도 있어요. '멘붕스쿨‘의 무식이 박소영과 오나미. 그 중 오나미는 특히 아끼는 후배죠.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저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요. 저보고 ‘엄마’래요.”

정경미는 2005년 KBS 20기 공채로 ‘개콘’ 코너 ‘문화살롱’으로 데뷔했다. 이후 인기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 ‘터질라’, ‘풀하우스’, ‘불편한 진실’을 통해 ‘아줌마도 아가씨도 아닌’ 캐릭터 연기로 자리매김했다. 정경미는 “세월이 흘러가면서 아줌마 말투가 모르게 배였다. 얼마 전 윤형빈 씨가 소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하더라. 이미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그래도 외모는 예뻐졌다”고 푸념했다.

개그우먼 정경미.


7년 동안 변한 것은 정경미의 외모뿐만이 아니다. PD 교체부터 출연료, 개그맨들의 ‘개콘’ 하차,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 등 ‘개콘’도 크게 달라졌다.

“2011 KBS 연예대상 코미디부분 여자 최우수상을 받기 전까지 데뷔 3년 차의 출연료를 받았어요. 수상 후 출연료를 올려주셔서 형편은 조금 좋아졌고, 기분만큼은 부자예요. 개그맨이 출연료 때문에 하차하는 것은 아니에요. ‘개콘’이 수입 면에서는 보다 안정적이죠. 버라이어티 등 또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기에 떠나는 거죠. ‘코미디 빅리그’ 같은 경우, ‘개콘’ 출신 감독님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많이 간거죠. 무엇보다 ‘개콘’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시청자들의 반응입니다. 새 코너가 방송되면 SNS나 온라인상에서 즉각 반응이 나타나요. 관심이 커졌다는 거죠. 7년 전에는 고작 시청자 게시판이 전부였거든요.”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최근에는 3년 전 ‘분장실의 강선생님’ 멤버들과 진행한 코믹컬 ‘드립걸즈’ 서울 공연을 마쳤다. 정경미는 “이제 좀 쉬고 싶지만,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만 선배의 말씀 때문에 쉴 수가 없네요. 내 코너가 막을 내리면, 그 빈자리는 또 다시 내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하셨죠. 저도 아직 보여 드리고 싶은 게 많이 남았어요. 대박 코너였던 ‘분장실 강선생님’은 제 코너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희극 여배우들이 아직 제대로 도전하지 못한 몸 개그와 남장 여자 개그를 꼭 해보고 싶어요. 10년 뒤에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MC와 배우 김해숙 선배처럼 농익은 연기자가 될 거예요. 아, MC가 된다면 2AM 임슬옹 씨를 꼭 초대할 거예요. 보고만 있어도 ‘므흣’ 하겠네요. ”

동아닷컴 한민경 기자 mk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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