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지 “정성룡·김영광…후배들이 날 채찍질”

입력 2013-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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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가 새롭게 둥지를 튼 전남에서 철저한 자기 관리로 어린 선수들에게 프로 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난 해 경남 소속으로 K리그 6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을 때 모습. 스포츠동아DB

프로 22년차·43세 GK 신화 전남 김병지 끝나지않은 도전

평균체중 초과해본 적 없는 GK교범
“형이 뛰어야 우리도 롱런”후배의 응원
내년 12월전 최고령 출전기록 깰 것
유럽무대 도전 못한 게 단 하나 아쉬움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전남 드래곤즈는 2013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이 거의 없었다. 딱 하나 눈에 띄는 건 프로 22년차 골키퍼 김병지(43) 영입이었다. ‘이운재(40)를 은퇴시킨 뒤 고작 뽑은 게 나이 많은 노장이냐’는 비아냥도 들렸다. 하지만 전남 하석주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이 조금씩 입증되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 동계 전훈을 진행 중인 전남은 ‘김병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는 베테랑을 통해 전남의 영건들은 진짜 프로 선수가 무엇인지 깨닫고 있다.


○세월은 흘러도 경험은 남는다

김병지는 현역 선수로 뛰는 동안 몸무게가 평균을 넘어간 적이 없다. 시즌 때나 비시즌 때나 늘 78∼79kg을 유지한다. 술, 담배 일절 하지 않는 선수들은 많아도 체중을 똑같이 유지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김병지가 ‘살아있는 GK교범’으로 불리는 까닭이다. 그는 일정에도 없는 개인 트레이닝을 하면서 땀방울을 흘린다. 시간은 거스를 수 없어도 노력은 영원히 남는다는 신조 때문이다. 전남은 오후 한 차례만 훈련하지만 골키퍼들은 이광석 GK코치 주도 하에 오전에도 전원 훈련한다.

“좋은 후계자를 양성하는 게 선배의 역할이라고 봐요. 지도자들만 하는 게 아니죠. 전남 후배들이 체격과 체력 모두 좋은데 볼을 막은 뒤 후속 처리를 잘 못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골키퍼는 제2의 동작이 중요하죠. 일어서는 타이밍이 늦으면 금세 실점하죠.”

40대 중반에 후배들을 고사시킨다는 평가에 대해 그가 입을 열었다. 유망한 골키퍼들이 김병지로 인해 설 자리를 잃는다는 질문이다. 그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김병지에게 잘 배운 후배들이 지금 한국프로축구를 대표하는 골키퍼들이 돼 있다고 강조했다. 정성룡(수원 삼성) 김영광(울산 현대) 김용대(FC서울) 신화용(포항 스틸러스) 등이 김병지의 그늘에 가려졌던 선수들이다.

“제 밑에 있으면 후배들이 다 죽는다고 하는데, 현재 5∼6명이 주전으로 뛰고 있어요. 오히려 저보다 연봉도 높고요. 요즘은 그 친구들이 제게 ‘형이 좀 더 뛰어줘야 저희도 오래 뛸 수 있다’는 격려 아닌 격려를 해줘요. 참, 우습죠?”


○찬란한 미래를 향해

김병지의 전남과의 계약기간은 2년. “언제쯤 축구를 그만둘 계획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명료했다.

“최대 3년으로 보고 있어요. 전남과 계약할 때도 3년을 내다봤고요. 제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3년 주기로 해왔거든요. 가정도, 선수로서도. 분명 쉽진 않겠지만 그래서 목표죠.”

1992년 프로에 데뷔할 때부터였다. 입단 순간에는 경기 출전을 3년 이내로 잡았고, 이후 국가대표와 월드컵을 꿈꿨다. 그리고 예상보다 빨리 모든 걸 이뤘다. 95년 태극마크를 단 뒤 1998프랑스월드컵에 나섰다. 초유의 600경기 이상 출격, 연속 선발 출전, 연속 무실점 등 어지간한 기록도 죄다 깨진 상황에 남은 목표는 무엇이 있을까? 700경기? 물론 3년 뒤 현역 김병지를 볼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축구 선수로는 전 정말 많은 복을 받았죠. 천수를 누리고 있고, 큰 위기도 없었고요. 내년 12월 전에 만 44세8개월이 되는데, 결국 신의손(만 44세7개월)의 최고령 출전 기록까지 깨는 거죠. 돌이켜보면 신의손이 제 인생의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생각해요.”

그에게도 아쉬움이 있다.

“7∼8년 정도 좀 더 늦게 태어날 걸 하고 가끔 생각해요. 그러면 유럽 진출도 노려봤을 텐데. 목표와 방향도 좀 달라졌을 테고. 더 좋은 환경,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얻는 후배들이 부럽기도 하죠.”

김병지는 훗날 ‘꽁지머리’ 스타일로 회귀할 생각도 갖고 있다. 뒤로 질끈 동여맨 말총머리는 여전히 회자되는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무명 시절 주위에 강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무심코 시도한 헤어스타일이다.

“지금부터 6개월 정도만 머리를 기르면 돼요. 은퇴 전에 옛 향수를 부르고, 이벤트를 드릴 생각입니다. 은퇴 후에는 지도자나 선수 권익을 대변하는 에이전트, 행정가 중 한 가지를 하지 않을까요?”

방콕(태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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