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진위, 부산국제영화제 지원금 대폭 삭감…‘그 이유가 알고 싶다’

입력 2015-05-04 1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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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공모 결과를 공지한 가운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이 절반 가까이 삭감돼 논란이 예상된다.

영진위가 지난달 30일 공지한 2015년 ‘글로벌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심사 결과에 따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8억원을 지원받는다. 지난해 14억5000만원에서 무려 6억5000만원이 삭감된 것.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영진위로부터 15억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이처럼 지원이 대폭 삭감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반면 나머지 전주국제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그리고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지원금은 상향됐다.

영진위는 지원금 책정의 주요 판단 근거로 2013-2014년도 국제영화제 평가결과를 삼았다. 그러면서 “올해 글로벌 국제영화제 지원은 총 지원예산이 특정 영화제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상황을 완화하고 국제행사에 대한 지원을 세심하게 하자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지원규모에 대해서는 심사위원 간의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며 “결론적으로 부산영화제는 이미 명실공히 글로벌 영화제로 위상을 점유하고 있어 자생력을 강화해야한다는 다수 의견에 의해 부분 감액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러한 지원 결정이 영화제의 총예산을 고려할 때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수많은 영화제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현실에서 결코 적지 않은 예산”이라고 주장했다.

영진위 측은 “영화제 지원은 전액영화발전기금에서 쓰여진다. 국제영화제가 신진 영화 인력을 창출하고 영화제 질을 담보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데 영화계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타 영화제들의 지원금이 상향된 것에 대해서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조직 내홍 문제를 딛고 가장 발전적인 평가를 받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총 예산 규모에 비해 영화발전기금 지원규모가 작아 이를 상향조정했다”며 “DMZ국제다큐영화제는 전년도 신규 지원 후에 발전 가능성이 있어 예산규모를 증액하였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및 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각각 색깔 있는 영화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이 증가해야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계에서 이같은 결과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다. 일각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에 따른 외압 후폭풍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정치적 중립성을 해친다”는 서병수 부산시장의 반대에도 불구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이후 감사원과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부산국제영화제 감사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지난 1월 임기가 1년여 남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실상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관계자는 4일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심사하는 과정에서 ‘다이빙벨’에 대한 언급은 전혀 나온 적 없다”고 부인했다.

관계자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해서는 심사 단계부터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이러한 삭감은 갑작스러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예산은 120억원 이상이다. 자생력 강화의 측면에서 볼 때 이 영화제는 그동안 자체적인 수익구조나 행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고 지원을 해야만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러한 논의 끝에 다수의 결과를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가 이렇든 간에 영진위의 통보에 따라 부산국제영화제는 당장 6억5000만원의 예산을 ‘자생적으로’ 채워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미 심사가 끝났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계자는 “일방적인 통보에 우리도 상당히 위축된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긴급 회의를 할 예정이지만 전방위적으로 예산을 감축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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