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전소미는 왜 프로듀스101의 ‘레이드몹’이 됐나

입력 2016-03-04 14: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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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접속 역할 수행(MMORPG) 게임에서 빠지지 않는 콘텐츠 중 하나가 '레이드'다.

'레이드'란 소규모의 플레이어만으로는 공략하기 힘든 강력한 몬스터를 수십여명의 플레이어가 팀을 이뤄 쓰러트리는 것을 뜻하며, 레이드를 통해 쓰러트려야하는 몬스터를 흔히 '레이드몹'이라고 부르곤 한다. 또 레이드에 성공하면 그 보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Mnet에서 방송중인 '프로듀스101'을 보고 있으면 이 '레이드 몹'을 연상시키는 출연자가 있다. 바로 JYP엔터테인먼트의 전소미가 그 주인공이다.

전소미가 101명의 출연자 중에서 특별한 존재였던 것은 사실이다.

흔히 3대 기획사라고 하는 SM, YG, JYP 중에서 유일하게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이었고, 또 트와이스의 멤버 후보로 '식스틴'에 출연해 데뷔 걸그룹 못지않은 큰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와이스가 데뷔 직후부터 엄청난 인기를 누리면서, 전소미의 '프로듀스101' 출연은 전, 현직 걸그룹의 참가보다 더 큰 이슈를 모으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전소미는 출연 직후부터 굳건히 인기투표 1위를 달렸고, 전소미의 1위는 3주동안 흔들림이 없었다.

문제는 그 결과 '프로듀스101'의 구도가 '전소미를 쓰러트려라'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조짐은 전소미의 첫 출연부터 드러났다.

전소미가 최초 등급평가에서 A클래스를 받을 때 '프로듀스101'의 제작진이 주목한 것은 여타 출연자들이 전소미의 A등급에 수긍하지 못하는 표정들이었다. 전소미에 대한 기대와 견제를 주 내용으로 하는 인터뷰를 방송한 '프로듀스101'은 A등급을 받자 "A클래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라는 출연자들의 인터뷰를 덧붙여 미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트레이닝때도 전소미에 대한 미묘한 시각은 이어졌다. 보컬과 댄스 레슨에서 전소미에 대한 트레이너들의 "성의없어 보인다"라는 지적을 부각시켰고, 자신들이 "실력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이유로 A클래스로 배치했던 그녀를 결국 B클래스를 이동시켰다.

전소미, 사진|Mnet

이는 마치 난공불락 같았던 전소미에 대한 공략법을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팀 배틀 미션도 희한하다. 팀 배틀 미션에서 전소미와 한 팀을 이뤘던 정채연(MBK), 허찬미(더블킥 컴퍼니), 기희현(MBK), 정은우(플레디스)는 모두 인기투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멤버들로, 이 정도 멤버들이 한 팀으로 모인 건 그저 우연이라고 보기 힘들다.

즉 '전소미를 이기면 1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적인 지명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며 프로그램의 편집 역시 '누가 전소미의 독주를 막을 것인가'라는 분위기를 은근히 부추겼다.

이런 출연진과 제작진의 '레이드'가 성공적이었던지, 팀 배틀 미션이 끝난 이후 순위발표식에서 1위의 자리는 김세정(젤리피쉬)이 차지했고 전소미는 2위로 내려앉았다.

재미있는 점은 1위의 자리에서 내려왔지만 전소미에 대한 견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진행중인 포지션 배틀에서 전소미가 댄스 포지션의 'Bang Bang'를 선택하자 '프로듀스101'의 센터포지션을 차지했던 최유정(판타지오)이 같은 곡을 선택했다.

물론 자신이 잘 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과 노래를 찾아간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미션곡을 선택했을 경우 좀 더 수월하게 1위 자리를 노려볼 수 있었음에도 굳이 전소미와 같은 팀을 이룬 건 또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돋보이는 만큼 도전도 감내해야한다는 건 맞다. 그러나 지금 '프로듀스101'의 구성은 거대하고 조직적으로 '전소미 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소미의 인기를 고려하면 최종적으로 데뷔 멤버에 합류할 가능성은 높고, 제작진은 이런 결과를 가지고 '전소미 레이드'는 말도 안되는 소리이고 그렇게 해서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냐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작진이 아무리 부정을 해도 '전소미 레이드'는 분명히 자신들에게 득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김세정(젤리피쉬)이다.

김세정, 사진|Mnet


전소미와 다르게 김세정은 '프로듀스101'에 출연하기 전까지 무명 연습생이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이제는 '프로듀스101' 최고의 스타가 됐다. 물론 김세정이 인기를 끈 첫 요인은 그녀가 지니고 있는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이지만, 프로그램에서 김세정을 보여주는 방식도 한 몫을 했다.

'프로듀스101' 속 김세정은 퍼포먼스와 보컬은 물론 인성까지 갖춘 '완벽한 걸그룹'으로 등장하고 있으며, 결국 인기 순위 1위에 올라섰다.

김세정의 1위는 '프로듀스101'에 여러가지로 이득이다. 이미 데뷔를 하고 팬층을 지니고 있는 출연자들보다 무명의 연습생이 더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어필할 수 있고,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인기까지 얻은 김세정인 만큼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의 홍보모델도 되고 있다.

또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에 '식스틴'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전소미와 CJ E&M의 레이블 파트너를 맺고 있는 젤리피쉬 소속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린 김세정 둘 중에 누가 더 프로그램에 이득이 될 것인지는 누가봐도 명약관화다.

사실 '전소미 레이드'도 시청률의 논리, 자본주의의 논리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수익을 위해 당연한 선택이라고 해버리면 할말은 없다.

그러나 전소미는 다 같이 힘을 합쳐 쓰러트려야 하는 몬스터가 아니라 이제 만 15살의 2001년생 중학교 3학년 여자아이일 뿐이다. 제작진은 이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

김세정, 사진|Mnet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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