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한화 1차지명선수, 왜 육성선수로 둔갑됐나?

입력 2016-04-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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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은 2016시즌 한화의 1차지명 신인이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3~4년 뒤 팀의 4번타자를 맡을 미래”라고 칭찬했던 김주현의 현재 신분은 육성선수다. 비단 한화뿐만 아니라 1군에서 즉시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지명순위에 상관없이 신인들을 육성선수로 전환하는 구단들의 관행이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김주현 경미한 부상 신분변경 이기적
‘방출 후 육성선수 전환’ 논란 연장선
KBO “제재 불가능”…규약개정 필요

‘한화 1차 지명선수가 육성선수라고?’

황당한 일이다. 2016 신인지명회의에서 한화에 1차 지명된 김주현(23)의 현재 신분은 ‘육성선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일본 2군 고치캠프와 1차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데려가 “3∼4년 뒤 팀의 4번타자를 맡을 미래”라고 극찬한 선수가 육성선수로 전락했다.

김주현은 북일고와 경희대를 거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키 188cm에 몸무게 98kg의 건장한 체격과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1차 지명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훈련 도중 허벅지 부상을 당했고, 보류선수명단(보류선수는 63명·등록선수는 65명)에서 제외됐다. 구단은 전력이 되는 선수를 1명이라도 더 보류선수로 묶기 위해 그를 육성선수로 전환해버렸다. 계약금 1억6000만원은 지급했다. ‘육성선수는 연 2700만원인 연봉 최저한도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야구규약 제71조 2항이 있지만, 김주현에겐 연봉 2700만원을 다 보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스로 육성선수 신분임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만약 김주현의 부상이 1년 동안 경기를 뛸 수 없을 정도였다면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육성군에서 모든 기술훈련을 소화 중이다. 부상 정도가 경미하다는 얘기다. 규정에 따라 5월 1일 소속선수로 등록하면 그만인 일이지만, 구단은 선수단 운영을 핑계로 1차 지명되고도 ‘육성선수’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어린 선수의 상처를 나몰라하는 꼴이 됐다. 앞으로 그를 1차 지명으로 해야 할지, 육성선수 출신이라고 해야 할지도 애매해졌다.


● 규약의 맹점을 악용하는 프로구단들

이는 비단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머지 구단들도 1군에서 즉시전력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지명순위에 상관없이 신인선수들을 육성선수로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구단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1년에 10여명의 신인을 뽑는 반면 방출되는 선수의 수가 적어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나게 된다(한화는 지난해 13명을 방출했고 여기서 일부는 육성선수로 전환했다). 기존 선수들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지명된 신인이라고 무작정 보류선수명단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KBO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구단들은 ‘보류선수명단 숫자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선수단 운영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지명순위에 상관없이 신인선수들을 육성선수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제재가 불가능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규약 제116조 1항에 따르면, 육성선수는 ‘구단이 신인드래프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선발한 선수’를 일컫는다. 드래프트를 통하지 않고 선수를 뽑으려는 구단의 만행을 줄이기 위해 제116조 2항과 규약 제117조에 ‘당해연도 고졸 육성선수는 지명·미지명 포함 최대 5명으로 제한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지명선수를 육성선수로 돌리는 것에 대한 제재는 없을뿐더러, 오히려 이 규약에 적힌 ‘고졸 육성선수는 지명·미지명 포함 최대 5명’이라는 표현 때문에 프로에 입단한 신인의 신분을 육성으로 전환할 여지를 줬다.

고졸 혹은 대졸 선수가 신인지명회의를 거쳐 프로에 입단하는 일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프로선수 1명을 만들기 위한 가족의 헌신도 만만치 않다. 힘들게 뒷바라지하면서 아들을 프로에 보냈건만, 구단은 계약금과 연봉을 보장해주면 신분이 ‘육성선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기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신인선수 피해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해야

근본적 문제의 출발은 보류선수명단이다. 구단들은 한정된 숫자 외에 1명이라도 더 전력으로 끌어들이려고 규약의 허점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한화가 논란을 일으킨 ‘방출 후 육성선수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KBO는 올해부터 이러한 꼼수를 막기 위해 ‘당해년도 소속선수 중 11월30일 KBO가 공시한 보류선수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는 공시일로부터 1년간 원소속구단과 소속선수 및 육성선수로 등록할 수 없다’고 결정했지만, 신인은 ‘당해년도 소속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구단들은 각 팀마다 차이는 있지만 100여명의 선수를 데리고 있다. 1, 2군 엔트리를 포함해도 그만큼의 선수는 필요하지 않지만 팀의 미래를 위해, 혹은 긴 시즌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많은 선수를 보유한다. 사실 이중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선수들은 한정돼있다. 재능이 있어도 1군 팀 사정상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만약 선수 포화가 문제가 된다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기회의 장을 열어주든지, 방출을 시켜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면 되지만 혹 다른 팀에서 잠재력이 터질 것을 두려워해 꽁꽁 묶어둔다. 오히려 어떻게든 뺏기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이로 인해 부푼 꿈을 안고 프로에 발을 들여놓은 신인선수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최소한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당해연도에는 육성선수로 돌리지 못하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인해 육성선수로 전환해야할 경우 웨이버공시처럼 다른 팀에 공지를 해서 우선적으로 데려갈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만약 지명한 신인선수가 1년간 뛰지 못하는 수술을 받았거나 오랜 재활이 필요한 큰 부상을 당했다면 KBO에 진단서를 제출하고 선수에게도 공지해 육성선수로 전환하는 여과과정이 있어야한다. 그해 입단한 신인선수 전체를 소속선수로 등록하는 게 힘들다면 지명순위로 우선순위를 두면 된다. 앞으로 이러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제2의 김주현이 나올 것이다. 구단들이 말하는 ‘관례’로 포장된 이기심도 답습될 것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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