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캡틴 박경수가 말하는 주장의 고충

입력 2016-04-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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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박경수. 스포츠동아DB

“주장하면서 야구 잘 하는 선수가 드문 것 같다.”

29일 kt-LG전이 열린 잠실구장. LG 양상문 감독은 경기 전 알레르기 증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류제국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 ‘주장’의 무게감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양 감독은 “(류)제국이가 갑자기 알레르기 때문에 발진이 심했다. 작년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올해 갑자기 그러더라”며 “주장을 맡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예전부터 봐도 주장하는 선수들은 야구를 잘 못했다. 선수 개인을 위해서는 주장이 없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이는 비단 류제국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었다. kt 캡틴 박경수는 “나도 미국 애리조나에서 캠프를 치르는데 피부가 다 뒤집어진 적 있다. 온 몸에 발진이 나서 타격을 하는데 아팠다. 도핑 때문에 피부약도 바르지 못하고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주장은 바쁘다. 선수단을 대표해 구단, 코칭스태프와 조율하는 역할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사람도 많고, 동고동락하는 기간도 길다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개성 강한 선수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혹 선수단의 요구를 구단에 관철시키지 못하면 괜히 죄인이 되는 기분이다. 박경수는 “잘 해도 본전인 게 주장 같다”며 웃고는 “팀에서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기면 그날 내 야구는 뒷전이다. 분위기 수습에 나서야한다. 팀이 연패에 빠지는 등 좋지 않으면 다 내 탓인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말은 이렇게 해도 박경수는 선수단에서 꽤 신망이 두터운 주장이다. 선수단 투표로 뽑힌 만큼 고참뿐 아니라 젊은 선수들의 목소리까지 귀를 기울이며 현명하게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시즌 들어가면서 조금 괜찮아졌다”며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최대한 중립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행히 우리는 고참 형들이 내 의견을 잘 받아주고,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면서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장이 힘들긴 하지만 팀을 생각하면 필요한 것 같다. 선수들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나를 믿고 하나로 뭉쳐줬을 때 보람된다”고 고마워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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