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의 ‘150억 짜리 투정’

입력 2016-06-2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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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자리 잡고 있을까. 한화 김성근 감독은 최근 ‘구단에 돈이 없다’며 팀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정작 한화는 올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총 연봉인 103억1800만원(외국인선수 및 코칭스태프 제외)을 지출했다. 스포츠동아DB

■ 로저스급 아닌 카스티요와 계약에 볼멘소리

올해 선수단 연봉총액, 10구단 중 1위
한화, 21일까지 ‘26승1무38패’ 꼴찌
34년간 연봉1위팀 꼴찌는 한번도 없어


“구단에 돈이 없는 것 같다.” 한화 김성근 감독이 최근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감독으로선 비싸더라도 기량이 확실한 투수를 원했지만, 구단에서는 또 100만 달러 이상의 대대적인 투자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화는 이미 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190만 달러, 야수 윌린 로사리오와 13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여기에 퇴출한 알렉스 마에스트리와 엔화로 최대 5000만엔(보장연봉 2000만엔+옵션 3000만엔)에 영입했다. 그리고 이번에 마에스트리의 대체 외국인투수로 영입한 파비오 카스티요와 총액 25만달러에 계약했다. 마에스트리에게 옵션을 제외한 보장금액 2000만엔만 지불했다고 계산해도 외국인선수에게만 투자한 금액이 자그마치 42억원이 넘는다.

한화 외국인선수 연봉 〉넥센 선수단 연봉총액

한화는 최근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구단이다. 올 시즌 선수 연봉총액(페이롤) 103억1800만원(외국인선수 및 코칭스태프 제외)으로 10개 구단 중 1위다. 무엇보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사상 최초로 페이롤 100억원을 돌파했다. 최하위인 넥센(40억원5000만원)보다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다시 말해 한화가 올 시즌 외국인선수에게 투자한 금액만 해도 넥센 선수단 페이롤보다 많다는 뜻이다. 국내선수와 외국인선수를 모두 합치면 한화 선수단 연봉총액은 150억원에 육박한다. 물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연봉을 포함하면 더 치솟는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은 “구단에 돈이 없다”며 특급 외국인선수를 영입하지 않은 구단에 서운한 듯한 발언을 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역대 페이롤 1위팀의 성적은?

한화는 21일 NC에 승리하면서 10위는 탈출했지만 26승1무38패(승률 0.406)를 기록하며 kt와 공동 꼴찌다. 단일시즌제가 채택된 1989년 이후 KBO 연봉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까지 연봉총액 1위 구단이 시즌 최종순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쥔 구단은 1996년 LG였다. 연봉총액은 20억7600만원으로 8개구단 중 1위였는데, 팀순위는 7위였다. LG는 1996년 페이롤 1위에 올랐지만 그 해 성적부진으로 7월에 이광환 감독을 경질하고 천보성 감독대행 체제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시즌 50승5무71패(승률 0.417)로 8위 OB(47승6무73패·승률 0.397)에 2.5게임차 앞서 가까스로 탈꼴찌에 성공했다. OB와 LG는 전년도 페넌트레이스 1위를 다툰 팀이었지만, 이처럼 바로 이듬해에 최하위를 다툰 점이 이채로웠다. 전·후기리그 제도를 채택한 1982년부터 1988년까지를 보더라도 1988년 연봉총액 1위 구단 MBC(7억760만원)가 7개 구단 6위로 떨어져 탈꼴찌를 한 것이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었다.


최근 김성근 감독의 “구단에 돈이 없다”는 발언으로 인해 오히려 한화의 선수단 연봉총액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한화가 사상 최초로 페이롤 1위 구단으로서 꼴찌로 떨어지는 불명예를 안을까. 아니면 치욕의 역사를 거부하고 반등에 성공할까. 올 시즌 한화의 최종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마산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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