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승부조작, ‘무간지옥’된 야구계

입력 2016-07-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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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야구는 계속되지만 2016년 7월20일 이전과 이후의 야구는 공기가 다르다. KBO리그를 덮친 승부조작은 야구계를 ‘무간지옥’으로 만들어 놨다. 이태양(NC), 문우람(상무)이 수사를 받으며 사태를 촉발시킨 승부조작 사건 자체는 전모가 거의 드러난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남겨졌다. 이것이야말로 승부조작이 남긴 치유하기 힘든 ‘상흔’이다. 그리고 24일 KIA 투수 유창식(24)이 KBO에 승부조작 자진신고를 했다.

정말 더 이상은 연루자가 없을까?

창원지검에서 21일 승부조작 사건 관련 발표를 했다. 그러나 하나의 의혹이 현실로 증명되자 사태는 종결이 아니라 더 큰 의구심을 낳는 쪽으로 변형됐다. “창원지검 외에도 수도권과 지방검찰청에서 승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이라는 제보가 들어왔다. 제보자는 “수도권검찰에서는 이미 복수의 선수들을 소환해 조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실제 이 제보자가 지목한 선수 중 1명인 유창식은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23일 KIA 야구단을 통해 자진신고를 했다. 그리고 24일 KBO는 공식 발표를 했다.

사안의 중대함을 고려할 때 수사기관에서 발표하지 않는 한, 실명을 거론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방, 수도권 구단을 불문하고 의혹을 받는 선수들의 리스트가 흘러나오고 있다. “투수가 아닌 선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브로커와 승부조작 가담선수가 수사에 협조한 창원지검 케이스가 아닌 한, 진전이 쉽지만은 않을 터다. 유창식은 자진신고를 했기 때문에 승부조작이 밝혀졌다.

대응이 어렵다. 그래서 더 무섭다

야구단 입장에서는 자기 팀 선수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는지를 알아내는 것에 사활이 걸린 상황이다. 그러나 이에 관한 사실 확인조차 쉽지 않은 정황이다. “우리 팀은 조사해봤는데 1명도 없다”고 말하는 구단들이 있지만 힘이 실리지 않는다. 선수들이 구단에조차도 감출 수 있는 실정이다. 모 구단은 승부조작 여부를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구단 직원이 아니라 감독이 나서기까지 했다. 아주 민감한 사안인지라 사태 파악에 접근하는 과정 자체부터가 쉽지 않다. KBO 역시 ‘7·20’ 이후 자진신고 기간을 설정했지만 현재까지 유창식 1명이 전부다. 4년 전 박현준(전 LG)의 추락을 목격했음에도 다시 승부조작이 야구판을 덮쳤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알면서도 일을 저지른 것이다. 그만큼 범죄 수법은 주도면밀해졌다. 구단, 선배, 동료에 대한 죄의식 따윈 없다고 봐야 한다. 악(惡)이 바로 우리 눈앞에 있을지 모르는데도 분간할 수 없는 현실, 그것이 승부조작이 남긴 더러운 파편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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