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영 “내가 바로 ‘미경’…설정이 필요없었다”

입력 2016-08-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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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에서는 익숙하지만, 스크린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이다. 영화 ‘범죄의 여왕’에서 ‘매력적인 아줌마’로 ‘일’을 낸 배우 박지영은 “멜로 연기도 가능하다”고 했다. 조만간 또 다른 ‘일’을 낼 그의 변신이 기다려진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영화 ‘범죄의 여왕’ 주인공 박지영

사랑도 많고 오지랖도 넓고 딱 내스타일
실제 폭탄요금 맞으면? 전 그렇게 못해요
언젠가 마동석과 멜로영화 찍고 싶네요

고작 한 시간의 대화일 뿐이었다. 하지만 배우 박지영(47)의 매력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나는 미리 덤비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하는 이 여배우는 “크고 넓은 것보다 좁고 깊게 가길 원한다”며 “연기는 물론 내 삶과 인생도 그렇다”고 했다.

스크린에서 자주 보지 못한 박지영이 제대로 ‘일’을 냈다. 새롭고도 매력적인 ‘아줌마’ 캐릭터를 25일 개봉하는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제작 광화문시네마)을 통해 완성했다. 흥행 결과와 무관하게 30년간 연기해온 박지영의 대표작으로 기록될 만한 작품이다.

“제목을 보자마자 놀랐지. 내가 범죄자야? 혹시? 다행히 여왕이다. 하하! 상업영화이든 저예산영화든 중요치 않다. 개런티 같은 것도 생각지 않았다. 이번처럼 촬영 분량이 많은 영화가 없었지만, 또 지치지 않은 적도 없었다.”

박지영은 “설정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와 캐릭터에 푹 빠져 행복감을 만끽하는 여배우의 얼굴에서는 빛이 났다.

“하얀 무명의 옷을 입고 상대 캐릭터에 맞춰 내 옷의 색깔을 바꾸는 기분이랄까. 케미스트리? 그런 게 뭔지 잘 모르지만 선택한 영화를 아주 좋아하고 즐겼다.”

배우 박지영.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범죄의 여왕’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단단히 채워진 영화다. 사법고시 2차 시험을 앞둔 아들이 사는 허름한 고시원 앞으로 수도요금 120만원이 청구된다. 엄마 미경(박지영)은 급거 상경한다. 금방 무너질 듯한 골방에 틀어박혀 사는 고시원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나선 미경은 특유의 오지랖을 자랑하며 ‘폭탄 수도요금’에 도사린 배후를 직감하고 이를 파헤친다.

영화에서 빨간 구두를 고집하는 미경은 만나는 누구에게나 말을 걸고, 손수 밥을 해주는 ‘특이한’ 아줌마다.

“처음엔 나와 미경이 동일시되지 않았지만 하다보니 완전히 내가 됐다. 미경은 사랑이 많다. 주변 모두에 사랑을 주다 결국 그 사단이 벌어지잖아.(웃음) 못지않게 나도 사람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서 밥을 먹고, 라면 먹고 간 사람도 정말 많다.”

서울 서래마을에 사는 박지영 앞으로 만약 120만원의 수도요금이 청구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됐어, 됐어’ 그러면서 넘어갈 것 같다. 이미지 때문이 아니다. 어떤 것에라도 휘말리는 상황이 겁난다. 감정을 드러내거나 나를 표출하면서 살아오지도 않았다. 동생(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처럼 앞장서진 못하지만 뒤에서 지지한다. (사회 이슈를)절대 무시하지 않고, 관심도 많다.”

박지영은 ‘범죄의 여왕’ VIP시사회에 “부모님과 남편, 두 딸, 동생까지 온 가족을 초대했다”고 했다. 처음이었다. 가족은 이구동성 ‘진짜 박지영의 얼굴이 보인다’고 평했다. 박지영은 “눈물이 핑 돌았다”고 했다.

영국 런던에서 대학을 다니는 첫째 딸과 박지영의 또 다른 거주지인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둘째는 엄마의 ‘열혈 팬’. “엄마 지켜준다면서 함께 찍은 사진도 SNS에 올리지 않는 딸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지지 속에 박지영은 또 다른 ‘로망’을 품고 있다.

“이요섭 감독한테 ‘나 멜로도 가능해∼’라고 말한다. 하하! 마동석이나 배성우처럼 뭔가 까끌까끌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매력적인 배우들과 멜로 영화를 하면 재미있겠다 싶다. 연하의 남자배우? 그러면 욕먹지.”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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