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유럽행 불발 황인범 “날 찾게 만들겠다”

입력 2017-01-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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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티즌 황인범은 포르투갈 명문 벤피카 이적을 타진했으나, 결국 무산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정말 준비돼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 또 클럽이 먼저 러브 콜을 보내올 정도로 실력을 향상시키겠다”며 다시 이를 악물었다.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포르투갈·독일 등 명문 팀과 협상 끝 결렬
이적 준비하며 내 실력 의문…오히려 후련
시간은 내 편…독기 품고 실력을 키우겠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 시티즌은 창단 20주년을 맞은 2017년 벽두부터 조용히 ‘깜짝 뉴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애지중지 키운 프랜차이즈 특급 영건의 유럽 진출이었다. 대전은 대승적 차원에서 유망주의 유럽 진출을 허용하면서 몇몇 클럽과 긴밀히 협상을 진행했다. 실제로 상당 정도 진척됐다. 포르투갈 전통의 명문 벤피카에서 대전의 공격형 미드필더 황인범(21)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 중인 독일 분데스리가의 한 클럽도 접촉해왔다. 일각에서 “이적 가능성은 99%”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황인범의 유럽행은 무산됐다. ‘즉시전력감’을 찾는 겨울이적시장의 특성상 ‘협상 진척’에서 ‘이적 완료’까지는 몇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그러나 황인범은 이 같은 상황전개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현재 스페인 무르시아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대전 선수단이 국내에서 1차 훈련을 소화한 경남 통영에서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은 밝았다. “사실 이적을 준비하면서 많이 걱정스러웠다. 아무런 준비도 안돼 있는데, 정말 잘할 수 있을지 의문도 있었다. 전혀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물론 유럽 진출의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다만 단서를 하나 달았다. “정말 준비돼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 때 떠나고 싶다. 또 내가 먼저 이적을 타진하는 게 아니라 클럽이 먼저 러브 콜을 보내올 정도로 실력을 향상시키겠다.”


-결국 잔류로 결정됐다.

“지난 시즌 직후부터 계속 유럽과 접촉했다. 걱정 반, 기대 반의 심경이었다. 그런데 얼마간 협상이 됐다가 멈추고, 또 미뤄지는 상황을 통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의 조언이 힘이 됐다. ‘뭔가를 기다릴 때는 늘 최악을 염두에 두라’는 말씀을 떠올렸다. 마냥 들뜨고 설레다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더 침체될 수 있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오히려 후련했다. 더 대비할 시간을 벌었다. 모든 것은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확실한 카드가 아니라는 얘기다.”


-프로에서의 2년을 돌아보면.

“지난 시즌 동계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2015년 말 입은 부상의 여파가 이어졌다. 운동을 하고, 하루 쉬고를 반복하며 뭔가를 하기에 부족했다. 팀 전술은 따라갈 수 있지만, 내 몸이 덜 준비되다보니 경기력이 들쭉날쭉했다. 기복이 심했다. 유럽(클럽)에서 꾸준히 전해온 피드백이 작년과 재작년의 기량에 큰 차이가 있다는 평가였다. 독기를 더 품고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대전 시티즌 황인범.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대전 유성중∼충남기계공고를 나온 황인범은 입단 첫 해인 2015시즌 14경기(4골·1도움)를 소화했다. 지난해에는 35경기에서 5골·5도움을 올렸다. 그러나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뭔가 꽉 막힌 듯했다. 과거 16세 이하(U-16) 대표팀에서 만난 전경준(44) 코치의 말을 떠올렸다. “모두 리오넬 메시가 될 순 없다. 긴 시즌 40경기 전부에서 100% 실력을 발휘할 순 없다. 어느 날은 100점, 다음 날은 30점을 받느니 차라리 80점대를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로 성장하라!” 황인범은 “결국 체력이다. 90분 동안 뛰는 경기를 부상 없이 최대한 늘리는 것이 올해 최대 목표다”고 말했다.


-이번의 아픔이 어떻게 작용할까?

“이적과정이 쉽지 않더라. 하나부터 열까지 철두철미한 시나리오대로 이뤄진다. 그간 내가 모르고 지낸 세상은 너무 넓었다. 실패가 아니다. 올해부터 함께 할 (김)진규 형이 먼저 소식을 듣고 위로해줬다. FC서울 시절 해외진출을 타진했다가 실패한 뒤에도 금세 털고 일어선 선배들의 사례를 들려주시며 주눅 들지 말라고 했다. 내가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마음을 먹으면 대개 잘 풀려왔지만, 항상 그럴 순 없다. 앞으로 더 많은 시련이 다가올 텐데, 오늘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래서 올 시즌이 더 기대될 텐데.

“언제 어디서나 공격 포인트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온전한 핵심자원으로 성장할 시간이 됐다. 지난 2년간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그런데 올해는 느낌이 강렬하다. 행복한 그림이 그려진다. 여름이적시장도 있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자란 팀이 클래식(1부리그)으로 복귀하는 데 보탬이 된다면 얼마나 의미가 크겠나? 물론 더 많은 이적료를 안기고 홀가분하게 유럽으로 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천히 가겠다. 시간은 내 편이다.”


● 황인범


▲생년월일=1996년 9월 20일

▲키·몸무게=177cm·66kg

▲출신교=대전 유성중∼충남기계공고

▲프로 경력=대전 시티즌(2015년∼현재)

▲주요 국가대표 경력=U-17 대표(2012년), U-20 대표(2014년)

통영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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