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①] ‘고백부부’ 김미경 “장나라만 봐도 눈물…진짜 母女 같았다”

입력 2017-12-20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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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새끼한테 가’라고 하는데 연로하신 어머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최근 종영한 KBS 2TV 드라마 ‘고백부부’는 배우 김미경에게 여러모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드라마를 찍으면서 자신의 주변을 더 돌아보게 됐다. 늘 옆에 있었던 가족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들이 더 소중해졌고 애틋해졌다. 그는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였고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 뿐만 아니라 주변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가족 생각이 난다고. 저도 촬영하면서 22세의 딸과 88세 어머니가 생각이 많이 났어요. 좋으면서 서글프고 애틋하고 여러 감정들이 몰려오는 작품이었어요. 여운이 한 동안 갈 것 같아요.”

김미경은 장나라(마진주 역)의 엄마 고은숙으로 분해 열연했다. 진주가 남편(손호준 분)과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은 다음날, 진주는 20세였던 시절로 돌아가고 세상을 떠났던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극 중에서 보여준 마진주와 고은숙 모녀의 모습은 웃음과 눈물 그리고 감동을 동시에 자아냈다. 그야말로 ‘현실 모녀’를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특히 고은숙이 마진주에게 “니 새끼한테 가”라고 했을 때 전국의 엄마와 딸이 울음을 터트렸다.

이 장면을 연기한 김미경은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현재 22세의 딸을 키우고 있고 88세의 어머니가 있는 김미경은 이 이야기에 바로 이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은숙이 ‘니 새끼한테 가’라는 말이 마음에 확 와 닿은 건 그게 진짜거든요. 참 불효자인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부모 없이 살아도 자식 없이는 못 살아요. 만약에 제가 아이가 없었다면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를 낳아보니 그게 맞더라고요. 제 껌딱지 딸이 제 인생의 전부거든요. 자식 없는 세상은 정말 상상도 못해요. 그러니 진주의 미래에 아들이, 그러니까 은숙의 손자가 있는데 어떻게 여기 남으라고 해요. 그건 진주의 전부를 빼앗는 거나 마찬가지일거예요. 그래서 은숙은 진주에게 모든 걸 뒤로 한 채 자식한테 가라고 한거죠. 딸을 보내야 한다는 엄마의 마음은 얼마나 슬프겠지만 어쩌겠어요, 받아들여야죠.”


작품을 함께 한 장나라, 그리고 손호준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먼저 손호준에 대해서는 “착한 송아지 같은 눈망울이 슬프게 날 바라보는데 정말 짠했다. 마지막에 진주에게 ‘나도 장모님이 보고 싶었단 말이야’라는 장면에서는 정말 ‘아이고, 어쩌면 좋아’라며 괜시리 울컥거리기도 하고. 참 열심히 하는 친구였다”라고 말했다.

이미 ‘동안미녀’에서 만난 적이 있던 장나라에 대해 김미경은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을 만큼 최고의 호흡이었다”라며 “나라가 없었으면 이 드라마를 어떻게 찍었을지 상상이 가질 않는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라는 정말 내가 배 아파서 난 딸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완벽한 연기를 펼쳤어요. 아니,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정말 그냥 나한테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제가 연기를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진심’인데 나라는 그걸 다 받아주고 또 그 진심을 제게 표현해요. 그래서 나라만 보면 그냥 눈물이 쏟아졌죠. 장나라가 아니었으면 정말 어떻게 이걸 찍었을지 상상을 할 수가 없어요. 그냥 내 마음을 쏟을 수 있는 배우였어요.”

김미경은 ‘고백부부’를 통해 ‘국민 엄마’의 계보를 잇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에 대해 그는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너무 훌륭하신 선배님들이 다들 ‘국민 엄마’가 아닌가. 내가 선배님들을 뒤따라가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하지만 대중들이 김미경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엄마’의 캐릭터는 대부분 평면적인 모습이 많았다. 자식을 위해,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단조로운 모습을 많이 보였다. 이에 인물의 이름보다는 ‘○○의 엄마’라는 주변인물로 기억된다.

여기에 김미경은 이 인물의 성격, 갖고 있는 생각을 찾아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다가가야 진심이 통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고 그런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통할 것이라는 걸 믿고 있었다.

“보통 대본에는 ‘엄마’, ‘아빠’라고 쓰여 있어요. 그런 대본을 받으면 뭔가 할 여지가 없단 말이죠. 그런데 시놉시스를 보면 엄마에 대한 설명이 살짝 나와 있단 말이죠. 막연하지만 그런 점을 보면서 이 엄마의 희로애락은 무엇일지, 성격은 어떨지를 생각해요. 엄마가 어떻게 만날 천사 같고 그래요. 엄마가 왜 화를 안 내요. 다 사람인데. 하하. 그래서 계속 그 인물이 해야 할 행동을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풀어나가려고 그래요. 화가 나면 딸 등짝도 때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죠. 사실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해요.”

→베테랑 토크②로 이어집니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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