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세일과 특가판매…근심 깊어진 아웃도어의 현 주소

입력 2019-05-27 18: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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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아웃도어 업계에서 가장 빨리 롱패딩을 선보이는 A사는 올해도 5월 중순에 롱패딩을 선보였다. 전년보다 일주일가량 빨리 출시된 이번 신제품은 작년 베스트셀러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신제품임에도 40% 파격 할인된 19만9000원에 판매를 시작했다.

# B사는 한 포털 사이트 온라인 쇼핑몰에서 기능성 소재를 적용한 여름용 반팔티 3개 들이를 1만1천원대에 판매 중이다. 통상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이른 여름에 맞춰 선보인 신제품 냉감 티셔츠가 5만원을 훌쩍 넘는 것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유명한 SPA 브랜드들의 일반 면 소재 티셔츠 3개 들이 가격과 비교해도 B사의 제품 가격은 매우 파격적이며 심지어 더 저렴한 경우도 허다하다.

# C사는 작년 11월, 51만9000원에 선보였던 고급 라인의 구스다운 제품을 반년 만에 70%가 넘게 할인된 14만원대 가격으로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 중이다. 그중 일부 판매 채널의 경우 자체적으로 진행 중인 추가 할인 프로모션 혜택까지 추가하면 정가 대비 최대 40만원가량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성장이 정체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여파로 일부 브랜드들의 무차별한 할인 정책과 제살 깎아 먹기식의 출혈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고성장을 거듭했던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장기화된 불황과 소비 심리 위축이란 악재 속에서 부정확한 수요 예측으로 발생한 재고 처리를 위해 연중 대대적인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2014년 7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5년 6조8000억 원, 2016년 6조 원, 2017년 4조7500억 원으로 급감했다. 또한 공시에 따르면 업계 1위인 노스페이스만이 유일하게 작년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을 정도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올 봄 시즌 들어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낚시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 동력 마련에 애쓰고 있지만 매출 정체가 이어지자 민망할 정도로 제품 가격을 대폭 할인하여 판매하는 현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가격 정책은 개별 브랜드가 결정하는 것이지만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폭 할인되어 시장에 내놓인 제품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은 마냥 고울 리 없다.

특히 올해는 작년 수요 예측의 실패로 남은 대량의 롱패딩 재고가 롱패딩 신제품 출시와 비슷한 시기에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란 예측이 있어 아웃도어 브랜드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될 우려가 크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들도 지나친 세일 정책은 수익성 악화는 물론 브랜드 가치를 크게 훼손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입장에서 대대적인 할인을 통한 단기간의 매출상승은 분명 달콤할 것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할인과 특가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아웃도어 제품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에베레스트 8000m급 정상과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주는 고기능성의 아웃도어 제품들이 이제는 1만원에 몇 장씩 살 수 있는 제품으로 전락하는 것을 10년 이상 아웃도어 제품들을 애용해 온 소비자들도 원하진 않을 것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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