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황동일과 최석기의 이별 속사정

입력 2019-06-18 14: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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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동일(왼쪽)-최석기. 스포츠동아DB

만일 연봉 2억원 가까이 받던 30대 가장이 다음 달부터 월급이 한 푼도 나오지 않는 처지가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누구보다 절박하게 새로운 일터를 찾거나 아니면 제2의 인생을 생각하면서 밤새도록 고민할 것이다.

6월의 V리그는 이별의 계절이다. 선수들의 계약이 6월30일로 끝나고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새 계약서를 한국배구연맹(KOVO)에 제출해야 하기에 모든 구단은 선수들과 재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의 황동일과 한국전력의 최석기는 최근 소속구단으로부터 이별통고를 받았다.

황동일은 이번에 FA자격을 얻었다. 구단은 이적이 쉽도록 FA재계약을 먼저 한 뒤 다른 팀을 찾아보도록 배려를 해줬다. 만일 다른 팀에서 데려가지 않으면 FA재계약을 하고 KB손해보험에서 은퇴했던 이선규와 비슷한 수순을 밟아야 한다. 황동일은 팀의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채 자신을 거둬줄 새로운 팀을 열심히 알아봤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때는 한국배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형 세터로 기대를 모았던 33세의 선수에게는 냉정한 현실이다. 경기대 시절 그는 빼어난 피지컬과 발전 가능성 덕분에 큰 관심을 모았다.

2008~2009시즌 창단 팀 우리캐피탈 드림식스에 1라운드 4순위로 신인지명을 받았고 열흘도 되지 않아 LIG손해보험과의 3-1 트레이드에 포함됐다. 프로데뷔 첫해 LIG손해보험의 주전세터로 신인왕을 차지하는 등 빛났던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순간 성장이 멈춰버렸다. LIG손해보험~대한항공~삼성화재 등 어느 팀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때는 팀의 필요로 미들블로커도 해봤지만 세터처럼 성공하지 못했다. 혹자는 많은 감독들이 이런저런 주문을 하다 보니 원래의 좋은 기량을 잃어버린 케이스라고도 한다. 원인이야 어떻든 좋은 선수가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여서 안타깝다.

최석기도 마찬가지다. 최근 소속팀으로부터 방출통고를 받았다. 미들블로커가 귀한 대접을 받는 현실에서 아직 선수로서 기량은 충분했지만 한국전력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젊은 팀을 만들겠다는 구단의 의지와 새로운 팀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에 따라 베테랑을 정리했다. 이재목도 이 과정에서 함께 유니폼을 벗었고 최근 실업배구 팀으로 갔다. 예상 못 한 이별통고에 “당황스럽다”고 솔직하게 속내를 밝힌 최석기도 새 팀을 찾아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33세의 나이와 적지 않은 연봉이 걸림돌이다.

우리카드도 우상조 이수범 이동석 김석민 등 4명을 웨이버로 공시하며 새로운 길을 찾도록 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선수가 이미 팀을 떠났고 또 떠날 것이다. 프로배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 흘린 많은 땀과 오랜 시간의 결과가 이처럼 허무한 결말이라는 것을 팬들은 가끔 잊어버린다. 코트에서 보여주는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 뒤에는 이처럼 힘든 삶의 현장도 존재한다. 이번에 소속 팀을 떠나는 선수들에게 또 다른 배구선수로, 혹은 배구선수가 아닌 제2의 인생에는 꽃길만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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