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드라 오 “‘킬링 이브’는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장르의 결합” [인터뷰 전문]

입력 2019-06-26 10:2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킬링 이브’는 스파이 스릴러물 중에서도 매우 독특하죠.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장르가 합쳐졌다고 할 수 있어요.”

월정액VOD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가24일 공개한 제작노트에서 드라마‘킬링 이브’의 주인공 이브 폴라스트리를 연기한 배우 산드라 오는‘킬링 이브’를 이렇게 평가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해 ‘킬링 이브’ 제작진들을 통해 이뤄졌다.

‘BBC아메리카’가 제작한‘킬링 이브’는 기존의 첩보 장르의 규칙을 전복하고 새로운 서사를 쓴 역작이란 찬사를 받고 있다. 지난달 열린BAFTA 영국 아카데미TV 시상식에서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고 최우수드라마상 등3관왕에 오르며 최다 노미네이트, 최다 수상 작품이 됐고, 그 전달 열린TV 크래프트 어워즈에서도 가장 많은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음악상 등2관왕에 오르는 등 각종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상을 쓸어담고 있는 최고의 드라마다. 국내에서는28일부터 왓챠플레이를 통해 단독 공개된다.

특히, 인기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를 통해 얼굴을 널리 알린 산드라 오는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이브 역을 연기해 2019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계 배우 최초이자, 아시아계 배우로는38년 만에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산드라 오는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한국말로“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수상 소감을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아시아계 여성 배우로는 최초로 골든글로브 시상식의 사회를 맡았고, 아시아계 여성 최초로 골든글로브2관왕(2006년‘그레이아나토미’로 여우조연상)을 이룩하는 역사도 세웠다.

산드라 오는 골든글로브 외에도 SAG어워즈(전미배우조합상)와 비평가협회(BFCA)시상식 등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고, 아시아계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에미상TV부문에서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산드라 오는 지난4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산드라 오는 인터뷰에서“‘킬링 이브’는 서로를 꼭 찾아야만 하는 두 여성들의 캐릭터 대결”이라며“이야기는 두 개의 평행선을 따라가는데, 결국에는 여러 장소에서 교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두 평행선이란 산드라 오가 연기한 영국정보국(MI5)의 명석한 보안 담당자 이브의 이야기와 조디 코머가 연기한 싸이코패스 암살자 빌라넬의 이야기다.

산드라가 연기한 이브는 멋진 첩보원이 되는 걸 꿈꾸지만 실제 하는 일은 사무직원과 다를 바 없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영국정보국(MI5)의 보안 담당자다. 이브는 그런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중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싸이코패쓰 암살자 빌라넬과 쫓고 쫓기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산드라 오는 “이브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말려든 평범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그녀는“(이브는) 좋은 직업과 좋은 동료들을 지녔고, 인생의 모든 게 잘 풀렸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는 뭔가가 더 있다. 이브도 그 뭔가를 더 찾고 싶어하게 된다”며 “관객들이 이브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랬다”고 말했다.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장르의 결합”이라는 산드라 오의 표현대로 ‘킬링 이브’는 첩보스릴러라는 익숙한 장르를 기존과 다른 낯선 캐릭터 설정과 새로운 서사구조로 다시 써내려간 작품이다. 그런 만큼 주연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매우 중요했다. 그리고 산드라 오는 이 역할을 가대 이상으로 완벽하게 수행했고, 이 드라마를 통해 최고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이 드라마의 각본을 쓰고 총제작을 맡은 피비 월러브릿지는 산드라 오의 연기에 대해“산드라는 이브에게 배짱과 따뜻한 가슴, 용기와 연약함과 지성을 모두 가져다 줬다”며“다른 사람이 이 역할을 맡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산드라는 정말 대담하고, 똑똑하고, 대본을 넘나들며 캐릭터에 대해 정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배우”라고 찬사를 보냈다.

제작진 뿐만 아니라 언론과 비평가들로부터도 산드라 오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롤링스톤’은 ‘킬링 이브’에서의 산드라 오를 “눈을 떼지 못하고 볼 수밖에 없는 배우다. 표현력이 풍부하고, 복합적이며, 풍자적인 위트와 깊은 파토스(연민을 자아내는 힘)가 뒤섞여 있다”고 묘사했고 미국의 연예 전문매체<벌쳐>는 산드라 오를TV 분야에서 현재 최고의 여배우로 평가하며 그녀의 연기를“고도화된 질서의 마법”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즈’는 ‘킬링 이브’의 산드라 오와 조디 코머를 TV 부문 ‘2018년 최고의 연기’로 선정했다.

다음은 산드라 오의 인터뷰 전문이다.


-관객들이 ‘킬링 이브’에서 만나게 될 세계는 어떤 곳인가요?

“‘킬링 이브’는 여러 장소에서 결국 서로 교차하게 되는 두 개의 평행선 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전개돼요. 한 개는 제가 연기하는 이브의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조디 코머가 연기하는 빌라넬의 이야기죠. 이브의 임무는 이 암살자를 찾는 거에요. ‘킬링 이브’는 독특한 스파이 스릴러물이고, 서로를 꼭 찾아야만 하는 두 여성들 간의 캐릭터 대결 이에요. 굉장히 위트와 유머가 가득하죠. ‘킬링 이브’는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장르가 합쳐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흥분 되었나요?

“피비와 함께 작업한다는 점이었죠. 피비가 쓴 부분은 정말 신선하고, 아주 대담하게 웃기고 또 엄청나게 드라마틱 했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너무나도 좋았어요. 결국에는 이 드라마를 인간적이게 만들고 또 공감할 수 있게 해줬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짜로, 삶이란 게 그렇잖아요. 웃기고, 슬프고, 신이 나다가, 위험해지고, 또 황당하고. 그래서 그냥 코미디나 혹은 드라마 장르보다는 훨씬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브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이브라는 배역을 관객들의 시선에 보이는 그 모습처럼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브는 평범하지 않은 상황에 말려든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관객들이 이브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어떤 점에서 보면 그녀는 그냥 자신의 직업이 썩 맘에 들지는 않고 또 인생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사는, 그런 평범한 여자일 뿐이니까요. 이브는 빌라넬 덕분에 에너지를 얻게 되고, 그렇게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세계에서 빠져나오게 되는 거죠.”

-이브의 세계는 어떤 곳이고 또 거기에는 무엇이 있나요?

“이브를 처음 보면, 이브의 삶이 어떤지 바로 보이죠. 남편인 니코와는 정말 사이가 좋고 또MI5에서 일하고 있요. 좋은 직업과 좋은 동료들을 지녔고요. 인생의 모든 게 잘 풀렸네요, 그렇죠? 하지만 우리의 삶에는 뭔가 더 있어요. 그리고 이브도 결국에는 그 뭔가를 찾고 싶어하게 되죠.

그래서, 시리즈 초반부에서는 런던에 있는 이브의 집과 사무실에서 이야기가 진행돼요. 그렇지만 빌라넬이 이브의 인생에 스며들기 시작하고 이브가 빌라넬을 추적하게 되면서,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한 멋진 모습을 점점 보게 되죠.”

-의상 부서가 이브의 외모를 어떻게 만들어 주던가요?

“솔직히 의상 면에서만 본다면, 조디의 의상들이 좀 부러웠어요! 빌라넬은 그 멋진 디자이너 의상들을 입는데 비해서 이브는 좀 더 현실적이고 구질구질한 옷을 입죠. 정말 이브한테 딱 이에요. 메이크업이랑 헤어 면에서도, 빌라넬은 캐릭터 자체가 많은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일인데요. 그에 반에 이브는 자신에게 딱 맞는 일종의 한결같은, 피곤한 듯한 모습이 있어요.”

-러시아로 가기로 결정했을 때 이브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들었던 건가요?

“사실 이브의 머리와 마음이 러시아로 가게 했다기 보다는, 이브의 직감이 그녀를 런던에서의 안락한 삶과 남편 니코를 떠나게 만든 것이죠. 빌라넬과의 첫 대면 이후로 이브는 계속 그녀와 접촉하게 되는데요. 바로 이게 이브를 러시아로 가게 만든 원동력인 거에요.”

-킬링 이브가 특별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킬링 이브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특유의 신선한 톤인 것 같아요. 우리는 이 캐릭터들을 보여주기 위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정말 신선하고 색다르게 만들어서, 거의 새로운 장르에 가까운 새로운 톤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피비는 여러 겹의 복합적인 이야기를 쓰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요. 허무맹랑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건 엄청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