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선동열 국정감사가 보여준 것

입력 2018-10-11 13:32:00
프린트

선동열 감독. 스포츠동아DB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선수 선발논란으로 비난을 자초한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10일 국회청문회에 섰다. 병역면제를 위해 실력도 되지 않는 선수를 뽑았다는 비난여론이 들끓자 정치인들이 끼어들어 국정감사장이라는 마당이 차려졌다.

예상했던 대로였다.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날카로운 질문을 하지 못했다. 스포츠 세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매스컴에 보도된 단편적인 내용을 가지고 질문을 했다. 원하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선동열 감독은 “실력대로 뽑았다”고만 주장했다. 그 말을 반박하려면 야구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하고 주변의 전문가들로부터 최소한 속사정이라도 들어야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 헛다리 긁는 질문에 정작 중요한 핵심은 없었다

이날 기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듣고 싶었던 것은 왜 그동안 뽑지 않겠다고 본인 입으로 말해왔던 오지환을 뽑았느냐는 것과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지막에 마음이 바뀐 이유였다.

불순한 청탁이 의심스럽다면 본인의 동의를 얻어 계좌추적 등 물증을 찾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면 된다. 누구를 뽑아도 상관없었기에 선수인생 살리는 셈 치고 뽑았다면 감독이 그 판단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된다. 그것이 아니라 정말로 당시 실력이 좋다고 감독이 믿었다면 비난했던 대중이 선동열 감독에게 도리어 사과해야 한다.

하지만 모두 헛다리만 긁고 있었다. 질문의 수준은 한참 기대에 못 미쳤다. 실력대로 뽑았다는 것을 믿지 못해서 대표팀 감독을 국회로 불러낸 것이라면 오지환이 대표팀에 뽑힐 정도의 실력인지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누구도 없었다. 과연 국회의원들은 오지환이 정말로 어떤 선수인지 알고나 질문을 했는지 답답했다. 어느 의원은 오지환과 김선빈의 2017년 성적을 보여주고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실수가 아니라면 지난 시즌과 현 시즌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그랬을지 궁금하다.

● 야구는 단순히 숫자로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야구팬을 단순히 표로만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는 것이 있다. 선수의 능력은 단순히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다. 중요한 경기에서의 대담성, 하고자 하는 의지, 동료들과의 조화, 리더십, 경기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센스 등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기록조차 없다. 그래서 신인선수 스카우트가 어렵고 대표선수 선발 때도 항상 뒷말이 나온다. 수많은 기록 가운데 어디에 더 가중치를 주느냐에 따라 선택도 달라지기에 정답도 없다. 단지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스포츠에는 단순히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현재 그 선수의 컨디션, 기세 신체사이클이 과거의 기록보다 승패에 영향을 더 미친다. 그래서 오늘 이 경기, 이번 대회에서 좋은 플레이를 해줄 선수를 선택하는 감독자리가 어려운 것이다. 의원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겠지만 야구를 통계학적으로 접근해서 분석하는 세이버메트릭스도 숫자가 감히 야구와 선수의 모든 것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다.

● 스포츠와 정치가 만나면 블랙코미디가 탄생한다

스포츠세상이 아주 순수해서 정치와는 상극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다. 다만 스포츠는 스포츠만의 룰과 세상이 있다. 그것은 쉽게 외부인이 알기도 감히 끼어들기도 어려운 복잡한 영역이다. 물론 그들만의 세계에서 상식에 맞지 않은 일도 벌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정치가 스포츠에 끼어들어서 잘못된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임감독이 집에서 TV로 야구경기를 보면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에게는 할 말도 없다. 감독연봉과 판공비를 따지던데 우리 국민들은 의원들이 받아가는 세비와 특별활동비에 더 분노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의 논리라면 앞으로 대한민국 모든 스포츠의 대표팀을 뽑을 때 국회의 감사를 받아야한다는 얘기인데 그것은 국력과 국가예산의 낭비다. 정치인이 굳이 나서지 않더라도 스포츠를 지켜보는 대중의 감시와 비난이 그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다.

블랙코미디 같은 이번 국정감사를 보면서 기자는 의문이 생겼다. 혹시나 다른 국정감사도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지 여부였다. 만일 그렇다면 정말로 큰 죄를 진 사람들도 국정감사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스페셜

이전 다음

뉴스스탠드

최신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