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사적순간’이라는 게임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게임 -> 교육’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인기 유료 부문에서 1위, 인기 무료 부문에서 5위다. 게임 전체 신규 인기 유료 부문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출시일은 지난 7월. 약 5개월이 지난 지금 뒤늦게 주목을 받은 셈이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적혀있는 사용자 리뷰를 살펴보자. ‘재밌네요. 몇 번 플레이 후에 바로 결제했습니다. (중략) 좋은 앱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 감사드립니다. 역사공부 재미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도움 되는 공부쪽으로 많이 말들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고입니다. 별 5개가 부족합니다’ 등등. 게임 앱에 달려 있는 리뷰가 맞는지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칭찬 일색이다. 궁금해졌다. 대체 왜?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역사적순간은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초등학생 또는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할 수 있는. 게임과 함께하는 교육을 꿈꾼다. 역사적순간의 이념부터 재미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게임 중독이 사회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게임, 유익한 게임이 많아진다면, 건전한 게임 문화로 진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겠습니다’란다.
이에 지난 2014년 12월 29일,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성북구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이하 성북구 비즈니스 센터)’에서 역사적순간을 개발한 김경우 대표에게 연락해 직접 만났다. 참고로 성북구 비즈니스 센터는 지난 2011년 개소해 1인 창조기업 프로젝트 계약 수주, 일반매출, 정부출연자금 유치 지원과 함께 신규 창업지원, 지식재산권 출원지원, 네트워크 활동지원, 전문가를 통한 기술자문, 법률/세무상담, 창업교육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특히, 지난 2013년에 중소기업청이 전국 46개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를 대상으로 세부 평가지표에 의거 서면 및 현장평가를 진행한 결과, 성북구 비즈니스 센터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인 창업, 1인 개발.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역사적순간은 김 대표님이 직접, 혼자서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람된 질문이지만, 어떻게 개발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말이 1인 창업, 1인 개발이지. 그거 정말 어려운 일 아닌가.
김경우 대표(이하 김 대표): 하하. 맞다. 정말 힘든 일이었다(웃음). 먼저 지난 얘기를 좀 할까 한다. 나는 개발자다. 지금도 개발자고. 흔히 사람들이 얘기하는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곳은 네오엠텔이라는 모바일 UI 개발사였다.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6년간 일했다. 당시 MP3 플레이어나 일반 휴대폰(피처폰)에 탑재되는 운영체제의 UI를 개발했다. 현재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안드로이드나 iOS의 UI를 개발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LG전자, 삼성전자 등과 협력해 개발했다. 혹시 햅틱UI를 아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를 보며) 삼성전자 MP3플레이어 YEPP의 UI도 개발했고. 열심히 일했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많이 어려워졌다. 여담이지만, 약 2, 3년만에 관련 업계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에 처했다. 네오엠텔에서 퇴사한 뒤에 2012년부터 2013년 5월까지 페이스북용 SNS 게임 소울크래쉬를 개발 팀장으로 일했다.
IT동아: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다가 1인 창업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김 대표: 여러 사정이 겹쳤다. 어느새 나이도 마흔을 넘어 마흔둘이다. 기로에 섰었다. 새로운 직장을 찾을 것인가.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앞으로 4, 5년 뒤면 다시 어려워지지 않을까. 결심을 굳혔다. 조금이라도 젊고 건강할 때 창업에 도전해보겠다고. ‘내 일을 해보자’라고 다짐했다. 모바일 UI와 게임 개발이라는 나만의 능력을 한번 발휘해보고 싶었다. 1인 창업을 결심한 뒤, 다행히 지난 2014년 7월에 창업진흥원에서 모집한 ‘스마트 창작터’에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되어 역사적순간의 개발을 시작했다. 창업을 결심한 뒤 자금 압박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웃음).
IT동아: 그만큼 능력을 인정받은 것 아니겠는가. 아, 역사적순간은 일반 게임이 아닌 교육용 게임이다. 이 아이템을 어떻게 생각하게 된 것인지.
김 대표: 고향이 대구다. 대구에서 잠깐 사업을 했었는데, ‘사이버 가정학습’이라는 정부 사업이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해 가정에서도 교육할 수 있도록 돕는 이러닝 사업이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CD 타이틀도 만들었다. 이 때의 경험과 모바일 UI, 게임 등을 개발한 경험을 살렸다. ‘게임과 교육을 접목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 그것 하나로 역사적순간을 기획했다.
역사적순간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과 7살 딸을 기르는 중인데, 우리 아들 참 게임 좋아한다(웃음). 밥도 안먹고, 학교도 안가고 스마트폰만 줄곧 만지작거린다. 하루는 아침일찍 학교가기 전에 엄마에게 혼나고 울면서 나가더라. 그 모습을 보고 짠했다. 그날 저녁, 집에 와봤더니 아이가 각서를 쓰더라. 하루에 게임을 얼마나 하겠다라는 내용의. 그 때 생각했다. 우리 아들도 좋아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게임을 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것을 개발해야겠다 라고.
“중요하지만, 쉽게 잊는 것. 우리의 역사”
IT동아: 교육. 학습할 수 있는 게임. 의도가 참 좋다. 여러 학습 중에서도 굳이 ‘역사’를 선택한 것이 궁금한데.
김 대표: 우리나라 사람들, 역사에 정말 관심 많다. 삼삼오오 모여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알게 모르게 역사를 얘기한다. 얼마 전, 명량이라는 영화가 주목 받은 것도 다 이유가 있어서 아닌가. 하지만, 뒤돌아서면 또 금방 잊는다. 역사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신경을 덜 쓰는. 그렇지 않은가. 어른도 이런데, 우리네 아이들은 어떤가. 조금만 지나도 잘 잊는 우리 아이들에게 뭔가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역사를 선택했다. 그리고, 게임을 아주 쉽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고자 마음먹었다. 쉬운 게임이라는 목표는 과거 게임 개발사를 다닐 때도 생각했던 부분이다. 지금 모바일 게임은 RPG가 주류다. 그런데, RPG는 실행 방법이 너무 어렵다.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아이템, 스킬, 육성, 제조, 강화 등. 너무 어려운 게임은 아이들에게 맞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튜토리얼도 필요 없을 정도로 쉽고 단순한 게임을 목표로 개발을 시작했다. 역사적순간은 주요 역사 연도에 따라 카드가 등장한다. 게임은 이 카드(역사 순간)를 연도순으로 맞추기만 하면 된다. 게임을 설명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튜토리얼도 없다(웃음).
IT동아: 지난 7월,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선보인 것으로 알고 있다.
김 대표: 현재 무료 앱과 유료 앱, 두 가지 버전으로 선보였다. 무료 앱은 시험판이다. 새로운 내용을 업데이트하지 않는. ‘역사적순간은 이런 게임입니다’라고 맛볼 수 있는 정도다. 일종의 베타 버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유료 앱 가격은 1,000원이다. 새로운 역사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중이고, 사용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지속적으로 다듬는 중이다.
아, 역사 순간을 담은 카드를 눌러보면 당시의 간단한 설명도 나온다. 학습모드와 학자모드 2가지로 제공 중인데, 연도순으로 카드를 정렬하는 방식은 똑같다. 다만, 학습모드는 6장의 카드를 맞추면 다시 재정렬되지만, 학자모드는 계속 카드가 쌓인다. 자신의 역사 지식을 시험할 수 있으니 기자님도 꼭 한번 해보시길 권한다(웃음).
IT동아: 이곳에 오기 전에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사용자 리뷰를 한번 읽어봤다. 게임에 대한 리뷰에 ‘고맙다’라는 리뷰가 있더라. 이것 참… 대단하다.
김 대표: 그러게 말이다(웃음). 다들 고맙다고 하신다. 참… 뿌듯하다. 우리 아이도 역사적 순간을 즐겨 한다. 하하. 음…. 사실을 말하면,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다(웃음). 어느 정도 하더니, 다시 쿠키런으로 넘어가더라(웃음). 그래서 다짐했다. ‘다음에는. 기필코. 쿠키런보다 더 재미있는 교육 앱을 만드리라’라고. 기대해달라.
IT동아: 현재 한국사만 내놨다. ‘역사적순간: 한국사 게임’ 버전. 다음은 ‘역사적순간: 세계사 게임’인가?
김 대표: 맞다. 세계사편과 중국사편을 준비 중이다(웃음). 한국사편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 등록한 상태이고, 곧 네이버 N스토어에도 올릴 예정이다. 아, iOS 버전도 등록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유료 버전을 등록하는게 꽤 어려워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 (어떤 점이 어려운지 묻자) 이유가 참… 설명서가 영어 아닌가(웃음). 한국사편 업데이트와 세계사편 개발할 시간도 부족한데, 영어 설명서를 읽으면서 등록을 준비하니 꽤 어렵더라.
이번에 게임을 개발하고 준비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구글이나 애플, 네이버 등 앱스토어를 제공 중인 곳에서 등록 방법에 대해 좀 쉽게 알려줬으면 좋겠다. 나처럼 앱스토어 등록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꽤 있다(웃음).
1인 창업의 어려움, 비즈니스 센터에서 해결하다
IT동아: 이 곳, 성북구 비즈니스 센터는 처음 와봤다. 들어오면서 보니 김 대표님 외에도 여러명이 있던데.
김 대표: 현재 성북구 비즈니스센터에는 약 30개 업체가 입주한 상태다. 대부분 1인 창업이다. 개인적으로 성북구 비즈니스 센터에 참 고맙다. 이 안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역사적순간을 선보이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얻었다. 혼자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하니 모르는 것이 많다. 그럴 때마다 주변 분들이 여러 정보를 주고, 모르는 부분을 알려 주신다. 가끔은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고.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정말 개발만 했다.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다. 어떤 분은 마케팅만, 어떤 분은 영업만, 어떤 분은 디자인만 하셨다. 당연히 각자 전문 분야에서는 남 못지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 외적인 부분은 서로 잘 모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서로 알게모르게 챙기게 되더라.
이번에 창업하면서 마치 야생으로 맞 나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글쎄. 이전 직장생활 때는 마치 잘 만든 동물원 안에 갇혀 있었다면, 지금은 세렝게티에 홀로 던져진 기분이다. 무한 경쟁 아닌가. 결국 역사적순간이라는 작은 목표를 이루고 난 뒤에 생각을 고쳤다. 여기서 살아남자고. 여기서 살아남는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내 작은 바람이자 목표다(웃음).
IT동아: 함께 정보를 공유한다라…. 경쟁자이면서 협력자라는 건가. 재미있다.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라는 점이.
김 대표: 각자 창업을 준비하고 있지만, 큰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협업하는 관계라고 할까.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의 큰 집단으로 바뀌기도 한다. 서로 가진 재능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은가.
IT동아: 1인 개발, 1인 창업. 무엇이 가장 어려웠었나.
김 대표: 직장생활할 때는 몰랐던 부분. 바로 사람 관리더라. 혼자서 개발하다 보니, 부득불 외주를 써야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역사적순간의 카드를 그리는 디자인이 대표적이었다. 외주를 준다는 것은 결국 사람 관리를 직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관리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리고 기획이다. 사실 이전 회사에 있을 때는 기획이라는 것이 이토록 중요한지 잘 몰랐다. 다른 사람의 기획서를 보며 ‘내가 써도 이거보다는 잘 쓰겠다’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디자인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런데, 이걸 직접 해보니 알겠더라. 역사적순간을 개발하면서 뭔가 기획이 점점 산으로 가는 것을 느꼈다(웃음). 처음에 기획한 역사적순간은 캐릭터를 키우고, 대전도 하고, 육성도 하고, 랭킹도 넣고. 그랬었다. 지금은 단순히 카드를 맞추는 게임으로 바뀌었지만(웃음).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기고, 자금에 시달렸다. 참.. 어렵긴 어렵더라.
마지막으로 하나 더. 혼자 하다 보니 함께 대화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었다. 어느 정도 역사적순간의 개발을 끝내고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다들 ‘이런 기능은 왜 없느냐’라거나 ‘이래서 되겠어?’라고 단점을 지적했다. 좋은 얘기보다 안좋은 얘기를 더 많이 듣게 되더라. 이럴 때 함께 얘기하면서 ‘으쌰으쌰’할 사람이 필요한데, 그런 사람이 주변에 없으니 힘들더라. 뭐, 지금생각하면 당연히 안좋은 말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베타 버전을 보여준 셈인데, 무슨 좋은 말을 들을 수 있었겠나(웃음).
IT동아: 그런 어려움을 겪었기에 지금의 역사적순간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김 대표: 1안 창업도 결국은 사업이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차기 계획도 세워야 한다. 그런데, 혼자 개발하고 모든 일을 처리하니 정말 시간이 부족하다. 언젠가부터 주말에 쉬지를 못한다. 항상 여기, 센터에 나와 있다. 성북구 비즈니스센터에 나처럼 생활하는 사람, 꽤 많다(웃음). 하지만, 불안하지만, 자신이 생겼다.
직장이라는 곳에서 일할 때는 ‘연봉’이라는 목표에 묶여 있었다. 하지만, 창업은 다르다. 하는 만큼, 노력한 만큼 돌아온다. 요즘은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고. 그래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미래의 교육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책을 보면서 암기하는 것만이 교육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처럼 교육도 즐겁게,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는 기능성 게임을 통해 교육하는 일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은 기능성 교육 게임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계속 시장을 키우고 있다. 목표. 하나다. 교육용 게임을 개발할 것이다(웃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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