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 Talk]백지영“내년백마탄왕자만나총맞은듯결혼한대요”

입력 2009-02-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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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 방송사에서 만난 백지영에게 “‘총 맞은 것처럼’은 청소년들로 하여금 총기사용을 부추길 수 있으니 청소년한테 유해한 노래”라고 농담을 했다. 또 “언제는 ‘사랑 안해’라고 하고, 그 다음 ‘사랑 하나면 돼’라고 말을 바꿔, 청소년들에게 거짓말을 일삼게 할 수 있으니 그 역시 유해한 노래”라고 했다. 백지영은 크게 웃으며 “나는 청소년에게 해로운 가수”라며 맞받았다. 그런데 그녀와 만나기로 한 날, 공교롭게도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입술을 주고’ ‘밤새도록’ ‘이리와’ 청소년 유해매체 판정을 내렸다. 그녀는 그냥 웃었다. 그리고 “보수적인 어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걸 이해할 수 있지만 내 노래가 선정적이라 생각하니 서운하고 섭섭하다”고 했다. 서울 홍익대 인근 ‘와이너리’ 3호점에서 백지영을 만났다. 그녀를 위해 초콜릿향이 감도는 붉은 와인을 골랐다. ○“‘총 맞은 것처럼’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 생각했다” - 이번 앨범이 잘 안 되면 인기가 다시 추락할 수 있다는 부담은 없었나. “히트 안하면 어떡하나, 그런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안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사랑 하나면 돼’는 사실 ‘사랑 안해’의 연장선이었다. 그게 지나친 욕심이었다. ‘발라드 노래 겨우 한 장 낸 가수가 뭔 변화를… 사람들이 원하는 걸 불러야지’하는 마음으로 ‘사랑 안해’와 비슷한 노래를 했다. 도전 정신이 없었다. 묻어가려 했다.” - ‘총 맞은 것처럼’이 이렇게 잘 될 거라 예상했나.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 생각했다. 처음엔 작곡가(방시혁)에게 제목이라도 바꾸자 했다. 발라드는 일부러 이슈를 만들려고 자극적인 제목을 쓰는 건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발라드는 은유하고 기다리고 참는 건데 ‘이건 아니다’했다. 하지만 내가 틀렸다.” -‘총 맞은 것처럼’으로 돈은 좀 벌었나. “온라인·디지털 음원 수입 정산이 3월에 이뤄져 아직 모른다. 하지만 ‘사랑 안해’보다는 못하다. 경기가 계속 안 좋아지는 것 같다.” ○ “태연은 말이 통하는 친구” - 지난해 아이들 그룹의 경쟁 속에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한 30대 여성이다. “아이들(idol)가수들은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이나 변신의 폭을 넓혀준다. 그들이 여러 장르에 도전해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면서 나도 그들의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완성도를 높이려했다. 그러다보니 음악적 시도와 변신의 폭이 넓어졌다.” - 경쟁이라 생각하지 않나.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다. 하지만 그들에게 배울 점이 있는 선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했다. ‘왜 또 나왔어?’ 이런 이야기 들으면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 아이들 가수들에게 다가가기 어렵지 않나. “후배들이 나를 좀 힘들어하는 것 같긴 하지만 힘들어하지 않는 어린 후배들도 있다. 승리(빅뱅)도 그렇고 소녀시대 아이들도 나를 좀 좋아하는 것 같다. 하하. 너무 편하게 대해서 좋다. 태연과는 말도 잘 통한다. 나이에 비해 깊고, 정서적으로 많이 성숙한 아이다.” - 우리나라는 마돈나나 아무로 나미에처럼 댄스 여자가수가 롱런하기 힘든데. “누군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 조급하면 안될 듯하다. 물론 음악도 좋아야 하고 연습도 많이 해야 되지만, 앨범 한 장 반응이 좋지 않다고, 앨범 출시가 늦어졌고, 뛰어난 신인가수가 많이 나와 가요계 판세를 바꾸었다고… 이런 것들로 조급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초연해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 그럼 백지영 고유의 스타일은 뭘까.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단지 남들하고 좀 다른 음색이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떤 노래를 하든 비슷비슷하게 들린다는 단점도 있다.” ○ “백마 탄 왕자, 언젠가 나타나겠지” -시집갈 나이다. 올해 계획은 없나.(백지영은 76년생) “재작년까지는 결혼에 안달이 났었다. 작년부터는 그러고 싶지 않더라. 제대로 된 사람을 기다려보자는 생각이다. 조급하게 생각하면 안목이 좁아지게 마련이다. 그동안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지금 뒤돌아 생각하면 참 위험한 생각을 했다. ” - 그래도 너무 행복해 보인다. “맞다. 요즘 너무 행복하다. 남자친구만 있으면 되는데 하나님이 한꺼번에 다 주시지는 않는가보다. 하하.”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나. “난 아직 외모를 본다. 조각미남을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수한 남자가 좋다. 그리고 나를 좀 쥐고 흔들었으면 좋겠다. 들었다 놨다 하고, 웃겼다 울리고 하는 남자가 좋다. 그런데 끼 많은 남자는 싫고, 외모는 준수해야 되고, 아버지처럼 덩치도 듬직해야 되고, 과묵하면서도 웃음엔 인색하지 않고….(웃음)” - 그런 백마 탄 남자가 언제쯤 나타날까. “한 TV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유명한 타로점술사에게 점을 봤는데, 내년에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한 대운이 한 번 있다고 하더라. 내년 3월에 배필을 만나 6개월 만에 결혼한다고 하더라.” 백지영은 “댄스음악은 내게 긴장감을 갖게 한다”며 앞으로도 ‘입술을 주고’와 같은 댄스음악은 계속할 거라 했다. 댄스음악은 또 발라드보다 트렌드가 민감해 ‘감’을 잃지 않게 해준다고도 했다. 이따금씩 와인잔을 부딪혀가며 두 시간 넘게 이어지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녹음실에 가야한다”는 그녀의 말에 아쉽게 끝났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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