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밥 파는’ 여배우 연송하, “나는 무명배우다”

입력 2017-04-22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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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연송하. 스포츠동아DB

배우 연송하(33)는 스스로 ‘무명배우’라고 칭한다. “아직 대표작이 없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차근차근 작품의 수를 늘리는 상태이고, 언제가 자신에게도 세상의 시선이 다가오리라 믿고 있어서다.

연송하는 최근 한석규·김래원 주연의 영화 ‘프리즌’에서 유일한 여배우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영화 오프닝을 여는 장면에 출연, 짧은 등장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프리즌’은 연송하를 제외하고 출연진이 전부 남자 배우들로 채워진 탓에 그는 촬영장에서 “의도하지 않게 귀한 대접을 받았다”며 웃었다.

연송하는 벌써 16년째 연기를 하고 있다. 한국예술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연극 무대에 섰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데뷔작. 이후 경기대학교 연기과에 진학했고, 대학로 극단 골목길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어릴 때부터 자주 봤던 연극을 향한 동경”이 연송하를 연기로 이끌었고, “고등학교 때 처음 오른 무대”가 그에게 확신을 줬다.

연송하는 현재 한 포털사이트에서 ‘스토리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무명배우’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무명배우로 살아가는 그 자신의 이야기이자, 그가 만나는 또 다른 무명배우들의 사연을 담아내는 프로젝트. 6월25일까지 2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한 그는 이를 통해 세상이 주목하지 않지만 각자의 꿈을 치열하게 실현해가는 무명배우들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완성할 계획이다.

출연할 작품을 찾기에도 바쁜 시간, 그는 왜 스토리펀딩을 시작했을까.

“불과 일주일 전까지 지하철 선릉역 1번 출구에서 김밥을 팔았다. 매일 장을 보고, 새벽 3시에 일어나 김밥을 써서 아침 7시부터 9시까지 팔았다. 처음엔 사람들 눈도 마주치지 못할 만큼 실패도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난 계속 김밥을 팔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그러다 연송하는 문득 자신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는, 또 다른 무명배우들이 삶이 궁금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살아갈까,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연송하는 4명의 무명배우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를 포털사이트에 연재한다. 펀딩을 통해 모은 돈으로는 무명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도 완성할 계획. 다큐멘터리가 될지, 극영화가 될지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고 했다.

돈을 벌 수 있는, 많은 일 가운데 왜 하필 김밥장사였을까. 단순하다. “김밥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유. “촬영장에서 김밥을 주면 다들 싫어하던데, 난 정말 좋다”며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당연히 잘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웃었다.

“하나에 2000원씩 받았는데 많이 팔렸지만 재료값도 그만큼 들었다. 손해는 아니었지만 돈도 못 벌었다. 작년 9월부터 6개월 동안 했으니까 단골손님도 꽤 된다. 장사를 며칠 동안 안하다보니 단골들 얼굴이 떠오른다. 선릉역 앞 수협의 청소아저씨도 잘 계신지 궁금하고 말이다. 하하!”

배우 연송하. 스포츠동아DB



● “꿈꾸는 이상주의자 아닌, 실현하는 현실주의자”

연송하가 김밥을 판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생활비를 직접 벌기 위해서였다. 나름 흥행에 성공한 ‘프리즌’ 등 영화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이지만 그는 지금도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난 꿈만 꾸는 스타일은 아니다. 현실주의자이다. 이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하나씩 실천하면 그게 현실이 되는 게 아닐까.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웃음)”

연송하는 극단 골목길에서 막내 단원으로 몸담았던 때 ‘프랑스 정원’ 등 3편을 무대에 올렸다. 예나 지금이나 극단 막내에게 주어진 일은 다양하다. 연기만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당시 한 선배 배우는 연송하에게 ‘딱 10년만 버티면 된다’는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갓 스무 살을 넘긴 그가 받아들이기엔 벅찬 ‘조언’ 이었다.

“극단을 나와서 연기할 기회를 찾았다.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연기를 관둬야겠다고 고민한 적은 한 번도 없다.”

2014년 스릴러 영화 ‘피해자들’과 공포영화 ‘라이브TV’ 등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최근 ‘프리즌’을 거쳐 촬영을 마친 또 다른 영화 ‘아웃도어:비긴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적극적인 성격만큼 할 줄 아는 것도 많다. 플루트는 수준급 실력. 민요도 따로 배웠고, 피아노도 치는데다 현대무용까지 한다. “실증을 잘 내면서도 호기심이 많이 익힌 취미들”이라고 소개했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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