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구원 10승 눈앞’ NC 김진성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

입력 2017-08-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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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진성은 2009년 이후 8년 만에 KBO리그 구원투수 10승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늦깎이 프로선수인 그는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김진성은 2009년 이후 8년 만에 KBO리그 구원투수 10승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늦깎이 프로선수인 그는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도 ‘간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김진성(32)은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투수다. 두번의 방출과 입단테스트. 야구선수로서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20대 시절을 줄곧 ‘그림자’로만 보냈다.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6라운드 42순위로 SK의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2년 만에 첫 방출통보를 받았다. 군 제대 후인 2009년에는 넥센의 입단테스트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두 번째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는 여전히 냉혹했다. 3년간 1군 등판은 전무했고, 이렇다 할 기회조차 받지 못한 채 2011년 또다시 방출을 경험했다.

김진성은 한 번 더 이를 악물었다. 고질적 팔꿈치 부상을 완전히 떨쳐내기 위해 재활운동에 매진했던 과거를 떠올렸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다시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했다.

필사적인 몸부림에 하늘도 감탄했는지 방출과 동시에 기회가 찾아왔다. 신생구단 NC가 2011년 6월 선수공개 모집을 실시한 것이다. 그는 두번째 입단 테스트에서 특유의 관록 있는 투구로 NC의 눈도장을 받았다. 마침내 2012년, 육성선수로 당당히 세번째 프로 유니폼을 받아 들었고, 2013년에는 NC 창단 첫 마무리투수 보직까지 수행했다.

김진성은 이후 5년간 NC의 마당쇠 역할을 했다. 2014년까지 마무리 보직을 수행한 뒤 2015년부터는 필승조에서 궂은일을 도맡았다. 올해의 활약은 특히 더 놀랍다. 28일까지 58경기에서 9승4패 방어율 2.77의 성적을 거두며 공룡군단의 정규시즌 순항을 이끌고 있다. 불펜투수로 벌써 9승을 올려 2009년 임태훈(당시 두산) 이후 8년 만에 구원투수 10승에 도전하고 있다.

NC 김진성(오른쪽).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김진성(오른쪽).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10승?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고파”

-‘마당쇠’라는 별명이 올해에는 유독 잘 어울린다.


“그런가(웃음). 최근에는 그래도 좀 쉬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는 것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코치님들과 트레이닝 파트에서 워낙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해주신다.”


-그래도 휴식을 취한 뒤 던지는 공은 분명 느낌이 다르지 않나.

“물론이다. 이틀정도 쉬면 하루를 쉬었을 때보다 확실히 컨디션이 좋다. 다만 공을 많이 던진 날에는 그 다음날 하루만 쉬어도 휴식이 정말 크게 느껴진다. 체력이 회복되는 느낌을 평소보다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고생하는 동안 성과도 있었다. 어느새 10승이 눈앞이다.

“처음에는 승리라는 기록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보니 승수가 쌓이는 걸 보고 조금씩 욕심이 나더라. 기록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구원투수 10승은 팀이 만들어주는 것 아니겠나. 내 승수보다는 팀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


-달성할 수만 있다면 8년 만에 나오는 대기록이다.

“주변에서도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코치님들도 ‘이제 1승 남았어!’라고 장난삼아 얘기를 건네신다. 주변 분들의 기대가 있기에 나도 그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다. 가능하면 10승을 달성해 보고 싶다.”


-기록 자체가 가지는 순도도 높다.

“무엇보다 기쁜 건 팀의 접전 상황에서 내가 승리투수가 됐다는 점이다. 블론세이브 없이 9승을 기록한 게 팀에게도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NC 김진성.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김진성.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원)종현아! 힘내자! 홀드왕 타이틀 따내자!”

-워낙 강한 NC불펜이다. 서로 동기부여가 되는 게 있을까.


“내가 도움을 주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웃음). 서로 제몫을 충실히 하기 때문에 전체로 보면 더 강해 보이는 것 아닐까. 좋은 투수들이 워낙 많다. (이)민호만 해도 저 어린 나이에 150㎞ 가까운 공을 쉽게 던진다.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특별히 눈길이 가는 후배가 있나.

“(원)종현이다. 올해 홀드왕 타이틀만큼은 종현이가 꼭 탔으면 한다. 지금 잠깐 체력적인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는데, 올해 우리 팀의 궂은 일은 종현이가 전부 도맡아했다. 나는 10승을 못하더라도, 종현이는 꼭 홀드왕을 차지했으면 한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내 15홀드도 전부 주고 싶다.”


-후배들에게 특별히 조언을 많이 해주는 편인가.

“웬만하면 하지 않는 편이다.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선배들이 말하는 걸 후배들이 100%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좋지 않은 투구를 한 다음에는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


-그래도 꼭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배들이 보강운동의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으면 한다. 선수들은 보통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보강운동을 대부분 하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혼자 재활에 매진하면서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다. 30대가 넘어선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고 있다. 많은 경기를 소화해도 체력에 큰 문제가 없는 이유다.”

NC 김진성. 사진제공|NC 다이노스

NC 김진성. 사진제공|NC 다이노스



● “1군 선수? 아직도 간절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어느 덧 NC에서 5년을 보냈다. 이제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을까.


“전혀 아니다. 나는 아직도 간절하게 야구를 한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1군 선수인데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운동을 하느냐’고 묻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런 얘기를 해주시는 분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 아나?”


-무서워하는 것? 무엇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좋은 기량을 가진 후배들이 어디선가 공을 던지고 있다는 거다. ‘내 자리’라는 것은 원래 프로에 없다. 젊고 어린 투수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지금도 필사적으로 몸부림친다. 나는 ‘여유 있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 선수도 없다고 보지만 나는 특히 더 부족한 선수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야구를 오래하고 싶다. 어차피 FA는 힘들지 않겠나. 매년 좋은 공을 던져 성적으로 팀에 헌신하고 싶다. 고액 연봉은 그러면 따라오지 않겠나(웃음).”

마산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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