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2년간 칼을 갈았다” 붉은 선비, 19일 개막

입력 2019-11-1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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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함경도 산천굿 신화를 소재로 제작
국악과 뮤지컬의 만남, 2년 전 기획


함경도 ‘산천굿’에 담긴 신화를 소재로 한 작품.

국악과 뮤지컬이 만난 특별한 공연이 드디어 11월 1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서 베일을 벗는다.

국악판타지 ‘붉은 선비’는 국립국악원(원장 임재원)이 한국의 신화를 바탕으로 전통 예술을 접목시켜 관객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소개하고 국악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년 전부터 기획한 공연이다.

작품의 소재가 된 함경도 ‘산천굿’은 함흥지방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는 ‘망묵굿’에서 행하는 굿거리 중 하나. 이때 불리는 무가가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라는 무속 신화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함경도의 굿과 신화가 공연물로 제작되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공부를 하던 붉은 선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켜야 하는 네 가지 금기에 대해 듣게 되는데, 산을 내려가는 과정에서 금기를 모두 어기게 된다. 그로인해 용으로 승천하는데 실패한 대망신(大¤神)이 붉은 선비를 잡아먹으려 하자, 붉은 선비의 아내 영산각시가 기지를 발휘하여 대망신을 물리친다.

그 시신을 불태워 재를 팔도에 뿌리니 백두산, 금강산, 삼각산 등 팔도명산이 되고 사람들로 하여금 산천에 굿을 올려 길복을 얻게 한다는 이야기다.

국립국악원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그린 신화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가 지닌 고유의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다채로운 국악과 무용을 가미해 최근 대두되는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국립국악원은 국악, 전통무용 자원과 뮤지컬 장르의 협업을 시도했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와 ‘풍월주’, ‘청 이야기’ 등의 연출로 뮤지컬 제작 경험이 풍부한 이종석 연출(서경대 교수)이 참여했다.

특히 전통문화를 품격있고 세련된 이미지로 현대화하는데 성공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패럴림픽의 주역들이 대거 투입됐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작가인 강보람 작가가 대본을 맡았고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과 평창동계패럴림픽의 개폐회식 음악을 맡았던 이지수 감독이 음악감독으로 합류했다.

미술감독에는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미술감독을 맡아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인면조’를 제작한 임충일 감독이 참여했다.

무대에 오르는 출연진 구성에도 힘을 실었다. 국립국악원의 대표공연답게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4개 악단이 모두 참여한다. 수준 높은 소리와 무용으로 깊이 있는 국악을 전하기 위해 출연진 모두를 객원 없이 국립국악원 단원으로 구성했다. 주요 출연진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정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붉은 선비 ‘지홍’과 영산각시 ‘영산’ 역은 이승과 저승의 역할로 구분해 출연진을 구성한 점이 흥미롭다. 이승에서는 노래를 하는 ‘얼’로, 저승에서는 춤을 추는 ‘넋’으로 구분해 ‘지홍’과 ‘영산’을 각각 1역 2인으로 배치했다. 영산은 더블캐스팅으로 구성했다.

지홍의 ‘얼’ 역할은 이동영(정악단), ‘넋’은 김청우(무용단)가 맡았다. 영산의 ‘얼’은 김세윤(민속악단)과 위희경(민속악단), ‘넋’에는 이주리(무용단)와 이하경(무용단)이 각각 캐스팅됐다.

저승에서 지홍과 함께 판타지 공간을 동행하는 ‘흰 사슴’과 저승길을 안내하는 ‘문지기’, 현실 공간에서 망자를 위로하는 ‘무당’과 판타지 공간을 창으로 표현하는 ‘물과 불의 소리’ 역도 극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배역으로 공연의 빛을 더할 예정이다. ‘흰 사슴’는 천주미(민속악단), ‘문지기’는 박영승(창작악단), ‘무당’은 장효선(민속악단), ‘물과 불의 소리’는 양명희(민속악단)이 맡는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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