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 공매 잡겠다”…개미들은 “못 믿어”

입력 2022-08-01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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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가운데) 등이 7월 28일 열린 관계기관 합동회의에 참석해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l 금융위원회

정부, 공매도와의 전쟁 선포

검찰, 고액 벌금 부과·범죄수익 박탈
한국거래소·금감원에 전담조직 확대
개인투자자 “이번 정책 기대치 無”
공매도 유지·상환기간 미개선 불만
정부가 불법 공매도 근절을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금융위원회, 대검찰청,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는 7월 2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회의실에서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열고, ‘불법 공매도 적발·처벌 강화 및 공매도 관련 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번 정책이 ‘앙꼬없는 찐빵’에 불과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증권사의 공매도 규정 위반이 기름 부어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일반 투자가 향후 주가가 상승할 종목을 선정해야 한다면, 공매도 투자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종목을 선정해야 이익을 볼 수 있다. 주가가 내려야 차익을 얻는 투자 방식인 만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불만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최근 일부 증권사가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개인투자자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2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삼성전자 등 938개사 1억4089만주를 공매도하면서 공매도 호가 표시를 위반해 과태료 10억 원을 부과 받았고, 과태료를 20% 감경 받아 8억 원 납부에 그쳐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공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인 업틱룰을 위반해 과태료 7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이밖에도 CLSA증권(6억 원), 메리츠증권(1억9500만 원), KB증권(1200만 원) 등이 공매도 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본시장의 불법 공매도와 공매도를 이용한 시장교란행위에 대해 투자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공매도를 둘러싼 불법행위를 반드시 뿌리 뽑겠다는 각오로 금융당국과 검찰 등 관계 기관이 관련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개미투자자의 불신은 여전


정부가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이다. 무차입 공매도는 주식 대여 없이 미리 매도하는 것을 말하는데, 미리 매도하더라도 결제일 전에만 해당 주식을 매수해 갚으면 된다. 그렇다보니 결제 불이행 등 사고만 발생하지 않으면 사실상 적발하기 어렵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패스트트랙(신속 수사전환) 절차를 활용해 중대 사건의 경우 법인에게도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엄정 구형하고 범죄수익·은닉재산을 박탈한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당국은 공매도 기획감리를 정례화하고,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내 전담조직도 확대한다.

공매도 주요 세력으로 꼽히는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공매도 목적으로 90일 이상 주식을 빌리면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현황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 보고 내용에는 상세 대차정보(당일 시작·마감 대차잔고)를 포함해야 한다.

반면 개인 공매도 기회는 확대한다. 개인 공매도 담보 비율을 140%에서 120%로 인하한다. 그간 개인은 빌린 주식의 140% 이상 담보가 있어야 공매도를 할 수 있었지만, 기관은 대개 담보 비율이 105∼120%에 불과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도 확대한다. 공매도 비중이 30% 이상에 해당하면 주가 하락률과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이 낮더라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신설한다. 주가 하락률 기준은 3% 이상, 공매도 거래대금 증가율 기준은 2배 이상으로 정했다. 현재 주가가 5% 이상 하락하면 다음날 공매도가 금지되는데, 금지일에 주가하락률이 5% 이상일 경우 금지 기간을 다음날까지 자동 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처럼 정부의 ‘불법 공매도와의 전쟁’ 의지에도 불구하고 개미투자자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평소 개미투자자들이 주장해온 공매도 전면 금지 및 기관과 외국인의 상환 기간에 대한 개선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먼저 공매도 전면 금지에 대해서는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규제는 도입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불평등의 가장 큰 핵심으로 꼽는 상환기간의 차이도 반영되지 않았다. 개인의 공매도 상환 기관은 90일로 한정적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협의에 따라 계속해서 연장이 가능해 사실상 기간 제한이 없다. 즉 주가 상승으로 공매도 손실이 났을 때, 기관과 외국인은 연장을 통해 손실을 피하고 결국 개인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 폐지 및 기관과 외국인에 대한 상환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만큼, 이번 정책에 기대치가 거의 없다”고 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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