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Black&White]바둑계‘시련의계절’…정치권공천전쟁

입력 2008-03-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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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정당들의 공천전쟁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바둑계는 몸살 수준이 아니라 ‘화병+우울증’이라도 걸릴 판입니다. 이유인즉 그동안 바둑계를 앞뒤전후로 돕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 온 세 명의 정치인 중 두 명이 연달아 낙천하고 만 탓이지요. 지난 8일 한나라당의 이원복 의원이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데 이어 13일에는 같은 당의 김기춘 의원이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대표적인 친바둑계 정치인으로 분류되는 이미경 통합민주당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은평갑 수성에 성공하긴 했지만 무려 16-1의 경쟁률을 뚫고 공천을 거머쥔 한나라당의 안병용 전 부대변인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 세 사람은 정치논리를 떠나 ‘바둑 수호신’이라 불릴 만큼 국내 바둑계에 우호적인 인물들입니다. 김기춘 의원과 이원복 의원은 아마추어 5단 수준의 ‘고수’들이고 이미경 의원의 경우 남편 되시는 분이 대단한 애기가로 알려져 있지요. 이 중 이미경 의원과 김기춘 의원은 한국기원의 상임이사와 이사를 맡고 있기도 합니다. 이원복 의원은 지난해 예결위 간사를 지내면서 한국을 세계바둑의 종주국으로 만들기 위한 사업, 해외 바둑보급, 초등학교 바둑교실 운영지원사업 등을 위해 바둑계가 6억 2000만 원의 국고 지원을 받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바둑사를 통틀어 정부가 바둑계에 내준 최대 액수의 돈입니다. 김기춘 의원은 바둑 기보의 저작권법 입법 발의와 함께 프로기사들의 병역특례인정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이미경 의원과 국회의원 38명의 청원서를 마련하는 등 바둑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과시해 왔습니다. 이런 판국에 ‘할 일이 많은’ 두 분이 공천 탈락을 하고 말았으니 바둑계의 가슴이 납덩이처럼 무거울 수밖에요. 한국기원의 한상렬 사무총장은 “천군만마를 잃은 기분이다. 두 분이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서 꼭 당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며 기보 저작권이니 병역특례 문제 같은 ‘되어가던 밥’에 자칫 걸림돌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설상가상 그 동안 한국기원 사무국을 순조롭게 이끌어 온 허동수 이사장의 임기도 이 달 말로 끝나게 됩니다. 2001년에 취임해 이미 한 차례 연임한 허 이사장이 또 다시 연임할 것인지도 미지수입니다. 바둑계로서는 3월 한 달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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