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피플]한집한집짓다보면…성적‘쑥쑥’성격‘싹싹’

입력 2008-03-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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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이상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 수업시간 분위기 망치기 대장이라 스승의 날 담임선생님 얼굴 보기가 민망하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온 식당이 육상 트랙인양 뛰어다는 게 일이라 가족 외식은 스트레스의 장이 되어 버리기 일쑤인데 …. “여기 바로 우리 아이가 있네!”하시는 분들에게 희소식이 있다. 산만한 아이 잡는 제대로 된 특효약이 있으니 바로 5천년이나 되었다는 최고(最古)의 ‘보드게임’인 바둑. 바둑이 노인 치매예방과 아이들 지능개발에 좋다는 말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다. 적어도 ‘경험학’적으로는 충분히 입증이 된 사실이다. 유사 종목인 체스 쪽에서 이 방면에 대해 꽤 과학적인 연구가 이루어진 만큼 바둑이 체스보다 못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바둑계의 주장이다. 어린이 바둑교육 종사자들의 말에 따르면 바둑은 아이들의 정서 중에서도 특히 ‘과대 산만증’에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는 교사들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넓게 파급되어 있다. 한 바둑전문출판사에서 학부모 3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이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가장 큰 이유로 <집중력 향상과 학업성적 증진(136명)>을 꼽았다. <차분한 태도 습득>은 127명으로 2위였다. 그러나 ‘자녀에게 바둑을 가르친 뒤 달라진 점’에 대해서는 <성격이 차분해졌다>가 136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학과성적이 좋아졌다>는 2위인 91명. 바둑이 학교 성적을 올리는 데에도 효과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성격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데 최대의 영향력을 미쳤다는 결과다. 그밖에 <컴퓨터 게임시간이 줄었다(74명)>, <부모와의 대화가 늘었다(29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바둑교실협회 곽규상 회장은 “바둑은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고 이를 반복하는 게임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며, 결국 신중한 성격을 갖게 만든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바둑을 얼마나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이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바둑교육을 통해 변화하는 최소의 기간을 6개월로 보고 있다. 6개월 정도가 되면 산만한 아이들이 슬슬 달라지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1년, 늦어도 2년이 되면 아이들의 기력이 한 자리 급수로 올라가게 되고 이 때쯤이면 차분한 성격이 거의 ‘체화’된다고 한다. 이런 효과는 혼자가 아닌 다수의 아이들과 어울려 학습할 때, 특히 집에서 부모가 함께 바둑을 학습하거나 지도할 때 배가된다. 바둑이 아이들의 정서와 지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한 학문적 연구도 명지대 바둑학과와 한국바둑협회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부문 연구를 통해 석사 학위를 받은 김바로미 씨와 이혜정 씨도 그 중 한 사람. 일부 의과대학에서는 바둑과 두뇌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만하고 부잡해 걱정스러운 우리 아이들. 올 봄 ‘바둑보약’ 6개월 처방으로 초기에 ‘확’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바둑 잘 두는 아이들치고 수학, 과학 둔재 찾기란 뚱뚱한 우체부 찾기보다 훨씬 더 어렵고 고된 작업이라는 사실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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