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염기훈의 사퇴…또 레전드 낭비한 악몽의 수원, 현실과 이상의 괴리

입력 2024-05-26 16: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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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 감독.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 삼성이 또 한 명의 레전드를 떠나보냈다.

염기훈 수원 감독(41)은 25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 ‘하나은행 K리그2 2024’ 15라운드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선제골을 뽑았으나, 후반 40분부터 추가시간까지 내리 3실점해 충격의 역전패를 당했다.

5연패에 빠진 수원은 6승1무7패, 승점 19로 하위권 추락의 위기를 맞았다. 강등 첫 시즌 승격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선수단 버스를 가로막은 채 항의하던 팬들에게 직접 고개 숙인 뒤 사퇴를 발표했다.

구단이 사퇴를 발표할 겨를조차 없었던 서글픈 결말이다. 염 감독은 강등 위기에 내몰린 지난 시즌 후반기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반등은 없었다. K리그1 최하위(12위)로 다이렉트 강등됐다.

수원은 ‘뼈를 깎는 재창단 의지’를 드러내며 프런트 개편에 나섰으나, 코칭스태프에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 구단을 잘 알고 선수단과 가깝다는 이유로 염 감독을 적임자로 판단했고 임기 2년의 정식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이상’은 찬란했다. “무패 우승”이란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염 감독은 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K리그2는 강등 첫 시즌에 승격하지 못하면 오랫동안 머물게 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치열한 싸움터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무대라는 것이 광주FC, 대전하나시티즌, 수원FC 등 승격과 강등을 두루 경험한 팀들의 이야기다.

출발만 좋았다. 시즌 초반 4연승으로 순항하는 듯했지만, 4월말부터 빠르게 추락했다. 잦은 부상과 특색 없는 컬러, 증발한 투지와 집중력이 ‘지옥문’을 열었다. 연패를 안긴 상대들 대부분이 성남FC, 천안시티FC, 부천FC, 충남 아산 등 하위권 팀들이라는 점에서 더 뼈아팠다.

결과적으로 수원은 ‘아껴야만 했던’ 카드를 너무 빨리 소진했다. 2010년 인연을 맺은 염 감독이 곧 수원이었고, 수원은 늘 염 감독으로 통했다. 본인이 감독직을 원했더라도 구단은 만류했어야 했다. 염 감독은 가장 불명예스러운 모습으로 수원과 동행을 마쳤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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